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친구와 다퉈 화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아파트에 불을 지르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인 범인은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다. 사건은 지난 13일 이른 아침 7시53분 광주 북구 문흥동의 복도식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20대 여성 A씨는 친구 B씨의 집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사소한 이유로 시비가 붙어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A씨는 아침부터 술에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평소보다 판단력이 흐렸던 것 같다.
그러다 A씨는 결국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방화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성이 마비된 A씨는 청바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말았다. 불이 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곧 두 사람이 머무르고 있던 아파트 4층은 매캐한 연기로 휩싸였다. 복도식 아파트였던 만큼 복도가 연기로 자욱해졌다.
다행히 신고를 받고 신속히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불길은 20분만에 진압되었다.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도 없었다. 그러나 A씨의 만행 때문에 가만히 있던 아파트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대피를 해야 했다. 무려 50명이 긴급 대피를 해야 했으니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재산상의 피해도 당연히 발생했다. 불은 B씨의 거주지를 약 12평(40㎡)이나 태워버렸다. 사실 방화로 인해 두 사람의 목숨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생명에도 위협을 가할뻔 했다.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지 대구 지하철 참사 만큼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방화를 저지른 A씨는 경찰에 붙잡혔고 조사를 받고 있다. 현주건조물방화죄의 경우 피해자가 없더라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아무리 A씨가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더라도 사람이 머무르고 있는 주거지에 방화를 저지른 행위 자체가 매우 무겁다. 현주건조물방화죄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사망했다면 사형과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아무래도 초범이고, 우발적이고, 사과와 반성이 이뤄진다면 판사가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벌금형으로 마무리될 사안은 결코 아니다.
A씨처럼 ‘홧김’에 우발적으로 방화를 저지르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방화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떤 걸까? 단순 분노 때문일까? 분노심이 든다고 모든 사람들이 방화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번 방화를 저지른 이상 나중에 또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방화 범죄는 통상 한 해 1000~1500건 가량 발생하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방화의 동기는 △우발적인 경우가 44%로 가장 많고 △원인 불명이 36% △현실 불만 7% △가정 불화 5% △호기심 2.8% 순이다. 계획적이지 않은 우발적 방화는 구체적으로 보복, 순간적인 범죄 은닉, 스트레스 해소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범죄학자들은 이중에서도 보복 수단으로 방화가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람에게 품은 앙금이 보복의 욕구로 번지고 그걸 불 질러서 실현하는 것이다.
이수정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는 방화범들의 범행 이유와 특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보통 방화범들의 주장이 범행 동기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 방화범들의 정신 감정을 다 해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사 단계에서 범인들은 ‘분풀이’,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등을 이유로 불을 저질렀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이렇게 우발적인 이유나 핑계를 들어야 수사관들이나 듣는 사람들이 ‘그래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그럴 수 있겠다’ 하고 넘어가게 되고 수사를 더 이상 진행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우발적으로 방화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상습범이 존재한다. 이 경우 정신감정이 필요하다. 처벌은 처벌대로 하고 이에 더해 정신감정과 치료가 필요하다. 불 지르는 게 목적인 사람인데 그 목적 자체를 치료해주지 않는다면 일정 기간 동안 수감이 되어 있다가 나오더라도 또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가 있다. 선도나 치료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