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부도덕함의 끝판왕 SPC에서 또 다시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났다. 당초 SPC 핵심 계열사 ‘샤니’의 제빵공장(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서 반죽기에 배쪽이 끼어서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던 56세 여성 노동자 A씨는 호흡과 맥박을 되찾았지만 끝내 이틀 뒤 사망 판정(분당차병원 중환자실)을 받았다. 당시 A씨는 2인 1조로 근무하긴 했는데 반죽기 리프트 기계의 노즐 교체를 위해 볼트를 조이다가 변을 당했다. 위험천만한 수리 작업을 하고 있는데 리프트가 내려가고 올라갈 때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 작업 편의상 일부러 꺼놨던 건지, 안전조치가 불량이었던 건지 앞으로 이 문제를 진상규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이 성남 제빵공장에 시찰차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박인수 샤니 노조위원장은 “반죽 볼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기계는 노동자들 요청으로 경보음이 울리게 하는 장치가 설치됐다는데 사고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환기했다. 케이크 반죽 배합 기계의 볼 리프트가 상승하고 하강할 때 경보음이 울려야 그 아래쪽에서 작업하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몸을 피할 수가 있다.
(사고를 일으킨 기계는 당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는데 고장이었는지 누군가 수동으로 꺼놨는지 등은 추가로 밝혀야한다. 사측도 추후 보고하기로 했다. 당시 2인 1조로 작업이 이뤄졌고 기계 노즐을 바꾸기 위해 볼트를 조이는 작업 중이었고, 반죽 배합 볼이 빠진 상태에서 공간을 확보한 뒤 작업을 해야 했는데 사수와 부사수가 동시에 작업하다가 사고가 난 것 같다.
여야 의원들은 사고를 일으킨 기계에 안전 센서가 설치돼 있거나 경보음만 울렸다면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아래와 같이 상세히 설명했다.
반죽을 쪼개는 분할기가 있다. 이 분할기에 반죽 재료를 넣는 볼이 있는데 이 볼을 리프트를 통해서 들어올려서 분할기에 반죽 재료를 넣고 다시 이 리프트를 작동시켜서 볼을 하강시키는 구조다. 그게 볼 리프트기다. 그런데 이 분할기는 빵 모양에 따라서 노즐을 교체해야 하고 노즐을 교체한 후에는 분할기 볼트를 조절하는 것까지가 한 공정이었다. 근데 결국 노즐을 교체하는 동안 리프트가 작동해서 A씨가 분할기와 리프트 사이에 껴서 변을 당한 것이다. 이런 일이 없도록 리프트가 움직이면 경고음이 울리는 장치가 작동되었어야 하는데 샤니측은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유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작년 10월 경기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배합기에 상반신이 거꾸로 끼어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전국적으로 일부 시민들이 SPC 불매운동을 벌일 정도로 반향이 컸다. 그때 SPC 허영인 회장이 재발방지책의 일환으로 1000억원을 투자해서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산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샤니 공장에는 이중 180억원만 투입됐다. 박 위원장은 “제대로 투자가 안 된 것 같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SPC가) 샤니 공장에 조기 투자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도 “인터락이나 경고음 장치 같이 매우 기초적인 안전 장비조차 설치가 되지 않았거나 점검이 되지 않았다. 과연 1000억원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SPC측은 명확히 해명해야 되는데 (샤니 경영진 말고 SPC 임원들은 샤니 제빵공장 시찰)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11명이 갔는데 SPC측에서는 안 오고 공장의 대표(샤니 이강섭 대표이사)만 나와서 계속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1년 전에 허영인 회장의 사과와 안전 경영에 대한 계획 발표가 과연 진실된 건지 실체가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결국 허 회장과 SPC 본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 구조적인 문제를 파고들어야 한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SPC그룹 샤니 제빵공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재 사고는 모두 끼임 사고로 동일한 유형이다. SPC 계열사에서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동료 노동자의 부주의나 우연에 기인한 게 아니라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SPC그룹의 기업 경영 및 생산 방식과 조직관리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SPC그룹 샤니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세 번째 끼임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를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나아가 이 의원은 반복되는 SPC 산재 사고의 배경에는 고용노동부의 예방 행정이 실질적이지 않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번에 해당 재해 설비에는 안전작업 표준서도 있고 해당 작업의 위험성 평가에 노동자도 참여했다. 그리고 7월에 세 번에 걸쳐서 안전 교육을 했다고 (시찰 자리에서) 보고도 하더라. 하지만 이 기계는 작동 중에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고 가격이 얼마 하지도 않는 안전장치가 달려 있지 않았다. 그런 제도적 안전장치가 없어서 실제 재해를 막지 못 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공장에서는 작년 10월 손가락 절단 사고가 있었다. 올 7월에는 또 손 골절 재해도 있었다. 모두 샤니측이 노동부에 산업재해조사표를 법에 따라 제출했다. 그럼에도 이 재해를 막지 못 했다. 결국 노동부의 예방 행정이 실질적이지 않다는 점을 꼭 지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