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조기 대선에서 유일한 진보 대통령 주자로 나서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선거운동과 메시지를 대선이 끝나는 날까지 시리즈로 보도해보려고 합니다. 평범한미디어는 폭력적인 거대 양당체제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며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과 ‘비양당 소수정당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다룬 바 있습니다. 이미 기성 매체들은 양당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 과잉 보도를 하고 있는 반면 권영국 후보에 대한 보도는 너무나 미약합니다. 평범한미디어라도 권 후보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의 평범하지 않은 선택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아직 주말이 남았지만 이번주가 마무리되고 있다. 기사를 쓰고 있는 시점은 5월16일 금요일 저녁이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이번주부터 시작됐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우선 일정표부터 살펴보자.





언론 인터뷰 6개를 비롯 간담회, 공약 발표, 정책 협약식, 토론회, 선거 유세, 행사 참석 등등으로 바쁜 한 주를 보냈다. 권 후보는 틈틈이 현안들에 대한 메시지를 하루 평균 5~6개씩 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일정은 월요일(12일) 자정이 넘는 시각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그 순간 고공농성장에 올라간 것이다. 그곳에서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과 만났는데 권 후보는 “세종호텔 (노동조합) 고진수 지부장 해고노동자인데 90일 가까이 고공농성 중이다. 늘 아래에서 봤기 때문에 걱정도 되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고공에 올라와야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걱정되고 아무튼 만나게 돼서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대선 구도와 언론 주목도를 양당 후보가 빨아들이고 있는 와중에 권 후보가 잠깐 조명을 받는 일이 있었다. 수요일(14일) 낮 일본군 성노예제 규탄 수요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권 후보는 현장에서 망언으로 방해하고 있는 극우 집회시위자들을 향해 아래와 같이 소리쳤다. 언론 보도들도 꽤 이뤄졌는데 권 후보의 외침을 날 것 그대로 옮겨본다.
네 이놈! 조용히 하지 못 할까! 감히 전쟁 범죄의 피해자를 모욕해? 너희들이 인간이야! 양심을 가진 인간이냐 말이야! 그리고 경찰에게 이야기한다. 집회를 방해하고 있는 저 인간 이하자들을 왜 방치하고 있는 건가? 당장 집회시위 법률 위반으로 현행범으로 체포하라! 간단히 이야기한다. 5.18 민주화운동을 명예훼손 하는 자들 처벌하는 법이 있지 않는가? 여러분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일제 성노예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법을 반드시 만들겠다. 그리고 일본의 사죄를 반드시 받아내겠다. 여러분!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이 아닌가? 여러분! 돌아가신 이옥순 할머니께서 뭐라고 얘기했는가? 끝까지 싸우겠다고 얘기하지 않았는가?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싸우겠다. 정말 오래 사십시요! 사죄를 받아낼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
현장 영상을 꼭 직접 봤으면 좋겠다. 권 후보의 진면목을 임팩트있게 느낄 수 있다.
권 후보는 일찌감치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중에서 4번 공약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 어떤 대선 후보들도 얘기하지 않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논의되었고 온갖 유언비어와 편견이 대부분 논박되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거대한 기독교 표심 눈치를 보며 “나중에”와 “국민 공감대”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권 후보는 금요일(16일) 오후 중앙당사에서 무지개행동(전국 49개 성소수자인권단체 연대체)과 만나 “내란 수괴 윤석열은 파면됐지만 그가 남긴 혐오 정치는 아직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면서 “인권과 존엄의 가치를 다시 되살리는 것이 내란 청산”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관련 5대 공약으로 △성소수자 국정 과제 마련 △차별금지법 제정 △혼인 평등과 동성혼 법제화 △트랜스젠더 성별인정법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등을 발표했다. 하루 전 목요일(15일)에 관련 메시지를 내기도 했는데 권 후보는 “이제 더는 국민적 합의나 나중에로 미뤄서는 안 된다”며 아래와 같이 설파했다.
지난 5월7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대한민국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권고를 담은 견해를 발표했다. 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인종차별 현실과 혐오 확산에 대한 위원회의 깊은 우려와 비판에 공감한다. 무엇보다 위원회는 대한민국이 협약 제1조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정의하고 금지하는 법률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적·사적 영역에서 인종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입법을 즉시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나는 이미 성별, 장애, 인종, 나이, 학력, 성적지향, 고용형태,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유엔 조약기구들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는 2007년부터 시작되어 반복되었고, 이번 권고는 벌써 14번째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우리 사회의 심화되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평등으로 나아갈 출발점이다. 더 이상 제정을 미룰 어떤 이유도 없다. 사실 차별금지법 제정은 1997년에는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고, 2006년엔 노무현 정부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하기도 했다.
권 후보는 금요일(16일) 저녁 앞서 나열한 ‘성소수자 정책’을 별도로 정리해서 다시 한 번 발표했다. 그러면서 “광장이 만드는 무지개 수호대 앨라이 대통령 후보 권영국이다. 성별 고정관념으로부터 모두가 자유로운 나라, 성적 지향으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 내가 광장을 지켜낸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또 하나 너무나 민감해서 누구 하나 화끈하게 발표하지 못 하는 공약 분야가 있는데 바로 ‘성평등 여성 정책’이다. 페미 후보로 낙인찍히는 것이 두려운 대선 주자도 있고, 대놓고 안티페미를 내세우고 있는 후보도 있는 이번 대선판이다. 권 후보는 화요일(13일)에 별도로 여성 공약과 메시지를 냈다.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나는 페미니스트다. 당당하게 말씀드린다. 나는 여성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나라, 성별 고정관념으로부터 모두가 자유로운 나라, 성적 지향으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를 꿈꾸는 페미니스트다. 경북 경주에서 활동할 당시 성폭력상담센터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한 바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반여성주의 포퓰리즘으로 탄생했다. 정치가 나서서 쌓은 혐오와 배제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더 많은 폭력과 차별로 몰아갔다. 결국 계엄과 극우세력의 등장으로까지 이어지며, 우리 민주주의에 공포와 충격을 가져왔다. 페미니즘 없는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광장을 채운 응원봉은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빛이었다. 안전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었고, 그곳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다시 만난 세계’의 희망을 불렀다. 국회로, 여의도로, 남태령으로, 한남동으로, 거통고지회와 세종호텔 고공농성장으로 달려와 준 2030 여성들이 민주주의를 지켰다.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2030 여성들이 12.3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는데 이들을 위한 공약은 없느냐는 언론인의 질문을 받고도 “빛의 혁명은 모든 국민이 함께했다. 국민이라는 거대 공동체 모두의 성과”라고 답하며 여성들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주식 전 직썰 편집장은 “탄핵이 국민 모두의 성과라는 이 후보의 답변은 옳다”면서도 “2030 여성이라는 질문의 강조점을 피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오히려 질문의 주어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말하기가 난해하고 부자연스럽다는 점에서 답변의 요지는 젊은 여성의 활약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 표현으로 읽힌다”고 비평했다. 권 후보도 “막상 대선이 시작되자 여성의 목소리는 지워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광장의 주역이 여성이라는 말을 애써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권 후보가 별도로 발표한 여성 공약은 △여성가족부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강화 △차별금지법을 비롯 시민동반자법·혼인평등법·비혼출산법 제정 △비동의강간죄와 낙태죄 대체 입법 추진 △성평등부 산하에 데이트폭력·가정폭력·스토킹범죄·디지털성범죄 등 여성혐오 범죄 전담 부서 설치 △민법상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기 △임금 격차 해소와 돌봄지원 확대로 유리천장 없는 성평등 노동 실현 △포괄적 성교육 도입△여성 후보 공천 비율 의무화 등이다. 구체적인 여성 공약 발표문 전문을 확인해봐도 좋을 것 같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후 공약’ 역시 다른 후보들의 관심사에 들지 못 하는 비인기 공약 중에 하나다. 덜 타고 덜 쓰고 덜 만들어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기후위기 대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여전히 신기술과 ESG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기후 정책을 갈음하고 있다. 권 후보도 녹색당으로부터 혹독한 피드백을 받았는데 “제시된 기후 공약의 전반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해서 새롭게 발표했다. 녹색당은 기존에 정의당과 긴밀히 협력하며 연대활동을 벌여왔지만 이번에 권 후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 선언을 공식화하기 보단, 실제로 기후 정책을 검토한 뒤에 임시전국위원회를 열고 권 후보 지지 방침을 공식 승인했다. 원래 기존에는 미래당, 녹색당, 정의당이 축적해왔던 정치 연대의 파트너십이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에는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의 ‘진보 3당’ 신호등 연대로 전환됐다. 녹색당이 사회대전환 연대회의에서 선출된 단일 대통령 후보로서 권 후보를 공식 지지하게 됨에 따라 진보좌파 진영이 총결집해서 이번 대선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관련해서 화요일(13일) 저녁 녹색당이 주최한 <기후녹색 정책 토론회>에 권 후보를 초대해서 기후 공약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구준모 집행위원(기후정의동맹)은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화석자본주의를 유지하려는 세력, 거기에서 벗어나는 녹색자본주의로 이행해야 한다는 세력, 그리고 녹색자본주의마저 시장화와 민영화 부정의와 불평등을 존속시키고 악화시키기 때문에 그것을 넘어서는 체제 전환. 생태평등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세 세력의 각축과 구도 속에서 정세가 이뤄지고 있다.
구 위원은 “(기존에 발표한 권 후보의 기후 공약이) 민주당보다 약간 더 녹색, 약간 더 진보적 색채로 보이고 큰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동일한 스펙트럼상의 농도 차이가 아니라 생태평등 사회를 열어가기 위해 어떤 것을 핵심 의제로 제시할 것인지, 질적으로 다른 기반과 비전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권 후보는 “녹색당과 녹색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연대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정책 개입력을 높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녹색당이 갖고 있는 고유 전문 분야와, 업데이트된 운동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그런 게 있을 것이다. 각 정당이 초점을 두고 있는 부분에서 차이점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이 좀 더 제대로 소통되고 개입하면서 계속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반대로 부탁하고 싶은 것은 지금 현재 제출된 걸 평가해서 여기에 대해 지지 여부를 단정해버리면 실제 우리가 변화가능성에 대한 것들 즉 후보로서는 녹색당이 갖고 있는 정책의 전문성과 운동의 가장 최전선에 있는 이런 점을 충분히 소화해내지 못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민주노동당과 녹색당이 서로 비전을 침투해서 그것을 공통의 지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냐. 고민해봐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이 자리가 중요한 시간이 된 것 같다.

녹색당의 엄격한 피드백을 받고 권 후보는 목요일(15일) 저녁 새로운 기후 공약을 발표했다. 이를테면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탈탄소 에너지 전환 완성 △사회공공성 강화로 기후위기 시대 모두의 안전하고 안정된 삶 보장 △무분별한 토건 개발 사업 중단하고 인간을 포함 모든 지구 생명의 생태계 수호 △기후위기와 지역 불평등 심화하는 개발 사업 중단하고 비도시권 주민의 존엄한 삶 회복 등등 일종의 캐치프레이즈 형식으로 제시됐다. 내용이 많고 구체적인데 꼭 전문을 체크해서 널리 퍼트려주면 좋을 것 같다.
민주노동당은 기후대응의 방향을 갈아엎겠다. 기후정의 원칙 아래 국가가 책임지고 사회공공 정책을 강화하여, 신속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기후 위기로부터 모두의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어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