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은 언제 쓸까?

  • 등록 2023.03.21 1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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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과거 윤여정 배우는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배우는 돈이 급할 때 연기를 제일 잘 한다. 나는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남들은 극찬하더라”며 “그래서 예술은 잔인한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혼 후 형편이 어려워져서 무조건 작품이 들어오면 가리지 않고 다 했던 그때 가장 좋은 연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기자, 칼럼니스트, 교수, 소설가, 시인 등등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원고료를 받는 글쟁이들은 마감의 고통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글을 쓸 때 좋은 글이 나온다. 사실 무조건 써야 하기 때문에 글을 만들어내는 것에 가깝다.

 

 

하상욱 시인은 1월10일 16시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하 시인은 “각 잡고 글을 쓰는지 아니면 문득 드는 영감에 따라 글을 쓰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글을 잘 쓰게 되는 경우가 언제냐면 누가 돈 줄 때 그때는 그것 밖에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글을 쓸 때도 있다. 근데 하 시인은 직업 글쟁이로서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어서 글을 쓴다고 했다.

 

생각날 때마다 하는 경우도 많은데 생각날 때마다라는 게 불현 듯 글감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그 생각이라는 게 어떤 거냐면 아 글 한 번 써야 하는데 이런 생각! 이런 생각이 문득 문득 들어서 그럴 때 머리를 굴려보는 것이다.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의식적으로 자주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글을 써야 할 명분과 동기를 만들어야 한다. 책 <결국엔, 자기 발견>의 저자 최호진 작가는 글을 쓰면 3가지의 기쁨이 있다고 했는데 △내 생각을 정리하는 기쁨 △완성된 뒤에 얻는 성취감 △누군가 내 글을 보게 된다는 짜릿한 경험에서 오는 기쁨 등이다. 최 작가는 꼭 블로그에 글을 써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다만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야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꾸준히 쓰기 위한 6가지 팁이 있다.

 

①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마라

②구체적인 마감시간을 잡아라

③생각나는 대로 막 써보자

④정기적으로 소재를 발굴하라

⑤애독자 1명을 만들어라

⑥함께 쓰는 동지를 만들어라

 

아무래도 ③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최 작가는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일기장에 끄적인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봐라”며 “글쓰는 것이 쉬워질 것이다. 글도 쓰다보면 좋아진다. 달리기도 하다 보면 기록이 빨라지고 그림도 그리다보면 좋아지고, 노래도 부르다보면 잘 부르게 된다”고 묘사했다.

 

다만 절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 잘 쓰게 됐다고 측정을 못 하고 서서히 변하기에 느끼지 못 할 뿐이다.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못 써도 괜찮다. 정성을 들여서 나의 생각을 담아보길 바란다. 그러면 글 쓰는 게 쉬워질 것이다.

 

산문집 <시를 쓰고 싶으시다고요>를 집필한 김복희 시인도 “퇴고하는 거 정말 좋아한다”며 “사실 퇴고가 안 힘든 건 아니다. 힘들긴 하다. 그렇지만 퇴고를 할수록 더 좋아지니까 포기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래서 초고를 완벽하게 써야 된다는 부담감은 별로 없는 편이다. 초고는 정말 엉망이다, 그래서 진짜 아무도 못 보여준다. 다만 계속 시간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 나한테 시는 시간을 들인 만큼 보답을 해주는 글이다. (중략) 항상 쓰고 싶다. 매일 쓰고 싶은데 잘 써야겠다는 부담이 없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 같다. 일단 쓴다는 것에 의의가 있으니까.

 

 

하 시인은 글 한 번 써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쓴다고 했다. 그런 의무감이 아니더라도 글을 잘 쓰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보면 어떨까. 김 시인은 일상에서 메모한 것들이 시의 소재로 사용된다고 했다.

 

나는 평소에 메모를 진짜 많이 한다. 휴대폰에 주로 메모를 하는데 생각나는 구절이나 갑자기 떠오르는 말, 무언가를 봤을 때 쓰고 싶어지는 것들을 다 메모한다. 거기에 상황까지도 메모를 한다. 그래서 나중에 시로 쓴다. 때때로 잘 안 될 때도 많지만 오늘은 그런가 보다. 내일 또 쓰자고 생각한다. 그래서 특별한 때나 소재를 기다리지 말라고 늘 사람들한테 얘기한다. 항상 쓰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 자세로 자신을 만들어 두면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

 

글 쓰는 사람은 언제 글을 쓸까에서 시작했는데 글을 써보는 것이 좋다는 권장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최 시인은 시에 빠져있는 이유에 대해 “뭔가를 선택하고 몰두할 수 있는 에너지”라는 차원에서 설명했다.

 

쓰는 사람은 일단은 어딘가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 같다. 그리고 몰두한다는 건 선택을 확실히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뭔가를 선택하고 몰두할 수 있는 어떠한 영역을 가진 사람은 에너지가 있다. 그리고 어쨌든 일상 언어와 시의 언어가 아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 계속 영향을 준다. 때문에 시를 쓰는 사람들은 평소 삶에도 어떤 태도가 배어 있다. 나는 그런 게 좋다.

박효영 edun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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