‘채동하 10주기’ 추모 여행기

  • 등록 2021.05.30 21: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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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SG워너비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17일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에서 SG워너비 멤버들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히트곡을 연달아 불렀는데 2000년대 중후반 그들의 노래를 들었던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객관적으로 SG워너비의 전성기는 데뷔 직후 2004년부터 2007년까지였다.

 

방송에서 불려진 Timeless, 내사람, 살다가, 아리랑 등 주옥같은 히트곡들은 전부 2008년 이전 노래들이다. 2008년 새 멤버로 합류한 이석훈씨는 SG워너비의 멤버로 완벽하게 녹아들었지만 팬들은 원년 멤버 故 채동하씨(1981년 6월23일~2011년 5월26일)의 부재가 아쉽기만 하다. 더구나 채씨가 세상을 떠난지 정확히 10년이 된 시점에서 SG워너비가 차트 역주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최근까지 평범한미디어에서 활동하던 박모 전 기자는 SG워너비 골수팬이다. SG워너비와 채씨가 발매한 모든 앨범을 소유하고 있는 박 전 기자에게 10주기 추모 여행을 제안했다. 박 전 기자는 알바와 공무원시험 준비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기쁘게 수락했고 윤동욱 기자도 동행하기로 했다.

 

채씨는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에 안치되어 있다. 스카이캐슬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과 가까운 광주시 오포읍에 있다. 5월27일 저녁 광주광역시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성남터미널로 향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날 방문할 계획이었다. 채씨에 대한 추모 정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밤새 라이브 영상을 찾아봤다.

 

 

SG워너비의 메인 보컬 김진호씨는 채씨의 죽음 이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방황했다고 한다. 화려한 SG워너비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고 작사작곡에 매진했고 전국을 돌며 무료 공연을 다녔다. 그렇게 마음을 비웠다.

 

방송에서 유재석씨(유야호)는 김진호씨에게 맨날 검은 옷만 입는다고 언급했고 같은 멤버 김용준씨는 “진호가 검정색 옷을 좋아한다”며 대신 답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채씨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공식석상에서 검은 옷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호씨는 2013년 KBS <불후의명곡>에 출연해서 채씨에 대한 추모곡의 의미로 살다가를 홀로 불렀다.

 

 

28일 정오를 넘겨 스카이캐슬에 도착했다.

 

5층 천상관으로 올라가면 채씨 전용 추모관이 마련돼 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살펴봤다. 입구에 채씨의 입간판이 있고 오른쪽에 채씨의 무대 의상이 전시돼 있다. 채씨가 참여한 모든 앨범, 한국·일본·홍콩팬들의 손편지, 수많은 사진들, 조화 등이 가득했다. 유골함은 왼편 중앙에 있다.

 

우리는 여행 내내 김광수 MBK엔터테인먼트 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김 대표는 SG워너비를 최고의 가수로 만들어놓은 정상급 연예 기획자였지만 소속 연예인을 무리하게 “굴린다”는 악명도 높았다. SG워너비는 2004년 데뷔 이후 2008년까지 매년 앨범 발매, 방송 활동, 각종 행사 무대, 전국 투어 콘서트 등 쉴새없이 바빴다. 2005년에는 2.5집 리메이크 앨범까지 발매해서 더더욱 정신이 없었다. 특히 김 대표는 김진호 파트에 대한 집착이 커서 타이틀곡의 70% 이상을 그의 목소리로 채우도록 오더를 내렸다. 채씨는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채씨는 2008년 1월 법적인 계약기간 종료 이후 팀을 탈퇴했다.

 

 

그 당시 김 대표가 이끌고 있던 엠넷미디어는 마치 채씨가 배우 활동을 위해 탈퇴를 한 것처럼 언론플레이(SG워너비 채동하, 탈퇴선언 왜?...처음처럼 녹음 중 눈물까지)를 했다.

 

채씨는 2008년 3월22일 팬카페에 글을 올리고 “나는 지난 4년간 작은 점이었다. 내 자신을 작은 점에서 큰 원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어려운 도전을 선택했다”면서 “내 존재감과 정체성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포켓돌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데 여기에는 트로트 가수 송가인씨도 소속돼 있다.

 

송씨는 방송(‘라디오스타’ 송가인, “연 소득 100억은 오해…명품은 선물용”)에서 “(소속사에) 죽을 것 같다”면서 무리한 스케줄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고 “2~3시간의 수면 시간과 불규칙한 식사에 얼굴이 붓자 이를 오해한 악성 댓글이 난무했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과거 2011년 1월 당시 정상급 걸그룹 카라의 3인방(니콜·강지영·한승연)이 탈퇴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탈퇴하려고 한 것이 맞다면 가요계 컴백을 막아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발언했다. 그는 매니지먼트 회사가 소속 연예인을 발굴하고 데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는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이를 무시하는 연예인은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의 철학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채씨가 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부모의 이혼과 가난했던 어린 시절, 건강 문제(심장 수술), 2009년 7월 절친한 매니저 장모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에 따른 정신적인 고통, 솔로 앨범이 그룹 때와 달리 큰 성과를 내지 못 한 점, 극심한 우울증 등 그저 살아남은 자들이 그의 아픔을 추측할 뿐이다.

 

김 대표는 2012년 8월 코어콘텐츠미디어 수장 시절 걸그룹 티아라 멤버였다가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는 류화영씨를 만나 채씨 사례를 거론했다. 소속사의 보도자료 형식으로 이런 사실이 알려졌는데 김 대표는 SG워너비를 탈퇴하려는 채씨에게 “SG워너비 속에 채동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득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탈퇴 이후 3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채씨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장 가슴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알렸다.

 

 

채씨의 팬들은 김 대표의 이런 행태에 분노했다.

 

결국 류씨도 팀을 나가 솔로 활동을 하다 안 좋은 결과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악담을 한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김 대표는 실제 채씨의 죽음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굳이 그런 메시지를 알리려고 할 필요가 없음에도 그렇게 한 것을 봤을 때 온세상에 자신의 연예 매니지먼트 철학을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공들여 키운 연예인이 함부로 소속사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자기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메시지의 전파자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켓돌스튜디오는 SG워너비가 재조명을 받자 2006년 진행된 전국투어 콘서트 라이브 앨범(두 유 리멤버)을 발매했다. 그러나 SG워너비 멤버들은 각자 소속사를 통해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며 “상업적 목적의 수단으로 SG워너비를 이용하는 비도덕적인 행위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형을 생각하면 당연히 가슴 아프다. 사실 동하형 이야기를 하는 것도 불편하다. 형은 나에게 있어서 가족이어서 많이 싸웠고 가족이어서 웃으면서 토닥였다. 형은 고맙기도 하고 (먼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밉기도 하다. 동하형은 여자친구처럼 세심한 면까지도 걱정해 줬던 형이었다. (동하형이)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큰 충격이었다.”

2013년 10월17일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김진호씨의 발언

 

“방송 섭외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자기 노래를 할 수 있는 방송이 많이 없었다. 워너비로 영광스러웠던 시간들도 행복했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혼자 뭔가 만들고 있었다. 고3 졸업식을 다니며 무료로 노래를 해주고 병원 같은 데서도 노래를 많이 했다. 빈 주머니로 만나서 같이 무언가를 노래로 나누는 삶을 보내고 있다. 재능 기부는 아니다. 나도 사실 받으러 갔다. 나의 어떤 허전함들 공허함들 그리고 내가 노래하는 어떤 의미들. (사연) 신청을 받아서 직접 매니저도 없이 동료들이랑 사비로 산 스피커와 악기를 차에 실어서 간다. 노래 하나로 무언가를 나누러 가는 가수도 있구나 느끼게 하고 싶었다. (창법 변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많은 이야기가 생겼다. 멤버와 이별도 있었고 삶의 이야기도 있었다. 이 순간에 놓여있는 내 목소리 그대로 일기처럼 노래를 써서 사람들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2021년 1월20일 tvn <유퀴즈 온더 블록> 김진호씨의 발언

 

 

나는 2004년 SG워너비의 ‘사랑하길 정말 잘 했어요’라는 곡을 처음 접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들 김진호씨의 굵은 보이스를 좋아할 때 나는 센티멘탈하게 노래를 잘 부르는 채씨를 참 좋아했다. 그의 창법과 감성을 따라하기 위해 노력했다. 맑은 고음의 미성 보컬 채씨와 김용준씨 그리고 허스키한 김진호씨의 하모니. 이석훈씨의 터프한 락 발라드 보컬까지. SG워너비는 아직도 나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주고 있다. SG워너비의 전성기가 지나간 뒤 비교적 최근 발매된 아임 미싱 유, 가슴뛰도록, 만나자 등등의 곡들까지 다 즐겨 들었다.

 

스카이캐슬 5층 천상관에는 채씨 외에도 故 구하라씨, 故 고은비씨와 권리세씨, 故 조성민씨 등 여러 유명인들이 안치되어 있다. 조성민씨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자체 전용관이 마련돼 있다. 배우 故 장진영씨는 스카이캐슬에 있다가 2011년 전북 임실군에 ‘장진영 기념관’이 조성되면서 이장됐다.

 

다른 유명인들을 쭉 둘러본 뒤 스카이캐슬을 나서려고 했는데 박 전 기자는 여전히 채씨 전용관에 머물러 있었다. 박 전 기자는 팬들이 마련해놓은 증정용 책갈피를 가져와서 윤 기자와 나에게 줬다. 박 전 기자는 “정말 잘 온 것 같다”면서 먹먹한 심정을 표현했다.

 

 

스카이캐슬에서 나와 차량 공유 서비스로 차를 빌려 1시간 정도 이동해 유토피아 추모관(경기도 안성시)으로 갔다. 이왕 온김에 故 신해철씨(1968년 5월6일~2014년 10월27일)에게도 인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해철씨 외에 유토피아에서도 故 임성훈씨(터틀맨), 故 이혜련씨(유니), 故 정다빈씨, 故 최요삼씨, 故 김성민씨 등을 둘러봤다.

 

박 전 기자는 28일 저녁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당신의 힘듦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너무 늦게 찾아가 죄송합니다. 당신은 멈췄지만 당신이 멈춘 만큼 우리는 달려나가겠습니다. 당신을 항상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동시에 Timeless, 광, 살다가, 내사람, 아리랑, stay, 너만 보잖아, vanilla sky 등의 노랫말 일부를 공유했다.

 

“이젠 멀어져가지만 잠시였지만 태어나 처음 잘한 듯 한 건 내겐 아무리 생각해봐도 널 기다리는 일(1집 Timeless).”

 

“절대 울지 않아 널 흘리지 않아 내 눈에 사는 너니까. 눈물을 다 쏟아버려도 추억을 다 쓰고 버려도(2집 광).”

 

“우린 마지 못 해 웃는 거겠지 우린 마지못해 살아가겠지 나의 곁에 있어도 나의 곁에 있어도 눈물나니까(2집 살다가).”

 

“누구에게나 흔한 행복 한 번도 준 적이 없어서 맘놓고 웃어본적 없는 그댈 사랑합니다. 안녕 내 사랑 그대여 영원토록 사랑할게요. 다시 태어나도 사랑한대도 그대이고 싶어요(3집 내사람).”

 

 

“우리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만날 순 없겠지만 이토록 사랑했던 나를 잊지는 말아요. 보고싶은 내 사랑아. 오늘도 기다리는 나를 잊지는 말아요(4집 아리랑).”

 

“내 손을 잡아봐 한 걸음 내게 다가와 그대를 웃게 할 사람 나란 걸 알고 있잖아(4집 stay).”

 

“기억해줘 하얀 첫 눈이 오는 날 따뜻한 하늘처럼 내 품에 너를 안을게(솔로 2집 너만 보잖아).”

 

“언젠가 그대를 만나 곧 웃게 되기를 나의 작은 바람 전해지겠죠. 절대 잊지말아요. 내가 사랑하니까 내가 없는 그곳에서 부디 늘 행복해줘요(솔로 미니앨범 vanilla sky).”

 

박 전 기자는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다시 채씨를 찾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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