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다정 기자] 경제성장률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비례 관계다. 당연하다. 지구에서 원료를 채취하고 뭔가 만들어내서 팔아야 경제가 성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탄소가 생성되는 것은 상수다. 경제는 맨날 어렵다. 그래서 아직도 경제성장률에 목을 매는 사회적 분위기가 공고한데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어야 온실가스가 덜 배출된다. 김현우 소장(탈성장과 대안연구소)은 “기발한 요술이 있지 않는 한 IMF 때의 절반 정도의 경제 위축이 있지 않고서는 탄소 중립을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인데 아직도 파이를 늘려야 한다는 담론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경제성장률을 포기할 수 없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 16일 19시 광주 서구 창작농성골커뮤니티센터에서 강연을 하게 된 김 소장은 “탄소 자체는 나쁜 게 아니고 우리 몸의 구성 성분으로 지구상의 일정한 양이 있으며 그게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 발전으로 인해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원래는 공기 중에 있는 탄소보다 토양하고 바다, 물 안에 탄소가 훨씬 많은데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공장에서 태우거나 50억 마리의 소의 위장에서 배출되는 메탄과 이 소를 키우기 위해서 사료 작물을 키우는 과정 그리고 산업혁명, 농업혁명이 공기 중의 탄소의 양을 바꾸며 탄소의 순환 고리를 깨뜨렸다.
김 소장은 흔히 이야기되고 있는 기후위기가 “점진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0년 넘게 인류가 온실가스의 농도를 급격히 높여놨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오해를 하는 게 온실가스 농도가 이렇게 올라가니까 온도도 이렇게 올라가고 문제들이 여하튼 계속 선형적으로 발생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티핑포인트를 넘어선 지구 온난화가 더더욱 격화된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굉장히 잘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 지평선 끝까지 옥수수밭이다. 밀을 더 이상 국내에서 재배하지 못 하고 가뭄과 병충에 강한 옥수수로 주식을 바꿨다. 뉴욕 양키즈 야구 경기를 보는데 경기장도 무지 초라하고 중간에 모래폭풍이 불어온다. 중요한 것은 관중들의 반응이다. 놀라지 않는다. 오늘 또 이러네? 짜증나네! 그런 표정으로 마스크를 쓰고 서둘러 집으로 대피를 한다. 익숙하기 때문에 그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이게 2060년일지 2090년일지 2100년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거보다 덜하거나 더하거나 비슷할 것 같다.
결국 덜 쓰고 덜 소비해야 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2021년을 떠올려보면 된다. 그때는 강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했는데 그런 수준으로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탄소 중립은 요원하다.
2050년에는 제로로 만들어야 된다면 매년 7%씩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어야 된다. 코로나 초기 때 50%로 줄어들었다. 그러니까 계속 이랬으면 우리는 탄소 중립을 하는 건데 다시 올라갔다. 모든 국가들의 정부 정책이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회귀했다. 코로나 때 우리가 힌트를 얻었는데 불필요한 이동이나 소비를 줄이거나 나눠 쓰고 관리를 하면 된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첫 해 탄소 배출량이 2%로 줄었다가 작년에 2.3%나 늘어났다. 대통령이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이대로 가다가는 절대로 탄소 중립을 할 수가 없다.
근데 현대 인류는 최첨단 기술과 번영된 환경에 너무 익숙해졌다. 한국인들만 봐도 자동차 공화국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다들 차를 타고 다닌다. 김 소장은 “기발한 요술”이 없는데 엉뚱한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환기했다. 줄일 생각이 없고, 줄이고 싶지 않으니까 지구온난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기술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공위성에 큰 거울을 달아 보내서 태양에서 직접 반사시키는 기술”을 거론하거나 “인공광합성 나무 또는 비행기로 황화합물 같은 것들을 살포해서 태양 빛을 차단하거나 인공강우를 내리게 하는 것”을 대안이랍시고 내고 있다.
다 가능하긴 하다. 실험실에서는. 근데 전지구적으로 적용이 되어야 하고 언제 되느냐, 또 비용 문제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이게 에어로졸 살포를 해서 기후를 조절하면 부작용이 크다. 이쪽에는 구름이 끼고 다른 쪽은 사막화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 번 시작하면 계속해야 된다. 신장 투석 같은 것이다. 횟수와 양을 점점점 늘리게 된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김 소장은 “이러한 지구 공학과 비교되는 접근법으로 플랜 드로다운”이 있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이 정점을 찍고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이 드로다운인데 솔루션 80가지 정도 있다. 한 마디로 뭘 절약해야 탄소를 얼마나 줄일 수 있고, 그에 따른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계량해본 결과값이다. 즉 1위 냉매 관리, 2위 육상 풍력, 3위 음식물 쓰레기 배출, 4위 채식 위주 식단 등이다.
특히 김 소장은 윤석열 정부의 핵 발전 수출 전략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화석 연료에 비해 친환경적이라고 강변하는 보수 정치인들이 많은데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
핵 발전은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굉장히 적게 나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전혀 안 나오진 않는다. 근데 이 플랜 드로다운에서는 핵 발전 증설을 기후 온실가스 감축 해법으로 삼는 것은 너무 후회막급한 바보 같은 일이라고 얘기를 한다. 왜냐면 핵 사고 방사능 폐기물 문제뿐만 아니라 그건 잠깐 제쳐두더라도 비용과 시간 때문에 더 이상 핵 발전이 싸지 않다. 더 중요한 건 시간이다. 탄소 예산 소진이 10년 밖에 안 남았는데 핵 발전소는 평균 12년이 걸린다. 설계하고 시공하고 등등 사람들이 데모하면 더 걸린다. 그래서 지금 핵 발전을 막 증설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풍력은 2~3년이면 되고 태양광은 2~3개월이면 된다. 비용과 시간과의 싸움에서 핵 발전은 쓸모가 없어졌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 원전이 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새로 짓는 것들이 없다는 게 아니라 수명이 다된 것들이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전세계 화력 발전소를 핵 발전으로 절반 이상 대체한다”고 했을 때 “1~2주마다 핵 발전소가 하나씩 착공이 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핵 발전소는 1년에 2~3개도 준공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노후화에 따른 폐쇄 원전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핵 발전을 수출하려고 해도 그걸 가시적으로 사줄 나라가 없다는 게 김 소장의 판단이다.
김 소장은 강연 말미에 기후위기 운동 세력이 “가르치려고 하거나 야단치려고 하기 보다는 우리가 부족하거나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단일한 해법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 고민과 아이디어들이 만나서 토론되어야 하고 그러면서 “신념의 공동체”가 형성돼야 한다.
(기후위기 문제는) 단지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학의 문제이기도 하고 심리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되고 어떠한 말만이 맞고 어떠한 해법만 맞다고 할 게 아니라 서로 계속 토론하고 격려하면서 효과가 있는 것들을 권하는 신념의 공동체가 형성된다면 지금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또 우리가 기후위기를 얘기하면서 너무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하거나 야단치려고 하기 보다는 우리가 부족하거나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계속 배우면서 진실을 말해야 한다. 물론 진실을 말하지 않는 정부와 기업들한테는 제대로 화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