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체감해야 “불금 아닌 미래를 위한 금요일”

  • 등록 2021.09.25 21: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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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과거 ‘아나바다 운동’에서 ‘환경보호’로 이어져왔던 여러 구호들은 여전히 익숙한 것 같다. 요즘에는 ‘기후위기’로 명명되고 있다. 기후가 변화하고 있어서 지구에서 살고 있는 인류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데 평범한 시민들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뭔가 알고 있는 환경운동가 또는 진보적 시민들, 일반 시민 대다수 간의 인식 격차가 상당하다.

 

 

배우 박진희씨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인이 그럴싸한 메시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확 와닿지는 않는다.

 

그나마 모두가 겪고 있는 코로나, 폭우, 태풍 등을 보면 뭔가 기후로 인한 위기가 심각해서 그런가?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이런 수준으로 이해할 뿐이지 기후위기 문제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당장 대입, 취업, 회사내 경쟁 등 나의 안위 하나 지키기 바쁜데 환경까지? 비현실적으로 여겨진다.

 

사실 체감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당장 우리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의 집적체 스마트폰, 온갖 전자기기, 다종다양한 이동수단, 포장과 배달을 용이하게 하는 각종 포장지 등 이런 것들을 덜 쓰고 안 써야 한다. 지구에서 원료를 얻어 뭔가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계속 파내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산품으로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탄소를 배출하고, 다 쓰고 내다버린 것을 처리해야 한다. 이 모든 걸 줄여야 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이미 스마트폰 중독인데다 과잉 자동화가 익숙해졌다. 자가용 문화가 지나치게 발달한 한국에서는 주차 공간마저 부족하다.

 

일단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는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지구 표면이 더워지면 안 좋다는 건 알겠는데 탄소 배출이 어떻게 지구를 뜨겁게 만든다는 걸까. 인류가 만들어낸 탄소 등 온갖 온실 기체들이 지구 표면에서 발생하는 복사에너지를 못 빠져나가게 막아버린다고 한다. 복사에너지가 대기 밖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하는 것이다. 이게 온실효과 이론이다.

 

1960년대 서유럽 오피니언 리더들이 결성한 연구단체 ‘로마클럽’이라고 있다. 로마클럽은 1972년 보고서를 하나 발간하는데 이에 따르면 인구 폭증, 자원 고갈,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에 따른 환경오염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인류는 50년 전부터 기후위기를 인지하고 있었다. IPCC(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18년 10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2030년까지 예상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5%를 무조건 감축해야 한다. 지금 배출하고 있는 탄소량의 절반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지구의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게 되고 결국 생체리듬이 파괴되어 인류는 지구에서 살아남지 못 하게 될 수도 있다.

 

컴퓨터에 밝고 온갖 전자기기를 달고 사는 얼리어답터들은 간혹 기후위기론을 허구로 치부하고 ‘자연순환설’을 신봉하게 된다. 오래 전 빙하기가 있었던 것처럼 지구가 잠시 더워졌다가 다시 차가워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허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다수 과학자들은 인류의 환경파괴로 인해 기후위기가 대두되고 있다고 믿는다.

 

 

사실 이렇게 긴 서두를 꺼내든 것은 지난 24일 진보정당 4당(정의당·기본소득당·녹색당·미래당)이 ‘세계기후파업’의 날을 맞아 국회에서 기후정의공동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날 나온 의미있는 발언들을 뽑아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세계기후파업에 참여하는 청년 기자회견>에 참석해서 “진보는 현재를 불편하게 한다. 늘 그랬다. 누군가는 한가한 소리라고 얕잡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진보는 그 소리가 가장 시급해야 한다”며 “기후위기가 먼저다. 고발사주나 화천대유가 아니라 기후위기가 먼저”라고 한 발언을 선택했다.

 

류 의원은 “재난의 결과는 평등하지 않다. 코로나를 통해 우리는 배웠다. 재난은 사회적 약자를 가장 먼저 무너뜨리고 고통은 불평등하다”면서 “기후위기마저도 자본에게는 투자의 기회이자 노동자에게는 생계의 위협이다. 국민이 믿을 곳은 정부이고 시민이 기댈 곳은 정치 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신공항개발을 중단하고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시점을 결정하라.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는 3020이 아니라 3050이 되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에도 요구한다. 2030년까지의 탄소배출저감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해달라. 지구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 선진국이 앞 다투어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데는 은밀한 이유가 있다. 전환 에너지 유도에 소극적인 국내 기업은 점차 관세라는 이름의 장벽에 막히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지난 반세기 동안 기어이 올라 쟁취한 세계 경쟁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기업에는 이렇게 요구했다.

 

“모든 기업은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동참하기 바란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세부계획을 세워야 한다. 자원순환경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달라.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수립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대국민 메시지도 있었다.

 

“오늘은 글로벌 기후파업의 날입니다. 오늘 하루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어떻겠는가? 일회용품 사용도 자제해보자.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만 멀리해도 탄소배출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글로벌 기후파업에 동참해달라. 나와 청년정의당도 오늘 동참하겠다.”

 

청년 기자회견 직후 열린 기후정의공동선언식에서 미래당 오태양 대표는 금요일의 의미를 되새기며 “오늘은 매주 돌아오는 평범한 금요일이다. 그러나 사실 오늘은 지구인으로서 조금 부끄러운 금요일이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불금’이라고 하는데 유럽의 청소년들은 그 금요일(friday for future)에 기후위기를 경고했다.

 

오 대표는 “한 때 우리는 불타는 금요일, 불금을 마음껏 즐기곤 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때 지구 반대편에선 어린 학생들이 등교와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섰다. 어떠한 참정권, 투표권이라고는 전혀 없는 학생들이 그리고 툰베리가 외쳤다”며 “당신들은 거짓말과 희망고문을 했다. 어른들이 만든 이 난장판을 치우고 끝까지 책임질 것이다. 오늘의 세계적인 기후파업은 4년 전 그렇게 작은 행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환기했다.

 

 

오 대표는 문재인 정부와 대기업들이 ‘희망고문’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이중생활’부터 살펴보자.

 

“여전히 우리는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 탄소중립 선도국가를 주창하는 정부의 이중생활을 목격하고 있다. UN총회에서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세계인이 함께 더 빠르게 전진하자고 하는데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는 대표 탄소산업인 신규공항을 10여곳에 건설하기 위해 가속 폐달만을 밟고 있다. 이것이 희망고문이다. 정부는 탄소기본법과 탄소중립위를 만들어 이것 봐라 탄소줄이기를 한다는 생색을 내면서도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표 좌초자산인 석탄화력발전소 무려 7기 건설을 밀어부치고만 있다. 이것이 이중생활이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두산그룹은 ESG 경영 A등급 8년차를 그토록 자랑하면서 두산중공업이 추진하는 석탄발전 건설사업에 대한 공개 질의에 대해서는 1년간 침묵만 했다.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두산 간판에 페인트칠 조금 한 청년기후활동가들을 고발해서 끝내 재판정에 몰아세웠다. 이것이 사회공헌 윤리경영일까? 이제 진짜로 멈추어야 할 때다. 앞에서는 탄소중립을, 뒤로는 토건사업을 하는 이중생활 멈추자.”

 

뭘 멈춰야 할까.

 

오 대표는 “불타는 지구의 심장에 석탄과 공항과 토건을 쏟아붇는 부끄러운 자해를 정말로 멈추자”고 설파했다.

 

미디어 생태학 이론을 정립한 닐 포스트먼은 저서 ‘테크노폴리’에서 애초에 자동차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신체 동력을 뛰어넘어 지나치게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비행기가 없었다면 대륙간 이동을 할 일거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묘사했다. 지금 유럽에서는 ‘플라이트 쉐임 운동(Flight Shame)’이 한창이다. 기후위기의 주범이자 탄소 배출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에 부끄러움을 갖자는 것이다. 일종의 캠페인인데 독일인의 80%는 플라이트 쉐임에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비행기는 오직 항공, 관광, 물류 등 산업적 호황과 불황의 관점에서만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래당은 ‘우리동네 그린뉴딜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동네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후행동 시민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상임대표는 시스템의 전환을 이야기했다.

 

신 대표는 “미래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이들의 9.24 글로벌 기후파업 테마는 시스템을 전복하라”였다면서 “기후위기와 긴밀하게 얽혀 있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탄소배출이 시스템의 기본값이었던 우리사회를 탈탄소 시스템으로 전환할 기본은 탄소세 도입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탄소세를 부과하여 탄소배출 산업 투자를 멈추고 재생에너지 기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미 탄소세 도입은 새로운 국제사회의 질서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 역시 선진국의 위상에 걸맞게 탄소세 도입을 미루지 말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세는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된다.

 

신 대표는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더 가난한 사람, 더 취약한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탄소세와 기본소득 역시 연계되어야 한다”며 “탄소세 기본소득은 에너지와 상품의 가격상승으로 저소득층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원하고 탄소세에 대한 조세저항을 확실하게 없앨 유일한 방안이다. 탄소세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취약계층 역시 자신의 삶에서 탄소를 줄이기 위한 일상의 변화를 좀 더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우리의 안일한 인식을 꼬집었다.

 

여 대표는 “기후위기에 대응해왔던 우리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노력은 안일했다”며 “기후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이상기후, 기후변화로만 말해왔다”고 지적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계획을 확정,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이 아닌 35%로 후퇴 등 문재인 정부의 안일함을 부각한 여 대표는 “결정해야 할 순간에 결정하지 못 한 결과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으로 우리 앞에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여 대표는 지금 당장 △2030년까지 온실가스 50% 감축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하고 폐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50% 달성 △신공항 건설계획 전면 철회 △탄소배출 기업들의 탄소제로 계획 수립 △모두가 함께 사는 정의로운 산업전환 성취 등을 이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 대표는 “지구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강조했다.

 

나아가 “시민들께서도 삶의 현장에서 다회용기 사용과 대중교통 이용 등 기후실천을 일상화하자는 호소를 드린다. 정의당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들의 동력을 모아 전 사회적 운동으로 펼쳐가겠다”고 공언했다.

 

 

선언식을 마치고 여 대표는 서울 종로 ‘탄소중립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건물 앞에서 정당연설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여 대표는 우리 모두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환기했다.

 

여 대표는 “기후위기가 우리의 일상 깊숙이 다가왔다”며 “허리케인과 폭우, 홍수, 대형 산불 등 기후재난이 세계 곳곳을 덮쳐 생명을 앗아가고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며 “우리나라도 농수산물 생산 지도가 바뀌고 있고 봄날이어야 할 지난 4월 영하의 날씨가 농작물을 덮쳐 우리의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기준 1.1도 오른 뒤 벌어진 올 한해의 사건들이다. 현재 속도로 진행된다면 1.5도가 오르는 2040년 우리 삶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풀어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국 주력 산업이 전환될 수밖에 없다. 기성 산업 종사자들의 밥벌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여 대표는 “기후위기 대응 산업전환이 노동자들의 고통 전담으로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발전소 지역 주민들의 삶을 위협한다”며 “이들의 삶이 지속되도록 에너지 전환의 새 판을 짜야 할 책무가 문재인 정부와 국회에 있다. 기후위기가 보통 시민들의 삶을 폐허로 만드는 제2의 코로나가 되지 않도록 정의당이 기후파업으로 적극 행동에 나서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도 “기후 재난이 오면 더 가혹한 현실은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온다”며 “물과 식량, 주거와 냉난방, 이동수단.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 극소수의 인간에게만 허용되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강 대표는 기업들의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강 대표는 “우리 미래를 갉아먹으며 이익을 챙겨온 기후악당 기업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한다. 한국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고 있는 10개 기업”이라며 “1등은 포스코, 다음은 한국전력이다. 다음으로 현대, 삼성, 그리고 쌍용, SK, GS. 이런 수많은 유수의 재벌기업들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이런 대기업들이 국민을 먹여 살린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 청년들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더 많이 지구를 훼손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현실”이라며 “우리 시민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분리수거도 열심히 하고, 텀블러도 쓰고, 또 전기도 아끼는 등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너무 중요한 실천들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악당 대기업들은 시민 여러분들께서 그렇게 생활 속에서 하나하나 노력하고 있는 동안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막대한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고 대비시켰다.

 

한편, 이날 4당 당대표는 붉은 지구 모양의 풍선을 들어올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공동선언문을 통해, 여 대표가 피력한 요구사항들을 국회와 정부에 전달하기로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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