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는 외부에서 의미있는 ‘생각이 담긴 글’을 발견하면 글쓴이의 동의를 받고 게재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글은 치유공간 이웃 이명수 대표가 페이스북에 게재한 것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이명수 대표] 왜 딸내미들은 하나같이 세상 찌질이들만 사윗감으로 데려오는지 모르겠다는 아빠들의 농담 끝에 자식 결혼 반대하는 평범한(소위 재벌가나 권력자나 명망가 집안 아닌) 부모들의 속마음까지 이어졌다. 딸아이가 사귀는 남자의 장래가 안정적이지 못 해서(못 하다고 판단해서) 엄빠로서 결혼을 반대하는 중이라고 했다. 어떻게 키운 딸인데. 같이 있던 또래들의 공감이 이어졌고 나도 그 속마음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라 고개를 끄덕여줬지만 한 가지만 묻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내 자식이 결혼을 반대당하는 입장이라면 수긍할 수 있나. 아주 아주 예를 들어. BTS 부모가 내 딸이 부족하다고 못 받아준다면 이해되려나. 김연아 부모가 내 아들이 격에 안 맞는다고 못 마땅해 한다면 이해하려나. 만수르가 내 딸을 가진 거 없는 집안이라고 이 결혼 반댈세! 한다면 어쩔 수 없으려나. 그런 경우 없을 거다. 이해가 된다고 하면 그것도 문제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부모씩이나 돼 가지고 자식 결혼을 반대할 수 있지? 그것이 평소의 내 문제의식이고 그 정도도 못 하면 부모 노릇 뭐하러 하나? 이게 반대편 생각이라는 걸 많이 경험했다. 둘 다 맞겠지만 내 생각엔. 부모 아니라 세상 없는 존재라도 왜 누군가를 거절하나. 무슨 자격으로 누군가에게 본인이나 납득할만한 자기 증명을 요구하나. 틀려 먹었다. 자식은 내 성과물이나 전리품, 내 삶의 이력서가 아니다. 나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개별적 존재다. 단독자다. 객관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해도 자식인 본인이 대가를 치르고 책임지는 게 맞다. 그게 성인이다.
부모는 혹여 자식이 그런 대가를 치를 때 옆에서 잘 먹여주고 이불 덮어주는 역할이 적당하다. 개념없는 학부모 갑질이 선생님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듯 부모 갑질은 그것보다 더 자식이란 존재를 황폐화시킨다. 인간적 매력이 철철 넘치고 재능이 반짝이는 후배가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이유로 상대 부모로부터 거절 당했다며 남친이랑은 너무 좋은데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눈물을 쏟았다. 이런 생 눈물 쏟게 하는 이들, 참 그렇다. 부모가 안 계시면 내가 엄빠 노릇 해주면 얼마나 좋나. 나이 먹어서 그런 일 한다면 할 게 뭐 있다고. 가끔 듣는 노래 가사에서 들을 때마다 와닿는 대목.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 구암자 유점사 법당뒤
칠성당에 모두 모여 팔자에 없는 아들 딸 나달라고
백일정성을 말고 타관객지 외로이 떠난 사람 괄세를 마소
강원도 아리랑(하춘화)
사람을 괄시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러니 혹시 이런 상황에 있는 부모가 있다면 반대를 접으시라들. 결혼식에 대한 감흥이 없어서 잘 안 가는데 며칠 전에도 오늘도 기꺼이 참석하고픈 결혼식에 가면서 문득 그 후배 생각에 주절주절. 혹여 지금 반대 상황에 놓여 있는 연인들이 있다면 포기하지 마시라들. 그대들이 옳다. 응원을 장풍처럼 쏘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