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은 ‘첫 토론회’에서 무슨 말을 했을까?

  • 등록 2025.05.19 23: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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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조기 대선에서 유일한 진보 대통령 주자로 나서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선거운동과 메시지를 대선이 끝나는 날까지 시리즈로 보도해보려고 합니다. 평범한미디어는 폭력적인 거대 양당체제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며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과 ‘비양당 소수정당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다룬 바 있습니다. 이미 기성 매체들은 양당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 과잉 보도를 하고 있는 반면 권영국 후보에 대한 보도는 너무나 미약합니다. 평범한미디어라도 권 후보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의 평범하지 않은 선택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지난 18일 20시 드디어 대선 본선 TV 토론이 처음으로 열렸다. 2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시작하자마자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번 토론회의 대주제는 ‘경제 분야’이지만 권 후보는 김 후보를 “이쯤 되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대리인 아니냐”며 “석고대죄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명분으로 이어붙일 수도 있지만 사실상 김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윤석열씨가 12월3일 내란의 우두머리라는 사실은 인정하는가?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군을 동원한 내란 기도 그 책임 인정하는가? 그리고 그 계엄이 이 나라 경제에 비수를 꽂았다는 사실. 자영업자, 소상공인, 관광·소비·투자 모든 흐름을 끊었다는 사실 인정하는가?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부 장관이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 윤석열을 감싸며 대선에 나왔다. 탈당하라는 말도 못 했고 뜻대로 하라고 조아렸다. 그 대가로 윤석열 지지 선언 받으니 기쁜가? 이쯤되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대리인 아닌가? 윤석열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인데 무슨 자격으로 나왔는가? 분명히 말한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하고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중간에 김 후보가 답을 하려하자 권 후보는 말을 못 하게 막고 강렬한 단어들을 연신 내뱉었다. 초반부터 화끈한 공격수의 모습을 보였다. 흡사 2012년 대선에서 구 민주노동당 이정희 후보가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트리기 위해 나왔다”고 몰아붙였던 장면이 오버랩됐다. 물론 민주대연합 프레임이 정당성을 얻었던 13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고, 이정희 후보는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하며 중도 사퇴했지만 권 후보는 진보좌파 단일 후보로서 대선 완주를 공언한 상황이다.

 

권 후보는 김 후보에겐 매서운 ‘공격 기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겐 진보적인 정책 이슈들을 채택할 것이냐는 ‘확답을 받아내려는 기조’였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겐 ‘외면 기조’였다. 이를테면 권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광장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면서 과거 언더독일 때와 달리 현재 주류 후보로서 우클릭 보수화되고 있는 움직임을 지적했다. 경제 정책이 우클릭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부자 감세론’으로 꼬집었지만,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를 거론하며 좀 더 직접적으로 지적했다.

 

여러 가지 사회적 합의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처음 얘기나온지) 28년이다. 김대중 총재 시절부터 얘기했다. 강산이 세 번 변했다. 이게 과연 사회적 합의의 문제인가? 결단의 문제다. 이재명 후보가 광장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 지금은 이재명이라고 현수막에 써있지 않은가? 나중이 아니라 지금 하겠다고 말씀해야 한다.

 

무엇보다 권 후보는 이 후보의 ‘나중에’ 취지의 답변에 “영원히 못할 것 같다”면서 뼈있는 말로 질문을 마쳤다. 정주식 대표(토론의 즐거움)는 페이스북에서 “(네 후보 중 권 후보의 토론이 제일 좋았다면서도) 몇 가지 소소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하나만 말하자면 내가 할 일을 민주당에 주문하는 습관은 버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철지난 야권 연대 감성은 그만. 남의 당 사람한테 어떻게 하라고 주문하지 말고. 그거 내가 하겠다고 말하는 걸로 충분하다.

 

권 후보는 이날 대선에 출마하게 된 이유와 대의명분을 분명히 밝혔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불공평한 “한국 사회를 갈아엎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 혼자 오지 않았다.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 싸운 수많은 목소리를 담아 이 자리에 섰다.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그리고 이주민들 이들의 삶이 더 이상 밀려나선 안 된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고 갈수록 주변으로 밀려나는 이 불평등한 세상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나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불평등한 세상 갈아엎어야 한다.

 

갈아엎으려면 일단 ‘경제성장 지상주의’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지금 이 토론 사실상 1대 3 구도다. 세 후보는 무조건 성장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말하겠다. 오늘 이 자리에서 불평등 타파를 말하겠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10위권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를 넘었다. 맞다. 이 나라의 부는 넘치도록 쌓였다. 그런데 왜 절반의 국민은 카드값을 걱정하고, 청년은 취업 대신 이민을 검색하며, 노인은 왜 폐지를 주워야 하나? 돈은 위로 쌓였고 고통은 아래로 흐른다. 성장은 숫자였을 뿐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성장에 가려진 불평등을 직시해야 한다. 해답은 분명하다. 부자감세가 아니라 부자증세여야 한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공정한 책임을 묻고 그 재원을 국민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와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겠다. 쌓인 부를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하겠다.

 

구체적으로 토론회에서 약자를 위한 정책 이슈들이 몇 가지 거론됐는데 노동시간 주 52시간제,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근로기준법 밖의 취약 노동,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차별금지법 등이다. 권 후보는 김 후보가 노란봉투법을 맹비난하자 “헌법 3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단체 교섭권이 악법이라니 노동부 장관을 어디로 해먹었느냐”면서 “정말로 부끄럽다. 진짜 사장에게 교섭하자는 것이 어떻게 악법인가. 손해배상 청구를 각자의 책임에 따라 하자는 게 어떻게 민법에 위배되는가. 법을 모르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노동시간 문제도 이재명 후보가 김 후보와 설전을 벌이면서 예외를 두자는 쪽으로 기울었는데 권 후보는 “지금 시대에 노동시간 늘려서 산업 경쟁력을 살리겠다? 어느 나라 이야기하고 있느냐”며 “SK하이닉스는 주 43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다,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삼성전자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기술력 문제를 노동시간으로 이야기하는 건 정말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민주당도 잘못 이해하고 있다.

 

특히 권 후보는 김 후보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법”이라면서 반대 의사를 펴자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맞섰다.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평택항 이선호, 파리바게뜨 SPL 박선빈, DLENC 건설 이용직, 강보경. 이런 청년들이 계속적으로 죽어가고 있다. 하루에 6명의 노동자가 출근해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여야 합의로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법이라고? 제2의 윤석열을 보는 것 같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김 후보가 예방 위주로 가야지 처벌 위주로 가는 건 잘못이라고 하자) 예방하라고 해도 돈 드니까 안 해온 것이고 그래서 처벌하자고 만든 법이다.

 

이날 유일하게 권 후보가 이준석 후보에게 질문을 한 것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 공약에 대한 것이었다. 권 후보는 “한국은 원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한 나라다. 대기업·중소기업, 남성·여성, 정규직·비정규직, 수도권·지방. (최저임금 차등 적용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차별하자는 건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차등 임금을 도입했다가 지역 경제가 폭싹 망했다. 이 공약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이 주마다 최저임금이 다른 사례에 대해) 연방제 국가인 미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지금도 수도권에 몰리는데 차등 임금을 도입하면 완전히 망한다.

 

권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노동자들을 거론하며 이들의 권익 상승을 재차 환기했다. 지난 2020년 진보진영 내부에서 제기된 ‘전국민 고용보험’과 일맥상통한다.

 

지금 이 나라에는 1300만명의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아르바이트,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고용인 없는 자영업자들이 무권리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그냥 최저임금도, 4대 보험도, 퇴직금도 없다. 노조도 만들기 힘들고 해고돼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사대보험, 퇴직금 정도는 보장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노동이 강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권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문제에 대해서도 선명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두고 “약탈”이라고 규정하며 이재명 후보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외교적 언사”로는 부적절한 것 같다면서도 내용이 없는 “국익 중심으로 실용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재명 후보는 미국 국민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과잉 관세로 인해 손해를 보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지점을 파고들어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는데, 권 후보는 “경제 자주권에 대한 침략”이라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고 트럼프 정부에게 직접 레드카드를 들어올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까지 했다.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는 지도자는 국민의 자존을 지킬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도 비굴해서는 안 된다.

 

토론회가 끝나고 권 후보는 22시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첫 토론에서 경제문제. 민생위기와 관련하여 노동자, 소상공인, 서민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을의 관점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민주노동당과 나는 사회적 소수자의 관점에서 유일 진보 후보로서 대선을 치루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련해서 권 후보 선거 캠프에서는 민주노동당 당원을 대상으로 ‘토론지원단’을 모집한다고 공고했는데 “토론회를 본 많은 분들과 함께 토론회 내용을 심도있게 나누고 싶다”며 “궁금한 내용 질문 받는다. 토론을 마치고 왜 김문수와 악수하지 않았는지 등 이것저것 물어봐주시면 저희가 답을 받아 오겠다”고 전했다.

 

오늘 토론과 관련된 권영국 후보의 짤과 쇼츠 제보도 받는다. 댓글로 링크를 남겨주거나 이메일로 제보해주면 감사하겠다.

 

한편, 권 후보는 토론회가 종료되고 김 후보의 악수 요청을 받고도 합장을 하는 식으로 거부해서 소소한 이슈거리로 회자됐다. 나경채 전 정의당 대표는 이에 대해 “내란 세력 김문수의 악수 시도를 합장으로 무력화시켰다”며 “꼿꼿 진보 권영국의 등장. 21대 대선 최고의 관심사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박효영 edun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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