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총리는 ‘2차 계엄’ 음모론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 등록 2025.07.08 12: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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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3 대선 직후 이준석과 유시민에 대한 비판 칼럼을 익명으로 기고했던 ‘노멀 피플’이 돌아왔습니다. 비정기적으로 자유롭게 평범한미디어를 통해서 노멀 피플의 칼럼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익명 칼럼 ‘노멀 피플’] 국무총리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국가 지도자로 불릴 정도로 공적인 의식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전임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 이후다. 권한을 대행했던 국무총리 한덕수의 행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용인하기 힘들었다. 그는 내란 의혹과 관련해 당연히 필요했던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헌법재판소가 정족수 부족으로 제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에서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 탄핵 심판이 마무리된 직후에는 정치적 편향이 뚜렷한 인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여 헌재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흠집을 낼 여지를 남겼다. 무엇보다도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직무를 부여받고서도 그 책임을 끝까지 다하지 않았다. 대선 출마라는 개인적 목표를 위해 중도 사퇴하였다. 그 모든 과정은 공적 책무에 대한 무게감을 결여한 채, 권한은 행사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리더십의 전형이었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계엄 사태 직후에 보여준 태도는 공직자로서의 기본적인 공적 의식조차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차 계엄 가능성 100%”라는 자극적인 발언으로 사회적 불안을 가중시켰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오로지 민주화 이후 최초의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음에도 원내 다수당의 최고위원이라는 자가 국민을 안심시키기보다는 불안을 가중시켜 자신의 정파의 이득만을 꾀하고자 했다.

 

그가 당시 대통령 윤석열을 하루라도 빨리 탄핵시키지 않으면 2차 계엄을 일으킨 것이라는 주장은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것일까? 그 당시 김 총리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계엄 다음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2차 계엄 가능성에 대하여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본질’을 보아야 한다고 했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본질’은 결과적으로 윤석열 개인의 캐릭터에 지나지 않았다. 2차 계엄령 주장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 묻는 앵커의 질문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우리가 때로는 사건이 중요하지만 전체의 본질적인 흐름이 사건보다 중요하죠. 본질적인 흐름과 동기가 사건을 만드는 것이고 사건과 첩보 이런 것은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죠. 우리가 2차 대전을 예측할 때 2차 대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보다 중요한 것은 전쟁의 동기와 흐름 아니겠습니까?

 

그 말은 철학적 표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아무런 정보 없이 ‘윤석열은 그럴 법한 사람’이라는 막연한 인상과 심리적 추측에 의존한 주장에 불과하다. 2차 세계대전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은 훗날 전시에 영국 총리직을 수행하는 윈스턴 처칠이다. 처칠은 당시 체임벌린이 유화책으로 뮌헨 협정을 맺고 오자 매섭게 비판하였다. 그는 “전쟁과 치욕 사이에서 치욕을 택했다. 그리고 전쟁도 얻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러한 비판은 단순히 히틀러의 야욕이나 당시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만을 보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MI6나 해군 고위인사들과 교류를 하며 군비 증강의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서 이와 같은 경고를 계속했던 것이다. 구체적인 정보에 기반하지 않았다면 정치인이었던 그가 ‘시대착오적인 매파’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도 그런 경고를 계속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석열이 2차 계엄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과, 윤석열을 그대로 두면 2차 계엄령 사태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예측은 질적으로 다른 내용이다. 첫 번째는 윤석열 개인에 대한 예측인데 사실 윤석열이라는 개인을 알고 있고 계엄령을 실제로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면 누구나 예측할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윤석열을 그대로 두면 2차 계엄령 사태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예측은 윤석열 주변의 시스템에 관한 내용이다. 일단 국무회의라고 주장할만한 회합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장군과 장교들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명령에 따르는 장병들도 있어야 한다. 즉 하나의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하며 그에 관련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의 동기에 어느 정도 부합해야 2차 계엄령이라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윤석열이 하루 아침에 계엄령을 성사시킨 게 아니라 정상적인 리더십이 작동된 상태에서도 6개월 이상 차근차근 자신의 말을 따를 사람들을 물색한 흔적이 보이는 것은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그러나 계엄령을 통한 친위 쿠데타 실패 이후에 망가진 윤석열의 리더십을 통해 2차 계엄 사태에 도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일단 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절차적으로 심의를 거쳐야 하는 국무회의를 소집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내란 동조 혐의를 받는 정도의 장관을 제외하면 계엄 실패 이후 윤석열이 회의를 소집할 때 갈만한 장관들은 없었을 것이다. 계엄에 가담한 장군들 중 일부는 민주당 국회의원 개인 유튜브에 출연해서 사태의 전말을 폭로했을 정도로 전의를 상실했다. 장병들은 최초의 계엄에도 적극적이지 않았으며 일부는 적극적으로 항명 행위를 벌였다. 그런데 이 사태가 벌어지고 윤석열이 기획한 행동들이 정말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행위임을 알았을 때 장병들이 과연 따랐을까?

 

그러나 김 총리는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그저 2차 계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점을 말하면서 곧 펼쳐질 조기 대선 국면에서의 표심을 자극했고 국민적 불안을 가중시켰다. 국가를 위해 정말로 올바른 행동이었는가? 당장 경제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그 상황에서 불안이 심화되어 환율과 주가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그는 윤석열의 탄핵 가결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결론적으로 김 총리는 계엄이라는 국가 초유의 불행을 맞이하고서도 그 상황에서 자신의 공적 책임을 생각하지 않았다.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계엄이라는 말이 주는 역사적 무게를 생각한다면 그의 선동이라고 할만한 그 행보가 ‘몰상식’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경솔했다. 그가 진정 국가 지도자가 되기에 합당한 인물이었던 건지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냉정히 묻지 않을 수 없다.

박효영 edun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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