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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이 ‘사진 찍어주는 노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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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 52번째 사연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오늘은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애인과 같이 셀카를 찍지 않는 이유를 말해줄게. 요즘 다들 연애하면 애인이랑 찍은 셀카 올리고, 커플 프사라고 해서 둘이 같이 찍은 사진 똑같이 카톡이나 페북 프사로 하고 그러잖아. 그런데 나는 애인과 그래본 적이 없어. 그리고 앞으로도 딱히 없을 것 같아. 내 애인은 사진을 볼 수 없으니까. 둘이 같이 사진을 찍어도 사진이 잘 나왔는지 못 나왔는지 전혀 알 수 없어. 이 말을 들으면 애인과 인생 네 컷 찍고 싶지 않냐, 요즘 커플 바디프로필도 많이 하는데 그런 거 해보고 싶지 않냐 할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나는 그런 것 딱히 신경 안 써. 그냥 좋으니까. 애인이 좋고, 애인과 같이 있는 게 좋고, 같이 있는 시간이, 그 순간이 너무 좋은데 사진을 찍느냐 못 찍느냐가 중요하지는 않잖아. 내가 그만큼 아이씨 이거 막상 이야기하려니 낯 간지러운데, 아무튼 내가 그만큼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걸로 된 거잖아. ‘내게 상처주는 걸 허락할테니 다시 걸어보게 해줘 사랑에’라는 노래 가사처럼 온전히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내 애인인데 그걸로 된 거잖아.

 

 

이런 거야.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냥 그 순간순간이 의미가 있어지는 거고, 아무리 화내고 짜증내고 치고 박고 싸워도 그 순간조차 지나고 보면 기억에 사무치듯 남는 거. 내가 전에 말한 놀부가 “아이고, 형님! 소인놈 문안이오!” 하고 절 할 그 양반 있지? 그 심술보 양반이 언제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가 가장 후회하는 게 있다는 거야. 그래 도대체 뭐기에 이 놀부 저리가라 할 심술보가 그렇게 후회를 한다 그러나 싶어서 들어보니 글쎄, 자기 부인에게 좀 더 자상하게 대해주지 못 한 것, 항상 미쳐있었던 것을 후회한다는 거야. 그 중에서도 가장 후회하는 건 부인이 임신했을 때 한겨울에 딸기가 먹고 싶다고 했대. 임신하고서도 자기한테 먼저 뭐가 먹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이 그런 부탁을 했는데 자기는 그냥 “딸기 모양 과자라도 만들어주랴?” 하고 넘어갔다는 거야. 그때 어떻게 해서든 그 딸기 한 알 구해다줄 걸 그랬다고. 그렇게 넘기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하기에 내가 그랬다? 당신 부인은 말로 표현할줄도 모르고, 자상하게 대해주지도 못 하고, PTSD로 미쳐버린 당신을 사랑했던 거라고. 그 딸기 한 알 구해다줄 생각은 하지 않고 딸기 모양 과자라도 만들어주랴 하고 넘어간 그 순간조차 부인에게는 소중했을 거라고.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어? 인스타에 빠져사는 거? 인스타에 올릴 사진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거?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요즘 세상에 SNS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고, SNS에 올릴 사진 찍으려 이거저거 안 해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하지만 중요한 건 여친이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느냐의 문제야. 여친이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함께 있는 순간이, 그 1분 1초가 아까워서라도 그렇게 사진에 집착할 수는 없는 노릇이야. 너무 아름다운 풍경은 오직 그 순간에만 마음에 담아두고 싶어서 차마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없듯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당신과의 순간순간이 의미가 있다면 절대 그렇게는 못 해.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아까운데 그깟 인스타가, 사진이 대수야? 안 그래?

 

더구나 사진 구도 신경 써가며 인생샷 건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걸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라고 해? 게다가 제대로 못 찍었다고 툴툴거리기나 하고. 진짜 좋아하면 남녀를 떠나 그 사람이 앞으로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고생을 해야 하는 것마저도 안타까워서 못 보는 법인데 누가 좋아하는 사람을 그 따위로 대하냐고.

 

한 마디로 말해, 지금 여친은 당신을 좋아하는 게 아냐. 그냥 SNS에 나 남친 있다 하고 자랑할 적당한 남자가 필요할 뿐인 거지. 그러니 내가 당신을 위해 충고해줄게.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사람은 어딘가에는 있어. 그 사람을 만날지 못 만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당신을 그저 SNS용 남자로만 볼 여자와의 관계를 지속하지 마. 이대로 살기에는 당신 인생이 너무 아까우니까.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하이볼이나 한 잔 마시고 가. 편의점에서 짐빔 하이볼을 팔기에 하나 샀으니 일단 마시고 당신을 위해 살아갈 생각을 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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