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4선)이 당의 권유에 따라 단식을 멈췄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를 촉구하며 6월26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었는데 10일 “국민을 대신해 분명하게 반대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고 국민 절대 다수의 반대 여론을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널리 알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단식을 중단했다. 딱 2주만이다.
그동안 우 의원은 민주당에서 을지로위원회를 주도해왔고, 경제민주화 철학이 확고한 당내 좌파 포지션에 가까웠다. 소상공인의 어려움과 산업재해 문제 등 후배 정치인 박홍근 의원(3선)과 함께 사회적 약자의 권익 이슈에 집중해서 의정활동을 펼쳐왔는데 권력의지도 있는 편이다. 우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막 출범했을 때 원내대표(2017년 5월~2018년 5월)로 당선돼서 당시 만만치 않았던 강성 야당을 표방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치열하게 협상하며 정국을 이끌어본 경험이 있다. 2020년 상반기에는 당대표 출마 의사를 내비쳤으나 ‘이낙연 대세론’으로 인해 같은 해 8월 출마를 포기했다.
1957년생 65세. 다음 총선에서 5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보장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본인의 정치적 커리어에서 전환점을 만들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명분도 있다. 마침 우 의원은 당내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대책위원회’의 고문을 맡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제1야당 중진 정치인이 단식 농성으로 의지를 보여준다면 조금이라도 언론의 조명을 더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을 것이다.
사실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하고 있는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오염수를 처리하기 위한 다른 방법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그런데 비용을 이유로 인접 국가들에게 중대한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렸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로 도쿄전력은 지속적으로 제1원전에 냉각수를 주입해왔는데 여기에 더해 빗물과 지하수가 흘러들어갔다. 저장탱크 용량은 약 137만톤인데 하루 평균 140톤씩 오염수가 불어나고 있었다. 방사능 물질이 포함되지 않을 수 없는 오염수가, 계속해서 채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증류시켜서 대기로 내보내는 방법 △별도의 저장탱크를 만들어서 추가적으로 보관하는 방법 △해양에 방류하는 방법 등 3가지 카드가 일본 정부에게 놓여져 있었다. 또 다른 저장탱크를 제조하는 게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면 최소한 대기 방류 카드를 택해야 했는데 그 당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가장 저렴한 해양 방류 카드를 택하고 말았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로 재처리할 것이고, 삼중수소에 대해서는 바닷물로 희석해서 국제 배출 기준의 40분의 1로 농도를 낮춰서 방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등 인접 국가들은 여전히 불신 여론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완료해서 외교적 성과로 만들고 싶은 과욕으로 인해, 굳이 타국 정부 포지션으로 일본의 방류 계획에 동조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디펜스를 하고 있는데, 우 의원은 결국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정부에 항의하지 않고 눈 감아주고 있는 스탠스가 가장 못마땅하다.
윤석열 정부의 국익 침해 방조와 직무유기 행위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자 국회의원으로서 더 이상 두고만 보지 않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재검토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그리고 일본이 방류를 중단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겠다.
정치권에서 단식이 이뤄질 때는 출구전략이 현실적이어야 하는데 즉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 우 의원이 내세운 단식 중단의 명분은 당위적으로 옳지만 처음부터 현실적이지 않았다. 예컨대 한국 정치권의 야당 의원이 단식을 한다고 해서 일본 정부가 방류 계획을 철회할리 없다. 그나마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우 의원의 농성장을 찾아 장기 투쟁으로 가보자며 단식 중단을 설득했기 때문에 멈출 수 있었다.
오늘 아침 이재명 대표가 단식 농성장을 방문했다. 내 건강을 염려하면서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당이 일치단결해 더 큰 싸움을 준비하자고 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에게) 민주당과 우리 국민의 우려와 입장을 강력히 전달할 수 있었다.
우 의원은 앞으로도 “강력한 추가 검증과 방류 중단을 위한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공언했는데 당내에서 오염수 방류 대응을 총괄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이미 이 대표가 우 의원에게 관련 약속을 했다. 우 의원이 단식을 마치면서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성과를 얻어간 셈이다.
오염수 방류 저지 운동을 계속하려면 당에 여러 가지 투쟁 기구도 있고 움직임도 활발하긴 한데 모아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건강 관리를 하면서 그 역할도 좀 이어서 했으면 하는 그런 여론이 있다.
한편, 같은 날(6월26일) 단식 농성을 시작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우 의원의 중단으로 인해 본인도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영향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2주 넘게 단식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를 위한 국민적 반대 여론을 결집하는 것에 단식의 목표를 두고 있다.
정의당 김가영 부대변인은 10일 논평을 내고 “2주를 넘긴 단식에 이정미 대표의 건강이 매우 염려되는 상황이나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막겠다는 의지와 일념으로 모든 염려를 이겨내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정의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3일 회동했고 그 결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국회의원 모임’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오늘(11일) 첫 모임을 갖고 향후 활동 계획을 협의할텐데 두 야당이 스크럼을 짜고 “장기 투쟁”에 힘을 모으기 위한 내용이 논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