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은 건물 철거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지만 석면 철거 과정 자체도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는 엉터리였다.
24일 오전 10시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광주환경운동연합 주최로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 석면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운동연합은 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지난 6월17일 석면조사를 실시했다.
석면은 섬유 형태 결정의 자연광물이다. 그 특성상 가공, 제조가 비교적 용이해 천장재, 단열재, 슬레이트 지붕재 등 건축자재로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초미세 석면 섬유가 공기 중에 떠돌다가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게 되면 폐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폐암, 석면폐미만성흉막비후, 악성중피종 등 다양한 석면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사람을 죽게만들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굉장히 위험한 물질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건물을 철거할 때 석면 해체 작업은 일반 철거업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석면 철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가 맡는다. 그리고 노동자들도 안전 교육을 철저히 받고 방호복, 방호도구 등을 확실히 착용해야 한다.
운동연합에 따르면 석면 해체 작업은 본격적인 건물 철거 전에 실시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 관청인 고용노동부의 허가에 따라 석면 철거가 완료된 상태로 판정을 받았다면 현장에서 그 어떤 석면 폐기물도 발견되서는 안 된다.
하지만 환경단체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석면 자재들이 발견되었고 슬레이트 시료 7개 모두에서 11~14%의 고농도 백석면이 검출되었다.
운동연합은 이번 조사를 근거로 들며 “재개발 현장에 전문 석면 철거업체가 작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석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석면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일반 철거업체가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심했다. 운동연합은 이 과정에서 노동부 등 현장의 관리감독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 했다고 비판했다.
궁극적으로 운동연합의 문제의식은 첫 번째로 하도급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전문 석면 철거업체가 나서지 못 했다는 점, 두 번째로 감리나 현장 감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전혀 문제를 시정하지 못 했다는 점 등 2가지다.
이날 브리핑을 맡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렇게 중요한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한 것에 대해 시종일관 “너무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는 반응이었다.
덧붙여서 운동연합은 잠시 살펴본 현장 조사의 결과가 이 정도인데 4구역 전체로 보면 정말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이 구역의 정밀 조사와 함께 석면을 전부 제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석면 철거 계획과 진행 기록도 전부 세세히 살펴 불법 및 탈법사항을 정확히 파악해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한편, 운동연합은 광주전남 지역 전반적으로 석면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