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6번째 글입니다. 김철민씨는 법학과 관광을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면서, 회사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인의 삶을 주제로 글을 써볼 계획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벌써 설 연휴가 끝났고 날씨마저도 조금씩 봄이 찾아오는 듯 조금 따뜻해진 것 같다. 하지만 나의 봄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산전수전 6번째 글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해드릴까 고민했는데 건강 문제를 다시 꺼내보려고 한다. 지난편에서 소장암 수술 이력과, 올 새해벽두부터 청천벽력 같은 심장판막 역류증 진단을 받아 고생했다는 사실을 알려드렸는데 이게 다가 아니다. 나의 건강 적신호는 여전히 깜빡이고 있다.
언젠가부터 오른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이명과 이충만감이 느껴졌다. 심한 어지럼증과 두통도 동반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왔다. 급하게 동네 이비인후과로 갔다. 담당 의사는 내게 “작년 9월 무렵 이관염으로 내원했을 때보다 급격하게 청력이 저하되어 있고 30대 남성 평균 청력에도 못 미친다”고 진단해줬다.
돌발성 난청이 의심되며 진료 의뢰서를 써줄테니 상급 종합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길 바란다. 특히 돌발성 난청은 골든타임 2주 이내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청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일주일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의뢰서를 들고 이비인후과를 나서는데 정말 참담했다. 왜 또 나한테? 좌절감이 들었다. 그래도 칠전팔기! 정밀검사 받고 제때 치료를 받으면 금방 나아지겠지.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다. 그렇게 1월말 상급 병원으로 향했다. 순음청력검사와 어음명료도검사 등 각종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돌발성 난청이 맞는 것 같다”는 소견을 들었다. 아뿔싸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골든타임 2주를 놓쳤던 것이 뼈아팠다.
골든타임 2주를 넘겼다. 예전처럼 청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그래도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2주분 처방해 줄테니 복용해보고 그때 가서 다시 검사해보자.
마치 시한부 선고와도 같은 2주! 2주간 스테로이드제를 꼼꼼히 복용했다. 불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청력이 나아지길 소원하며 정말 신이란 신은 다 찾았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 했다. 추가적인 고용량 스테로이드제 처방이 무소용일 만큼 청력 회복의 가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됐다. 엎친데 덮친격 ‘메니리에르 증후군’도 의심된다고 했다. 이명 완화약을 처방 받고 병원 문을 나왔는데 정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여기까지 설 연휴 직전의 일이다.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을 만나야 하는데 내 건강 문제를 또 말씀드려야 하는 건지 막막했다. 서러웠고 눈물이 났다.
청력과 함께 발목 인대도 문제를 일으켰다. 작년 10월 근무 도중 왼쪽 발목 인대가 부분 파열되는 사고를 당했는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 했었다. 확실히 완치하지 못 했던 탓에 통증이 다시 도졌다. 정형외과에 방문했는데 의사가 관절염으로 인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는 소견을 냈다. 나만 삼재란 삼재는 다 겪는 것일까? 불행과 비극은 항상 나의 몫일까? 정신 차리고 수습을 해야 한다. 연초부터 이중, 삼중, 사중의 건강 문제가 겹쳤으니 더 이상 현재 다니고 있는 웨딩업체 근무와 대학원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웨딩업체 근무는 2월까지만 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물론 돈을 벌어야만 한다. 학비가 한 두푼이 아니다.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다간 내 몸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비명횡사의 두려움마저 엄습하는 지경이니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대신 학업(법학 석박사통합과정+호텔관광경영학 박사과정)은 지속하기로 했다. 사실 이런 몸상태로 두 대학원에 다니는 것도 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업 만큼은 나중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이어가고 싶었다. 절대 중단하지 않고 싶다. 평범한미디어 독자들의 힘찬 응원이 필요하다. 상이한 법학과 관광 분야에서 동시에 박사학위를 따려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대신, 격려와 박수를 부탁드린다. 양력과 음력 모두 새해가 밝은지 오래됐지만 독자들 모두 올 한해 복 많이 받길 바라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길 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