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국정농단의 포문을 연 내부고발자로서 기구한 삶에 대한 대화만 해도 충분할 것 같았는데 어쩌다보니 각종 정치 현안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노승일씨와의 대화 주제들은 다양했는데 △후보 검증을 명분으로 가해지는 지나친 네거티브 문화 △△국회의원 특권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에 대한 조언 △정치권 세대교체 등이었다. 핵심은 더불어민주당의 사법 리스크였다. 방탄 행보로 비춰지지 않도록 정무적 판단을 잘 해서 검찰 조사에 당당하게 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승일씨의 제언이다. 정무적 감각이 왜 그렇게 없는지 모르겠다. 내가 깨끗하고 잘못이 없다고 당당하게 가야 하고 떳떳하게 특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 그렇게 나가야 한다. (노웅래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인데) 민주당 의석 파워와 당원들의 뒷배로 체포를 안 당하겠다? 그건 당에도 진짜 악재다. 이재명 대표의 이러저러한 것들도 악재인데 노웅래 의원마저 그런 게 나왔다. 이정근 전 당 사무부총장 그분의 뇌물도 다 악재다. 지난 12월22일 14시 광주 북구에 위치한 평범한미디어 사무실에서 승일씨를 만났다. 폭설이 내렸고 매우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사실 누구나 힘든 일을 겪은 뒤에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어떻게든 극복해보고 싶고 나는 이겨낼 것이라고 자기 암시를 걸어보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이내 실패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선아 사랑해>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이지선 교수(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의 메시지가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교수는 진정성있는 경험담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는 솔직히 나 혼자 살아남으려고 아픈 걸 참았고 그것 말고는 한 게 없는데 남을 위해서 한 게 아니다. 그냥 나 혼자만을 위해서 아픈 걸 참았다. 정말 쓸데없는 흉터들이었는데 근데 이 쓸데없는 것들이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전하는 그 통로로 작용했다. 어떤 분이 약을 먹고 있었는데 다시 살아볼 거라고 손편지들을 받을 때마다 그래 거봐. 살아남길 얼마나 잘 했어. 그날 하루 너무 너무 힘든 날 살아남길 잘 했잖아. 그분들의 편지가 내게도 너무 큰 격려가 된다. 이 교수는 작년 10월28일 19시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전일빌딩 9층 다목적강당에서 강연을 했다. 다른 목적으로 방문했던 건물이었는데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강당으로 향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바야흐로 노동조합이 악마 취급을 받는 시대다. 윤석열 정부는 연일 노동계를 때리고 있고 국민의힘 당직 선거에서는 민주노총을 해체하겠다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노조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페이스북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회고했는데 그 결과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어떤 의미일까. 공감에 입사했을 때 노동조합 밖 노동자들, 불안정하고 소외된 노동자들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들을 대리해서 소송도 하고, 신고도 하고, 입법(운동)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했다. 그런데 15년 그렇게 일해서 내린 결론이 뭔줄 아는가. 바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수년 소송해서 이기면 뭐하나. 회사는 끄떡없다. 고소하고 진정해도 공무원들은 형식과 증거만 따진다. 법적 대응. 그건 노동자들에게 독배일 때가 많다. 노동조합만 있다면, 혼자는 약하지만 뭉쳐서 싸울 수만 있다면, 파업을 무기로 싸울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하고 착취와 억울함을 풀 수 있을텐데.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지난 15일 밤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들이 뒤엉켰다. 다중 추돌이 벌어졌는데 무려 44중이었다. 사망자까지 나왔다. 15일 21시10분 즈음 경기 포천시 구리포천고속도로 포천 방향 축석령 터널 앞 500미터 지점(3차로 일방통행)에서 SUV A차량이 갑자기 스핀 걸린 볼링공처럼 미끄러졌다. 1차로에서 3차로로 빙글빙글 돌았는데 목격자는 “브레이크 자체가 작동이 안 되고 완전 스케이트 탄 것처럼 S자로 갈지자로 돌았다”고 표현했다. 3차로에서 A차량을 맞이했던 다른 차량들이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 하고 미끌어져서 연쇄 추돌했고 그렇게 모든 차로가 차량들로 막혀버렸다. 가장 먼저 미끄러진 A차량을 코앞에서 목격하고 급정거를 시도하다 가드레일 등을 들이받은 차량 2대가 있었는데, 그 이후로 44대의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추돌하게 됐다. 사실 47중 추돌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날 충북 충주에서 시댁 식구의 49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차량(승합차로 추정)에 동승했던 43세 여성 문모씨는 끝내 눈을 감았다. 운전대를 잡았던 문씨 남편은 혼수상태로 알려졌고, 뒷좌석에 타고 있던 시어머니는 다리를 크게 다쳤다고 한다. 문씨 가족들은 “마른 하늘의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건설 현장에서 틀비계를 옮기다가 다른 철근더미가 떨어져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틀비계는 ‘이동형 발판계단’으로 일종의 사다리와 같은 기능을 하는데 작업자가 틀비계 위에 올라가서 건물 외벽 공사를 하곤 한다. 작업을 마치면 틀비계를 움직여서 다른 곳으로 가서 작업을 이어가는데 사람이 직접 밀기도 하고 크레인으로 옮기기도 한다. 지난 14일 아침 7시50분 즈음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의 모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작업하고 있던 45세 한국인 남성 노동자 박모씨가 추락한 철근더미에 깔려 숨졌다. 박씨 외에도 베트남 노동자 2명이 크게 다쳤다. 해당 공사장은 ‘요진건설산업’이 시공을 맡은 곳이다. 작년 2월8일 성남의 연구시설 공사 현장에서 승강기 추락으로 2명이 숨졌을 때도 요진건설이 시공사였는데 그때 이미 요진건설측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사고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런 거다. 크레인으로 틀비계를 들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었는데 틀비계가 10미터 길이(2.5~3층 높이)의 철근 구조물에 근접했고 갑자기 철근더미가 쏟아져내렸다. 아이러니하게도 A씨는 지상에서 안전을 위한 신호 업무를 보고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개월 반 전에 좋은 강연을 들었던 게 떠올랐다. 깜빡 잊고 기사로 전달하지 못 했는데 꼭 쓰고 싶었다. 프로레슬러이자 격투기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김남훈씨가 전설의 격투기 선수였던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의 싸움 전략을 통해 인사이트를 뽑아냈는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평범한미디어 지면으로 소개하고 싶은데 너무 오래 지나서 망설여졌고 검색을 해보니 김씨는 10년 전부터 효도르 철학을 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접을까 고민을 했으나 이내 쓰기로 했다. 김씨는 지난 10월20일 19시 광주 북구에 위치한 광주청년드림은행 공간에서 강연을 열고 “미국에 내리는 비가 뭘까? USB....ㅋ 가장 가난한 왕은? 최저임금...ㅋ”라고 아재 개그를 시전했다. 효도르에 대한 메시지를 모두 이야기하고 2부로 넘어가기 전 분위기 전환용으로 던진 농담이었는데 다들 능숙한 그의 강연 진행에 웃음을 보였다. 효도르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그야말로 ‘60억분의 1’의 사나이였다. 2010년 이후 조금씩 쇠락기를 맞이하긴 했으나 전적 40승 6패를 거뒀던 전무후무한 파이터였고 여전히 격투기업계에서는 현역이다. 김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조대원 센터장(리서치한국 여론조사연구센터)과의 대화는 항상 깊이가 있다. 언론인과 정치인의 대화는 의례 정치적 헤게모니를 누가 잡느냐와 같은 주제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조 센터장은 요즘 들어 부쩍 ‘정책 의제’에 관심이 많아졌다. 지난 11월21일 19시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조 센터장을 만났다. 조 센터장은 평범한미디어 기자들과 만나기 하루 전 페이스북에서 흑인을 대놓고 차별했던 미국의 사례를 거론하며 “거대 양당이 서로 파멸시키려고 하지 않고 공통과제를 정해서 상호 협력해보자”고 제안했다. 50년 전만 하더라도 흑인 차별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미국 사회에서 지금은 인종차별주의를 배격하는 흐름이 주류가 됐듯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일들이 편견과 기득권에 의해 가로막혀 있으면 안 된다”는 취지다. 조 센터장은 그 3대 공통과제로 기본소득, 공공주택, 남북 교류 등을 제시했다. 적어도 이 3가지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가 상호 협력해서 건설적으로 논의를 해야 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 시스템을 구축해보자고 설파했다. 사실상 한국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잘 나오지 않았던 의제들인데 조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석 달만에 또 만났다. 지난번에는 광주에서 만났는데 이번엔 서울로 직접 올라갔다. 마침 조대원 전 위원장(국민의힘)이 드디어 전직 당협위원장이란 타이틀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조 전 위원장은 12월 초 리서치한국 여론조사연구센터의 센터장으로 스카웃됐다. 지난 11월21일 19시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조 센터장을 만났다. 그때 이미 조 센터장은 여론조사 업체로부터 자리를 제안받아서 가기로 했다고 귀띔을 해줬다. 3년 반 전에 조 센터장은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자리로 추천을 받아서 갈 수 있었으나 당시 자유한국당 당권을 쥐고 있던 황교안 전 대표의 비토로 꿈을 이루지 못 했다. 스스로도 무척 아쉬운 기억이었는데 이번에 민간업체이지만 나름대로 사회 문제를 연구하고 조사해볼 수 있는 곳으로 가게 되어 들뜬 분위기였다. 1차로 칼국수를 먹고, 2차로 새로 오픈한 실내 포차에 들어가서 본격 토크를 이어갔는데 사실 지난 인터뷰 때 “이제는 신당 창당을 할 때가 됐다”고 한 발언을 타이틀로 뽑아서 보도했던 만큼 가장 먼저 그 이야기부터 꺼냈다. 조 센터장은 “(그날 이후로) 아니 조대원 정도가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830미터짜리 방음터널이 불길에 휩싸였다. 37명이 부상을 입었고, 5명이 숨졌다. 얼굴에 화상을 입는 등 3명이 중상자로 분류됐다. 경상자들은 급히 터널 반대편으로 탈출해서 겉으로는 별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연기를 흡입했기 때문에 산소 치료를 받고 있다. 29일 13시50분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에서 큰 화재가 났다. 불은 16시12분에 진화됐다. 성남에서 안양 방향 차로를 지나고 있던 폐기물 집게 트럭의 엔진룸에서 불이 났고 순식간에 플라스틱 소재(폴리메타크릴산메틸 PMMA)의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었다. 벽에 붙은 불은 천장으로 이동했고 방음터널 전체를 용암 불기둥처럼 휘감았다. 사망자들은 전부 트럭 반대 차로에 있던 차량에서 발견됐는데 천장으로 옮겨붙은 불이 시커먼 연기를 뿜어냈고 반대편 차량들을 삽시간에 집어삼켰던 것으로 보인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 하고 질식사를 당했던 건데 왜 그렇게 피해가 컸던 걸까? 보통 방음터널은 철제 H빔으로 뼈대가 만들어진다. H빔 구조에 플리스틱 PMMA을 덮어서 완성하는 건데 해당 방음터널은 2017년 8월에 완공됐다. 역시 비용이 문제였다. PMMA는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김태호 피디(테오)의 생각이 궁금했다. 정말 <무한도전>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걸까. 우선 <무한도전>이 종영할 수박에 없는 이유부터 살펴봐야 한다. 김 피디는 “(2014년) 선거 특집으로 우리의 방향성을 잡았고 명확한 결과를 잡았다. 이 특집으로 향후 10년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었는데 큰 위기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고정 멤버였던 길씨, 노홍철씨, 정형돈씨가 연이어 하차하고 말았다. 김 피디는 21일 14시 광주광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특강의 연사로 초청됐다. 김 피디는 2014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지방선거 ‘사전투표제’에 대한 홍보 요청을 받고 ‘선택 2014’를 기획하게 됐다. <무한도전> 향후 10년을 책임질 리더를 뽑는 진지한 선거 컨셉이다. 해왔던 걸 더 잘 해보자는 안정적인 후보 유재석씨와, 가족까지 공개해보자는 급진적인 노홍철씨의 투톱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김 피디는 그 과정에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었던 현실을 극복하고 실제로 <무한도전>의 장기 비전을 구상했을 만큼 고무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악재가 터졌다. 선거 특집 오프닝까지 다 찍었는데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