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뉴진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작년 여름 데뷔하자마자 대한민국의 가요계를 폭격하고 있으며 단숨에 걸그룹 판도의 맨꼭대기로 올라갔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의 월간 차트 1~3위를 3개월 연속 독점할 정도다. 사상 최초다. 그나마 최근에는 아이브와 블랙핑크의 지수가 각각 신곡을 발표해서 살짝 밀리긴 했다. 그래도 여전히 3·4·5위를 유지하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 아이브와 지수가 출시한 <kitsch>와 <꽃>은 신곡이지만 뉴진스의 <Ditto> <Hype boy> <OMG>는 작년 말부터 올초에 나온 노래라는 점에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뉴진스의 어머니 민희진 대표가 이끌고 있는 소속사 어도어(하이브 계열)는 "2004년 11월 멜론 음원 서비스 시작 이래 처음"이라는 점을 환기하며 한껏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음악방송에서의 선전도 눈에 띈다. 지난 1월27일 KBS <뮤직뱅크>에서 1위 후보곡으로 뉴진스의 <Ditto>와 <OMG>가 올라갔다. 뉴진스 삼촌팬들은 '뉴진스VS뉴진스'라는 기분 좋은 구도를 맞이하게 됐다. 사실상 뉴진스가 막 데뷔해서 활동했던 기간에는 거의 경쟁 상대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뉴진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뻔하디 뻔한 말을 하자면 노래가 좋다. 과거 후크송의 전개를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중독성이 장난 아니다. 사실 민 대표가 만든 걸그룹으로 화제를 모으고 데뷔를 했을 때는 좀 시큰둥했다. 멤버들의 비주얼도 훌륭하고 춤도 너무 멋있지만 노래는 글쎄? 딱 그런 생각이었다. 물론 비트와 멜로디는 굉장히 세련됐고 확실히 10~2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타일의 곡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여러모로 매력적이긴 하지만 바로 덕질 모드로 들어가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었는데 오판이었다. 뉴진스의 곡과 안무는 계속 찾아 듣고 보게 만드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처음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어느새 뉴진스의 전곡을 스트리밍하고 플리(플레이리스트)를 따로 만들어 계속 듣게 되었다. 일할 때도 듣는다. 심지어 노래를 듣고 있지 않아도 머릿 속에서 자동재생이 됐다. 부르기 어려운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흥얼거린다. 유튜브로 무대 영상을 찾아보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뉴진스는 가랑비에 옷이 젖는 그룹이다. 금방 스며들어서 흠뻑 젖게 된다.
아무래도 과한 화장과 인위적인 컨셉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여성 청소년의 자유분방함을 맘껏 표현했던 것이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댄스는 말할 것도 없다. 뉴진스의 댄스 실력은 압도적이다. 타고났다. 안무를 보는 재미도 정말 쏠쏠한데 영상을 보면 뉴진스의 멤버들이 깃털처럼 정말 가볍게 춤을 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힘 빼고 편하게 추는 것 같지만 실제로 커버 댄스를 해보면 진짜 어렵고 체력적으로도 엄청 힘들다. 동작을 엄청나게 쪼개는 안무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려운 안무를 웃으면서 수행해야 하며 춤선도 살려야 한다.
뉴진스의 퍼포먼스는 확실히 과거 2000년대에 유행하던 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때만 하더라도 가수 비처럼 절도 있으면서 파워풀하게 추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뉴진스는 힘을 빼고 가볍게 춘다. 무엇보다 특유의 에너지와 청량감을 발산하고 있다. 리듬감 자체도 보통의 텐션이 아니다. 특히 <Hype boy> 안무는 챌린지가 유행할 정도로 따라 추고 싶은 요소들 잔뜩 갖고 있다. 안무 영상을 보고 있으면 묘한 쾌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댄스, 노래, 스타일, 컨셉, 멤버별 매력 등등 모두 것이 최상위 레벨이다. 걸그룹의 트렌드에 민감한 10~20대 뿐만 아니라 30~40대와 중년층까지도 뉴진스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일각에선 과거 1세대 걸그룹 S.E.S와 핑클의 컨셉까지도 구현하고 있는 것 같다는 감상평이 나오고 있다.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40대 여성 S씨는 평범한미디어에 “방송에서 우연히 뉴진스를 보고 빠져들게 되었다”며 “오히려 우리 아들과 남편에게 제발 뉴진스 음방 좀 보라고 권유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뭔가 지켜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응당 그래야 할 것 같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입덕의 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 나 역시 뉴진스의 세계에 푹 빠졌다. 딱 삼촌팬, 이모팬의 마음이다.
멤버들(김민지/다니엘/하니 팜/이혜인/강해린)은 글로벌한데 비주얼적으로 개성이 있으면서도 혼혈의 선이 드러나고 앳된 느낌이 있다. 특히 김민지씨(2004년생)는 에스파의 카리나씨(2000년생), 아이브의 장원영씨(2004년생)씨와 함께 4세대 걸그룹의 대표 비주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외에도 고양이상을 넘어 고양이 그 ‘잡채’로 불리고 있는 강해린씨(2006년생) 역시 엄청난 덕몰이를 하고 있다. 다른 멤버들 또한 각각의 매력으로 팬덤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끝으로 뉴진스도 이번에 신곡을 냈는데 곡명은 <제로>다. ‘코카콜라 제로’의 광고 음악인데 벌써 각종 음원 사이트의 상위권에 랭크됐다. 도입부부터 뉴진스의 청량한 노랫말이 랩처럼 쏟아지는데 익숙한 멜로디의 후렴 파트(코카콜라 맛있다)가 좀 의아하긴 했다. 그런데 CM송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봐줄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