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쩍 마른 맹수들 ‘부경동물원’과 '김해시'의 만행

  • 등록 2023.06.23 06: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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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다정·박효영 기자] 지자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민간 동물원을 폐쇄해달라는 요청글이 올라왔다. 동물 관리가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인데 아이를 데리고 동물원에 방문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였다는 게 글쓴이들의 목소리다. 동물원 운영자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옹색한 변명에 불과했고 실제로 동물 관리가 허술한 수준을 넘어 처참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냥 동물원에 가보면 얼마나 심각한지 누구나 체감할 수 있다.

 

 

요즘 경남 김해시 홈페이지 게시판은 관내 유일한 동물원인 '부경동물원'에 대한 원성으로 뜨겁다. <시장에게 바란다> 코너에 올라온 부경동물원 관련 민원 게시물만 43건에 달한다. 이중 35건이 올 6월에 작성된 게시물들이다.

 

서로 다른 김해시민들이 굳이 본인 인증을 해서라도 부경동물원의 행태를 고발하고 있는 것인데, 시민들은 수많은 상황들을 나열했다. 이를테면 △털을 제때 밀지 못 해 덥수룩한 양들의 상태가 심각하고 △사자들은 너무 삐쩍 말랐고 △캥거루는 근육이 아예 없는 수준이라 뛰지도 못 하고 있고 △사파리 입구부터 악취가 풍기고 있고 △사슴은 피부가 벗겨져 있고 △맹수들이 있는 실내 사육장은 햇빛이 차단돼 있으며 7평 남짓의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흑표범, 호랑이, 사자 등은 갈지자(之)를 반복하고 어슬렁대는 이상 행동을 보이고 있다.

 

사자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고 먹이 체험을 통해서만 동물들이 먹이를 먹고 있는 것 같다.

 

A씨는 “아이에게 동물을 보여주러 갔다가 연민과 안타까움만 생겨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밝혔고, B씨는 “현재 저런 상태의 부경동물원은 너무나 참혹하다”고 묘사했다.

 

먹이 주는 공간으로 손가락 넣지 말라고 강화유리창에 사인펜으로 적어 놓았던데 여러 동물원을 다녀봤지만 오늘을 잊지 못 할 것 같다.

 

네이버 육아 인플루언서 지야월드는 본인의 블로그에 아래와 같이 적었다.

 

8년 전 다녀왔던 김해 부경동물원이 생각나서 가봤는데 그때도 허름하다고 후기를 썼었는데 과연 지금은 어떨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악이다. 8년 전에 왔을 때보다 관리가 더 안 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실내외가 있는데 실내 동물원은 동물들이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잔뜩 받고 나왔다.

 

 

부경동물원은 2013년에 개장한 경남 지역 유일무이 민간 동물원이다. 오픈 초기에는 김해는 물론 창원과 부산에서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많았을 만큼 꽤 인기를 끌었다. 부경동물원은 실내외에서 30여종 100여마리의 동물들을 사육하고 있는데, 설립자 김준 대표는 코로나 3년간 관람객이 급감해서 기존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고 그 여파로 인력을 줄였다고 볼멘소리다. 원래 10명이었던 직원이 현재는 4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관리 소홀은 불가피하고 그럼에도 “악덕 업주” 소리를 들을 만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동물원 운영이 어려워서 직원을 줄였으나 동물을 굶긴 적은 없다. 동물을 학대하는 악덕 업주가 아니다. 야생 사자 수명은 15년에 미치지 못 한다. 삐쩍 말랐다고 하는 사자는 2006년생으로 사람으로 치면 100살 정도 된다. 너무 늙어서 말라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핑계는 거짓에 가깝다. 코로나 이전에도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부경동물원은 개장 직후부터 동물 관리가 부실하다는 관람객들의 지적을 수없이 들었다. 실제 <시장에게 바란다>에는 2013년, 2015년 각각 작성된 부경동물원의 실태를 고발하는 게시물 2건이 올라와 있다. 여러 근거 사진들까지 첨부돼 있는데, 부경동물원은 2015년에도 “처참할 정도로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곳이다. 특히 2015년 11월 방송된 SBS <동물농장> ‘게잡이원숭이 삼순이편’에서는 개인이 기르던 희귀종 원숭이가 부경동물원에 보내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부경동물원의 실태를 알고 있는 시민들은 삼순이가 그곳으로 가는 것 자체를 굉장히 우려하기도 했다. 

 

 

그동안 김해시는 시민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대해 김준 대표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핑계를 대거나 소극적인 조치로 일관해왔다. 사실상 공범 관계 또는 뭔가 커넥션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도 등장했다. 김해시의 입장 변천사를 살펴보면 먼저 2013년에는 동물의 사육환경과 관리 문제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이 전혀 없는 실정이라 향후 동물원법이 제정되면 행정 지도를 하겠다는 식이었고, 2015년이 되니 담당 부서(수질환경과 화포천습지팀)에서 동물병원 원장과 공중수의사를 대동해서 현장 답사를 가서 확인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반응했다. 2021년에도 현장 점검을 나갔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었고 다만 “동물원 시설과 사육환경은 방문객의 눈높이에 다소 못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단서를 달았다. 정말 방문객의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은 걸까? 그게 아니라 남녀노소 전국에 살고 있는 그 어떤 일반 국민들이 방문해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최근 동물들의 건강, 위생 등 관리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수의사와 함께 해당 동물원을 방문한 바 있으며 당시 동물의 건강이나 사육장 위생 상태에 특별한 문제는 없음을 확인하였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 역시 부경동물원에 대해 “동물들의 사육 상태가 전반적으로 열악한 편”이라고 진단했으며 “열악한 환경의 동물원을 폐장시키고 각 권역별로 남은 동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발에 말발굽이나 말랑한 살이 있는 초식동물은 흙이나 풀을 밟아야 하는데 부경동물원은 시멘트 바닥이다. 먹이도 사육사가 일정한 시간과 양을 정해 규칙적으로 급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크다. 식수통 관리도 전혀 돼 있지 않고, 관람객과 전시 동물과의 거리도 너무 가깝다. (대형 포유류의 서식 환경이 심각한 상황인데) 동물이 제자리를 계속해서 맴도는 등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일종의 상동증이 부경동물원 내 사육 동물에게 나타난 것이고 사람도 좁은 공간에 몇 년씩 가둬두면 미쳐버리는데 저런 사육 환경은 야생동물의 정신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해시는 2021년부터 대놓고 동물원법(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이 되지 않아 어쩔 수가 없다는 책임 회피로 나아갔다. 즉 “동물들이 좁은 우리에서 생활하는 것과 관련 동물복지 사항은 법률에 따라 등록제라서 발생하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식이다. 그런데 2022년 11월 동물원법이 개정(등록제에서 허가제)되자 김해시는 심지어 세계 주요 선진국의 동물원 관리 현황과는 달리 한국의 일반적인 동물원 관리가 선진적이지 못 하다는 불필요한 사족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과거 국내 대부분의 동물원이 그렇듯이 주요 선진국에서는 20세기 중반 거의 철거한 감옥형 동물 전시관으로 좁은 면적, 콘크리트 바닥 등 관리 편의 중심 전시시설로서 동물 생태에 대한 고려가 없어 동물 복지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환경부는 동물원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전문적 관리체계 구축, 야외 방사장 확보 등 서식환경 개선, 동물복지 향상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2020년 말 '동물원 관리 종합 계획' 수립 및 동물원법 개정을 추진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아직까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올 6월 들어서 민원 게시물이 폭증하자 김해시는 ‘다량민원게시판’으로 이동하는 링크를 첨부하는 방식으로 똑같은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해시가 낸 최종 입장문의 골자는 아래와 같다.

 

①위촉 수의사와 함께 매월 방문해서 동물들의 건강을 점검하고 있다.

②최근 점검에서 동물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③다만 나이 많은 숫사자(20년) 등 일부 노쇠한 동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부경동물원측에 이전 또는 폐쇄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④사유재산인 민간 동물원에 대해 김해시가 강제 폐쇄 등의 처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⑤나아가 부경동물원이 아무런 대안 없이 폐업하면 도리어 보유하고 있는 동물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실상 김해시는 ④의 측면에서 지자체가 강제 조치를 취할 수가 없으니 부경동물원이 자발적으로 폐업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김준 대표가 계속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속내를 갖고 있다. 그러나 개정된 동물원법에 따라 신규 동물원이 관내 광역단체장의 허가를 받아 개장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미 등록된 동물원 역시 6년 이내에 다시 허가 기준을 갖춰서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기준에 미치지 못 하면 동물원을 접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해시가 의지만 있다면 경상남도에 협조 요청을 해서 부경동물원측에 강제 폐업을 전제로 사태 해결을 압박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김해시는 이런 지점을 인식하고 있는데 “개정된 동물원법에 따라 부경동물원이 법 시행 유예기간 내 허가 요건을 갖추도록 하고 만일 미이행시 등록(허가) 취소하도록 하겠다”고 버젓이 밝힌 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해시의 조치가 이토록 소극적인 배경에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12월 김해시는 부경동물원을 노골적으로 편들어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부경동물원측은 현재 경영난으로 운영이 어려우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수입한 주요 동물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먹이 공급만은 차질 없이 하고 있으며 일부러 학대하거나 방치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 부경동물원만 열악한 것은 아니다. 지방에 있는 여러 동물원들의 허술한 동물 관리 행태가 종종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동물원은 철저히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여러 마리의 야생 동물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만족스럽게 살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동물들이 보살핌이라는 명목 아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각 종마다의 특성을 고려하여 먹고 움직이고 쉴 수 있는 규모의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시장에게 바란다>에 게시물을 올린 시민 C씨는 간절한 마음으로 김해시에 아래와 같이 호소했다. 

 

야생의 동물들을 인간의 이기심으로 잡아 와서 진열해놓는 것은 이미 기본적으로 동물학대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동물들이 고통당하지 않으면서 갇혀살도록 최소한의 환경은 동물들의 생태환경에 맞게 마련해주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는 용인 에버랜드와 서울 어린이대공원이 그나마 선진국의 생츄어리에 가깝도록 동물들의 야생 생태환경에 맞게 조성해놓은 동물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해시에서 부경동물원의 동물들을 위해 그런 환경을 갖춘 동물원을 조성한다면 전국적인 어쩌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찬사를 받을 일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 저런 상태의 부경동물원은 너무나 참혹하다. 저런 상태를 개선시킬 의지가 없다면 오로지 폐쇄 조치만이 동물들을 살리는 일이고 그 또한 존경받을 일이라 여긴다. 부디 부경동물원의 현재 상황을 방치하지 말아달라.

박다정·박효영 기자 pyeongbu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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