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 낯설다

  • 등록 2024.11.29 17: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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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너무 가혹한 게 아닐까라는 말을 들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기와 부를 누렸고 전국민이 알고 있는 유명인이 되었다. 한윤형 논객은 이렇게 표현했다.

 

한편 또 한 번 생각해보면 연예인의 대중성이란 것은 사실상 대중에 의해 임의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분개를 마냥 비합리적인 것으로 말하는 것도 그 영역의 특성을 무시한 일이다. (물의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분개를 비합리적이므로 ‘부당’하다고 말한다면 해당 연예인이 누렸던 과거의 드높은 인기는 합리적으로 ‘타당’한 것일까. 어쩌면 이 문제는 ‘타당’과 ‘부당’의 영역과는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고 차라리 자기 일에 집중하라고 조언하지만, 톱스타의 일탈 이슈가 대중의 머릿 속에 자꾸 떠오르는 것은 합리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악플과 욕설에 가까운 배설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정우성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시간이 흐르고 이번 스캔들이 잊혀질 때쯤 꼭 정우성 배우가 다시 대중 앞에 당당히 나타나서 계속해서 연기 활동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진심이다. 평범한미디어 ‘크루’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과 이 주제로, 기획 시리즈 인터뷰 ‘박성준의 오목렌즈’를 진행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했는데 여느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서 그냥 별도의 기사로 출고를 하기로 했다.

 

 

사실 지난 일요일(11월24일 21시) 정우성 배우와 문가비씨 사이에서 혼외자가 있다는 뉴스가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사태가 커질 것이라 짐작하지 못 했다. 그러니까 혼외자 이슈로만 국한됐을 때는 정우성 배우를 옹호하는 여론과, 부정적인 반응이 비등비등했었다. 그러나 10년 넘게 사실혼 관계로 지내온 일반인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동시에 여러 여성들을 수없이 만나고 성관계를 맺어왔다는 여성 편력 문제가 제기됐다. 일면식도 없는 여성들에게 인스타그램 디엠을 보내 플러팅을 해왔다는 물증도 쏟아지고 있다. 그 이후로는 문가비씨 소생 어린 아들의 양육권을 사실혼 가정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로펌들을 수소문하고 다녔다는 정황이 제기되자 지지 여론은 완전히 사라졌다.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①문가비씨와의 관계에서 태어난 혼외자

②10년 가량 사실혼 관계로 지내온 비연예인 여성의 존재

③인스타그램 디엠과 스티커 사진 등 여러 여성들과의 즉흥적인 만남

④생모 문가비씨로부터 아들의 양육권을 뺏어오려는 시도

 

일단 정우성 배우와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가 인정하고 입장을 밝힌 지점은 ① 밖에 없다. 그리고 ②은 최지예 기자(텐아시아)와 안진용 기자(문화일보)의 취재에 의해 사실로 밝혀졌다. ③은 물증들이 쏟아지고 있다. ④은 로펌 직원이 지인과 나눈 카톡 대화 캡처가 커뮤니티에 나돌면서 사실상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너무나 디테일한 정보와 사실관계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우성 배우가 절도를 저지르고 사기를 치는 등 실정법을 어긴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와 평판이 있는 만큼 그의 위상이 한 순간에 추락할 수밖에 없는 맥락이 형성돼 버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연예인들의 사생활이야 늘 관심사가 되는 것이지만, 정우성 배우가 ‘결혼’을 하냐마냐 하는 결정까지 비난과 판단의 대상이 되고 있는 건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고 옹호해줬지만 타이밍상 적절하지 않다.

 

아이 낳은 부부가 이혼하는 게 허용되고 그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은 남녀가 혼인하지 않고 따로 사는 게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건가? 그럼 아이 낳고 결혼한 뒤 이혼하면 괜찮은 걸까? 애초에 그런 게 왜 판단과 평가의 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결심은 굉장히 실존적인 결정이다. 함께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불문하고 혼인을 해야 하고 동거의무와 부양의무를 지며 부부로 살아야 한다니. 왠지 숨이 막혀온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주장이다. 성인 남녀가 성관계를 해서 아이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결혼으로 직행해야 할 필요가 없고 옳지도 않다. 여성의 임신중절권이 전세계적으로 보장되는 추세로 가고 있고, 피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아이의 존재로 인해 발목이 잡혀 강제로 결혼하면 오히려 고통과 불행 티켓을 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번 논란으로 인해 ‘가족 형태의 다양성’과 ‘비혼 출산’ 문제를 두고 정책과 가치 토론의 장이 열렸다. 바람직한 현상이자 토론을 해볼만한 주제다. 박 센터장도 “사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어떤 문화를 좀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는데 생활동반자법과 같이 남녀의 결혼을 상정하는 정상가족 프레임을 뛰어넘어 다양한 가족이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다만 정우성 배우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이 커진 배경과, 해당 가치 토론의 과정은 완전히 분리해서 봐야 하고 섞지 말아야 한다. 비혼 출산에 동의하고 관련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정우성 배우의 행태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일 수 있다. 박 센터장은 “아티스트 컴퍼니의 또 다른 한축이었던 이정재 배우는 특정 재벌가 2세와 공개 연애를 했고 그렇게 되면 적어도 공인 커플이기 때문에 여러 여자들을 만나고 다닐 수가 없고 그럴 생각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정우성 배우는 이지아 배우와의 열애설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철저히 잘 숨기고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숨겨야 할 목적이 있었다. 여러 여성들을 동시에 많이 만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정우성 배우는 진지한 연애관계, 원나잇 성관계 파트너, 일시적인 연애관계 등등 여성들과의 관계 카테고리가 아주 다양했고 꼼꼼하게도 동시다발적이었다. 박 센터장은 “지금 나한테 느껴지는 이 사태의 임팩트는 어느 정도냐면 서태지가 이미 결혼을 했고 나아가 이혼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그 정도의 파급력이고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의 인상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성 배우가 친자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는 했으나 그를 둘러싼 여성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들이 남아 있다. 간통죄가 폐지된 만큼 법적으로 책임질 것은 없는데 인간적으로 신뢰를 무너뜨리고 큰 상처를 입힌 도의적인 책임이 막중하다. 그동안 정우성 배우한테 가지고 있었던 기대치가 무너졌다는 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연애와 결혼 문제는 사생활이 맞다. ‘바람을 핀다’로 수렴되는 여러 파트너를 동시에 만나는 문제도 사실 사생활이다. 그러나 피해를 본 당사자의 배신감은 그 어떤 아픔보다 크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교제하던 사람과 좋게 이별한 것이 아닌 경우 손쉽게 폭로의 대상이 되는 것도 당사자가 “어떻게든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실체를 알게 됐을 때 당사자가 느끼는 처참한 심정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러한 ‘이중 연애’가 일반 상식과 최소한의 배려 차원에서 비난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래서 유명한 연예인이 환승연애 논란만 일으켜도 전국민적인 논쟁의 대상이 된다. 올해 3월만 해도 류준열 배우가 혜리 배우와 이별한지 얼마 안 돼서 바로 한소희 배우와 연애를 한 것이 아니냐는 환승연애 논란으로 떠들썩했다. 2007년 누구보다 잘나갔던 가수 아이비가 양다리 논란으로 수년간 방송에서 얼굴을 비추지 못 할 만큼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대중 정서가 존재하는 것이며, 홍상수-김민희 커플이 여전히 “불륜”으로 조롱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시 말하지만 ①까지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적으로 ②③ 수준만으로도 정우성 배우가 연예인 생활 최대 위기를 맞이하기에는 충분한 조건이 되고도 남는다. 정우성 배우는 잘 놀고 바람기 가득한 연예인 이미지라서 “그럴 사람이 그랬네”라는 패턴으로 이어지는 케이스가 전혀 아니었다. 탑배우로서 본업을 착실히 수행하는 걸 넘어 성품, 가치관, 사회참여, 외모 등등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고 훌륭한 이미지였다. 스포츠조선에서 연예부 기자 활동을 했던 유튜버 이진호씨(연예 뒤통령 이진호)는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정우성 배우를 현장에서 보면 어떤 느낌이냐면, 내가 여태까지 취재를 하면서 영화배우들을 굉장히 많이 만났는데 정우성 배우는 대한민국 3대 미남 중 1명이다. 제일 잘생기고 멋지다. 여성 기자들이나 관계자들이 다 어떻게 보냐면 (고개를 들고 와~) 그냥 거의 빠져들듯이 본다. 그런 시선을 받는 사람도 디엠을 통해 플러팅을 하더라. 정우성 배우 파묘가 되고 있다. 계속해서 디엠이 나오고 있다. 굉장히 치명적이다. 왜냐면 사실 디엠 개인적으로 보낼 수 있다. 이런 내용들이 결과적으로 이번 문가비씨와의 혼외자 이슈 이후로 나도 받았다. 나도 받았다. 이렇게 나오고 있으니까. 디엠을 보냈다는 것은 불특정 다수 여성들에게 보냈다는 거고 결과적으로 정우성 배우가 현재 떨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여자들 좋아할 수 있고 플러팅 할 수 있다. 이것 가지고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유명 연예인으로서 솔직히 말해 쪽팔린 것은 어쩔 수 없다. 사실 정우성 배우가 (알려지기 전까지) 솔로이고 유부남도 아니기 때문에 사실 디엠을 통해 만날 수도 있다. 내가 놀랐던 것은 그거다. 정우성 배우가 한 마디만 하면 냉철했던 여성 기자들도 온화해질 정도로 친절해졌다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우성 배우가 온라인에까지 진출했다는 게 굉장히 놀랍다.

 

 

결론적으로 박 센터장과 박효영 기자는 이번 정우성 사태에 대해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의견 합의를 봤다.

 

지금 그러니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냐면 정우성 배우가 30여년간 쌓아왔던 그런 커리어들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부분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정우성 배우는 사석에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속깊은 성격을 갖고 있고, 유엔 난민기구 홍보대사를 오래 하면서 단순히 얼굴마담 역할을 넘어 해당 문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인들을 설득할 정도로 뛰어난 사고를 갖고 있었다. 항상 겸손하고 진중한 모습이기도 했다. 과거 연인 이지아 배우를 배려하기 위해 떨리는 입술로 말을 하던 그의 모습이 여전히 선하다. 그런 그가 인스타 디엠으로 원나잇 상대를 찾고 있었다. 본래 파트너와 세컨드, 서드까지 있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원나잇 러브를 갈구하고 있었다.

 

나아가 박 센터장은 “정우성 배우에게 딱 2가지만 부탁을 드리고 싶다”며 아래와 같이 주문했다.

 

먼저 사실혼 관계 여부를 인정하든지 아니면 부인하든지 확실하게 해달라. 사실혼도 법과 판례로 인정되기 때문인데 그간 본인의 행동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리고 두 번째는 문가비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 양육비 지원을 비롯 최선을 다해 책임을 져야 한다. 면접교섭권도 성실히 이행해서 자주 찾아가서 만나야 한다. (소문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혼 가정으로 가져오려는 등의) 양육권 관련 법적 대응은 하지 않아야 한다.

 

한편, 사실혼 파트너가 문가비씨에 대해 상간녀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지 그 여부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강전애 변호사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서 “일단 가능은 한데 이거는 문가비씨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라며 “정우성 배우한테 법률혼이 아니라 사실혼 관계 정도의 그런 여성이 만약에 있었다는 것이고, 근데 다른 여성과의 관계로 인해서 아이가 출산까지 됐다는 것이라면. 사실혼 관계에 대한 파탄의 책임이라든지 이런 거를 물을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만약 문가비씨가 정우성 배우에게 사실혼 관계의 여성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정우성 배우가) 전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면 청구를 하더라도 민사는 누구나 청구를 할 수 있는 거니까 청구했다고 해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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