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8번째 글입니다. 김철민씨는 법학과 관광을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의 길을 걸어왔고, 파란만장한 경험들을 쌓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인의 삶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생생한 삶의 기록을 기대해주세요.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3월은 학생들에게 새 학기가 시작하는 달이다. 산전수전(山戰水戰) 8번째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 역시 새학기를 맞이했다. 2개 전공 박사과정으로 두 곳의 대학 캠퍼스를 밟게 됐다. 법학(성균관대 석박사통합과정 3학기)과 관광학(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박사과정 1학기)인데 후자는 첫 학기라서 긴장이 좀 된다. 무엇보다 어떤 지도교수와 함께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다. 홈페이지로 전임 교수들을 탐색했고 그중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석사 때 관광과 메타버스를 접목해보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었는데 마침 ‘메타버스 관광’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는 교수님이 있었다. 그분께선 세종대 관광혁신연구소 소장이었으며 연구소 차원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이 당연히 직진했고 ‘오케이’ 답변을 받았다. 기존에 다니고 있던 웨딩업체를 퇴사했던 만큼 생활비가 없어 막막했는데 내게 기가 막힌 기회까지 제공해주셨다.
연구원 자리가 하나 비었는데 들어와주길 바란다. 연구소에 들어와서 연구에만 매진한다면 RA(연구조교) 장학금과 인건비를 지원해줄게.
물론 교수님께선 내가 타학교 대학원 생활을 병행(이중학적 가능)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달갑게 여기지 않으셨다. 전혀 다른 전공 분야를 동시에 공부하는 일이 너무나 힘들고, 관광학에만 집중해서 논문을 쓰는 것도 버거운데 과연 둘 다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스러웠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교수님께선 나의 이중학적 상태를 받아들여주셨으며 아래와 같이 말씀하셨다.
이미 다른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우리 학교에도 벌써 등록을 마쳤으니까 어쩔 수 없지. 뭐 휴학이나 자퇴하라고 말하진 않을게. 다만 연구소에 들어와서 내 제자가 됐으니 우리 연구소 일에 최대한 집중해줬으면 좋겠어.
교수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폐 끼치지 않고 싶다. 부단히 노력하고 연구하겠노라!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리고 계속 되새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법학 공부를 소홀히 할 순 없다. 주간에는 연구소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퇴근 이후에는 법학 공부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 같다. 과제는 산더미고, 논문 준비도 벅찰 거고, 공부량도 한도 초과일텐데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다. 개인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잘 조율해서 데드라인 안에 과제 제출 100%를 달성해볼 것이라고 평범한미디어 독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한다.
교수님과 관광학 석사학위를 받았던 대학과 지도교수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적잖이 놀랄만한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 〇〇〇 교수가 석사 지도교수였어? 안타깝지만 그분 마카오에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 그 소식 들었니?
사실 안 좋게 헤어졌어서 석사 졸업 이후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다. 이런 비극이 있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유족들이 일일이 연락을 돌리지 못 했고 그래서 이제야 알게 됐는데 가슴이 정말 먹먹하고 미어졌다. 머릿 속은 백지상태가 되었다. 안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논문 작성법 abc는 물론, 연구자로서 첫발을 내딛을 수 있는 모든 걸 가르쳐주셨는데 너무나 허무했다. 다수의 논문을 쓸 수 있었던 것도, 학술대회에서 우수 논문으로 상을 탈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찾아 뵙고 응어리진 것을 풀 작정이었다. 이제는 불가능하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좀 더 빨리 용기 내서 찾아 뵙지 못 한 점이 한스럽고 죄송스럽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못난 제자를 용서해주고 편안히 잠드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