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학동 참사’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인근 주민들이 참다 못 해 줄기차게 민원을 제기했다.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주변에 위치한 ‘문구완구종합도매상가’ 상인들, 생활권에 들어와 있는 주민들, 지나가는 행인들 등 모두가 소음 피해, 낙하물, 폐수 무단 방출과 같은 민원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광주광역시 서구는 무시했다.
정의당 장연주 광주시의원은 “정식 접수된 것만 해도 (민원이) 400건 가까이 되고 전화까지 포함하면 1000건이 넘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치가 안 됐고 이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공무원들이 현대산업개발의 대변인 같았다”고 전했다.
장 의원은 28일 오전 광주송정역 근처 카페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안 그래도 저희가 학동 참사 때도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이 철거 과정에서 너무 위험하고 시민들이 보기에 무너져서 다칠 수도 있겠다는 이런 민원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행정 감독이 안 되어서 그 위험을 방치했던 것”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이번 아이파크도 공사가 시작된 것이 2019년인데 거의 3년 동안 주변 상인들이 영업의 손실도 있었지만 실제로 그 공사장 자체가 너무 위험해서 일하는 사람들,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 주변 차량들과 시민들에게 위험하고 이렇게 방치하면 안 된다는 그런 민원이 수차례 있었다”면서 “소음 진동이 굉장히 심한 공사는 18시까지만 하기로 돼 있는데 시간을 넘겨서 계속 한다거나 휴일에 안 하기로 했는데 한다거나 이런 것들을 민원 넣으면 담당자가 지금 없다. 조금 있다가 일 끝나고 가보겠다고 하는데 그 시간이 이미 공사가 다 끝날 시간이었다”고 풀어냈다.
공사 현장 높은 곳에서 콘크리트나 파이프 등 이런 것들이 떨어지게 되면 지나가는 사람들 정말 큰일난다. 이러다가 사람 죽으면 조치할래? 이런 말도 여러 번 했었다고 한다.
공사기간을 늦추지 않기 위해 겨울철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무리하게 추진함으로써 발생하는 민원들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이 허술했다”고 볼 수 있다.
장 의원은 한 마디로 “(광주시와 서구가) 이번 사고가 터질 때까지 아무 것도 안 하고 방치했다”고 집약했다.
피해 당사자들은 당장 서대석 서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5일 ‘화정 아이파크 건설현장 피해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구청은 공사의 처음부터 현재까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방치해왔는데 갑자기 이제 와서 사고를 수습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처벌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19일에는 광주지방경찰청과 고용노동부 광주고용노동지청이 합동으로 서구청 ‘주택과’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민원을 무시하고, 인허가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있지는 않은지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서구는 화정 아이파크 공사가 첫 삽을 뜬지 얼마 안 됐던 2019년 5월 감리업체를 직접 지정하기도 했다.
지난 1월11일 현대산업개발(현산)이 발주를 맡아 건설하고 있던 ‘광주 화정 아이파크’가 무너져내린지 31일 기준 21일째다. 총 6명의 실종자 중 1명(사망)이 수습됐고, 2명의 위치가 발견됐고, 3명은 오리무중이다. 코로나처럼 수색 작업도 장기 레이스로 가고 있다.
민원 1000건? 이 정도면 상식적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것이 맞다.
장 의원은 당연히 “중단되는 게 맞다”면서 “사실 몇 번에 걸쳐서 지반 공사를 할 때부터 민원들이 많았고 그랬기 때문에 몇 번의 행정 처분을 받아서 공사 중지가 몇 차례 있었는데 아마 3개월 정도 공사가 중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 그만큼 공사 기간이 연장되는 것 아닌가? 그러다보니까 굉장히 공사기간을 당기기 위한 공사를 빨리빨리 하라는 이런 재촉이 매우 심했다”며 “사실 겨울철 공사는 굉장히 시간을 많이 줘야 한다. 콘크리트는 양생 기간이 있지 않은가. 충분히 굳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런 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사고의 큰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도 민원들이 쏟아져서 겨우 일시적으로 공사 중단이 이뤄졌는데 현산은 하청업체들을 통해서 공기 걱정만 했던 것이다. 이런 현산은 최근 3년간 이번 붕괴 사건과 같은 유사한 문제를 2건이나 더 일으켰다. 잘 알려지지 않았고 운이 좋아서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현산에 대한 건설업 등록 말소를 요청했다. 현산의 본사는 서울에 있기 때문에 건설안전기본법에 따라 오 시장은 현산에 대해 영업정지, 과징금 부과, 건설업 면허 취소 등의 조치를 내릴 권한을 갖고 있다.
심 후보는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났을 때 동아건설을 면허 취소했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국토부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토부가 등록 말소를 검토해서 추진하면 서울시가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본다. 그 의지를 만드는 것이 이용섭 광주시장의 역할이다. 광주시민들의 마음을 모아서 정확하게 정부에 등록 말소를 해달라고 요구를 해야 한다. 그래야 된다”고 요구했다.
그런데 장 의원은 이 시장이 “공식적인 그런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장 의원은 “이렇게 지역에서 연거푸 시민들이 9명 돌아가시고 7개월만에 또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 이런 회사가 버젓이 앞으로도 영업을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전체의 안전을 방치하는 것이다. 정부가 단호하게 평가를 하고 등록 말소를 추진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와 관련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등록 말소까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서울시는 2월 안에 청문 절차와 법리 검토를 거쳐 패널티 수위를 확정할 계획이다. 등록 말소가 어렵더라도 학동 참사에 따른 8개월 영업정지와 더불어 1년이 추가되어 도합 1년 8개월의 영업정지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작년 학동 참사 이후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개발 비리들에 대해 대대적적으로 제보를 받았고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장 의원은 “재개발은 지역조합이 공사의 주체다. 그러다보니 건설사의 책임도 크지만 건설사에 발주를 하는 주택조합의 책임도 굉장히 크다”며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 재개발 공사 같은 경우 건설사와 조합 임원들이 결탁을 해서 불법하도급이나 불법 용역을 일으키고 있는 게 많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인근 주민들에게 안전하지 못 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또 인허가청 관리감독을 하는 구청의 공무원들과도 결탁이 있었던 것으로 지금 밝혀지고 있고 이런 게 전체적으로 재개발 현장에서의 비리 카르텔이라는 것이고 그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학동 참사”라며 “그 이후에 저희가 모든 광주의 재개발 현장에서 비리 제보를 받게 됐다”고 정리했다.
광주의 거의 23개 정도의 재개발 현장이 있는데 대부분의 아파트 주택조합에서 제보가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거기 직접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오랫동안 그 비리에 맞서서 싸우고 서구청에 민원도 넣고 관리감독 해달라고 찾아가도 그게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아 굉장히 힘들어하셨다. 이분들이 저희 당과 같이 재개발지역공동대책위를 구성해서 지금까지도 고소를 통해서, 행정에 요구를 통해서, 제도 개선을 통해서 이런 것들을 바꿔보자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붕괴 사고 직후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현산은) 우리 시민들에게는 참 나쁜 기업”이라며 “언제까지 이런 어처구니없는 건설 현장의 참사가 반복되면서 우리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아야 하는지 분노스럽고 답답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 의원은 “시장의 페이스북 보고 더 화가 난다는 분들이 많다. 사실은 현산의 책임으로만 처음부터 돌리는 것은 광주시민의 전체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직접적인 관리감독권이 서구청에 있고 서구청이 승인처이고 현산의 책임도 분명하다”면서도 “전체적으로 행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동자의 안전이 중심이 되는 일터가 되고 있는지를 관리감독하고 목숨을 지켜야 하는 이 책임이 시장에게 있다. 그런 책임을 다하지 못 한 것에 대해서 먼저 사과를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광주 MBC는 작년 9월12일 방송한 <시사본색>을 통해 “이른바 4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가 한 번 들어선 이후 마치 비온 뒤 죽순이 솟듯 고층 아파트가 광주 여기저기서 솟아나고 있다”면서 광주의 재개발 현실을 짚어냈다.
장 의원도 2018년 6월 당선된 뒤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로 상임위 활동을 하게 되면서 “주택 도시계획 건설 이런 것들을 처음부터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이미 그때도 3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가 인허가 된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환기했다.
철저히 건설업자들의 이익 때문이었다.
장 의원은 “건설업을 하는 분들이 도심에 고층 아파트 주상복합으로 하면 주거 용도에서 짓는 것보다 용적률 비율이 더 높다. 그래서 도심 한 가운데 상업 지역의 고층 아파트들을 계획해서 승인을 받아놓은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인허가 된 것을 어떻게 제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용섭 시장도 내 임기 때 인허가 된 것이 아닌데 왜 나한테 그래? 이럴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나는 심의 과정에서 이걸 좀 더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에 맞게 바꿀 수 있는 문제였다. 그걸 실행하지 않았다. 광주는 주택 공급률이 107%로 충분하게 주택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80%다. 더 이상 아파트를 지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방향을 명확히 했어야 했다.
이제 그만 지어도 된다는 게 장 의원의 생각이다. 그런데 곧 있을 지방선거에서 토건 공약이 넘쳐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 의원은 “지금도 택지 개발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 지방선거 공약으로 더 쏟아질 수 있다”며 “평동산단 개발, 산정지구 개발 이런 것들이 아직도 있고 이런 걸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하지 않을까. (고층 아파트) 그만 지어도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재개발을 하는 이유들 중에 하나를 뭘 말하냐면 광주에 2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가 많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노후 아파트들에 대해서는 그린 리모델링 방식으로 도시계획을 세워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앞서 평범한미디어는 광주시 행정부시장, 교통건설국장, 도시재생국장 등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광주 ‘도시계획위원회’가 각종 인허가 심의 과정에서 최종 절차를 맡는 기구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보도한 바 있다.
장 의원은 “(도시계획위가) 합법적인 계획과 절차에 의해서 서류가 제출됐을 때 그걸 막을 수 있는 권한 등 이런 걸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꼼꼼하고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게 도시계획위원회인데 그 도시계획위가 지금까지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누가 어떻게 어떤 논의를 통해 결정되는지 광주시민들은 모르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지금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시계획위의 심의 과정이 공개되면 보다 책임감있게 심의를 할 것”이라며 “실제로 다른 나라 다른 도시 같은 경우에는 온라인으로 시민들이 다 볼 수 있게 공개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작년 6월 평범한미디어와 인터뷰를 했을 때부터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광주시의원 재선 지역구로 갈지, 시장으로 갈지 고민을 이어오다 24일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장 의원은 광주 도시계획 비전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해오고 있다”며 “이제 무분별한 개발의 시대는 멈춰야 한다. 광주시민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토건업자들의 그런 개발이어서는 안 된다. 같이 상생해야 되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이 돼야 하고 그게 기후위기 시대에도 맞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린 리모델링 방식의 도시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