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김호중과 소속사는 “대중을 바보로 아는가”

배너
배너

#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29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22년 7월이었던 것 같은데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가 KBS 상담 프로그램 <오케이? 오케이!>에 출연해서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힐러 역할을 한 적이 있었다. 오은영 박사와 함께 사람들에게 자기 고백도 하고 힐링이 되는 메시지를 주기도 했는데 퍼뜩 드는 생각이 그럴 자격이 있나라는 의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씨를 따라다니는 온갖 논란거리와 위법 사항들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나무위키 논란 항목이 무지 길다. 그런 김씨가 또 다시 음주 뺑소니를 일으켰다. 뺑소니와 범인도피죄는 명백하고 음주운전 혐의는 정황이 매우 짙지만 법률적으로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머릿 속에 있는 여론 지형에서 보면 김씨는 이미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다.

 

 

사실 김씨는 오히려 다행이다. DJ 안예송씨와 배우 조형기씨 사례처럼 사망 사고를 낸 유명인 음주운전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위험한 음주운전을 하다가 보행자를 치어 중상해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16일 18시반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행일 수도 있다가 아니라 사실은 다행이 맞다”며 “왜냐하면 적어도 피해자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이야기하는 걸로 봐서는 그렇게 큰 사고는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은 되게 단순하게 끝날 수 있는 사건인데 일이 되게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그냥 음주운전 사고였는지 아니었는지도 확정할 수 없지만 단순 교통사고였다. 그런데 뺑소니를 했다. 일단 확인을 했든 안 했든 그 상황에서 그 장소를 떠났으니까 명백한 뺑소니다. 그 다음에 음주 뺑소니 혐의를 덮으려다가 여러 가지가 막 꼬이면서 일이 점점 커졌다. 지금 어디까지 커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처음에는 매니저가 김호중씨 옷을 입고 경찰서에 출석해서 내가 했다고 이야기를 했다가 결국 (경찰 추궁에) 번복을 하기도 하고.

 

윤창호법과 음주운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취재해왔던 평범한미디어는 그동안 음주운전자들이 1차 사고를 내고 발각될 것이 두려워 음주측정을 거부하거나 도피하다가 사망사고를 낸 사례를 숱하게 목도했다. 대체적으로 음주측정 거부나 음주 뺑소니는 누범일 가능성이 높다. 또 걸렸으니 법적 책임이 순간적으로 무섭게 느껴지고 얕은 수로 모면해보려다가 일을 더 키우는 것이다. 유명인으로 한정해봤을 때 전자는 래퍼 노엘 장용준씨가 있고, 후자는 DJ 안예송씨와 배우 손승원씨가 있다.

 

일단 김씨가 저지른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법률적인 성립 여부와는 무관하게 CCTV와 녹취 등 물증들로 확인된 사실이다.

 

①5월11일 예정된 콘서트 이틀 전(5월9일) 유흥주점에 갔다.

②술잔을 입에 댔지만 술은 안 마시고 음료수만 마셨다고 어이없는 변명을 했다.

③술집을 나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고 대리운전을 통해 귀가했다가 다시 외출했고 그 과정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④위험천만한 곡예 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넘어 택시를 들이받았음에도 현장을 달아났다.

⑤인근 골목에서 차를 세우고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음주운전을 했으니 대리 출석해달라고 부탁했고, 매니저는 김씨의 옷을 입고 사고 발생 3시간 후 강남경찰서에 출석했다.

⑥김씨가 직접 전화해서 범인도피를 부탁한 사실이 녹취로 확인됐음에도,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몇몇 임원들은 김씨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대리 출석을 지시한 것은 김씨가 아닌 이 대표이고, 음주를 하지 않았으며, 공황이 와서 운전이 미숙했다는 것이다.

⑦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했다. 김씨가 직접 인멸한 것인지 소속사 차원에서 인멸한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⑧일파만파 의혹이 커지고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팬클럽은 국내 구호단체 ‘희망조약돌’에 기부를 했지만 거부당했으며 기부금은 반환됐다.

⑨지난 14일 14시 최초 보도가 타전되기 전, 김씨는 예정된 11일 고양시 콘서트(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대로 강행했다. 아울러 소속사는 계획된 전국 투어 일정을 그대로 강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11일과 12일 이틀 연속 개최된 고양 콘서트를 마치고 본인 팬카페에 글을 올렸다.

 

사랑과 아름다움이 넘쳐 흐르는 시간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함께 하는 이 행복을 너무나 크고 소중하게 생각했다. 이 느낌, 이 감정 그대로 가지고 창원으로 달려가겠다. 이틀간 고양 콘서트에 함께 해주시고 빛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그리고 많이 사랑한다. 남은 주말 잘 보내시고 안전하게 귀가해달라.

 

 

음주 수치가 있어야 음주운전으로 입건될 수 있다. 음주 정황만으로는 어렵다. 박 센터장은 “쟁점이 음주운전을 했느냐 여부인데 사실 음주운전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알아보려면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 만큼 중요한 게 언제 먹었느냐”라며 김씨가 사건 발생 17시간이 지나고 강남경찰서에 출석한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환기했다. 그러나 중앙선을 침범하고 택시를 들이받을 만큼 비정상적인 운전 행위와 비틀비틀대는 모습, 술도 안 마셨는데 대리기사를 부르고, 직접 음주운전 사고를 냈으니 대신 출석해달라고 부탁하는 녹취까지 있는 등 상식적으로 이미 끝난 게임인데도 김씨측이 계속 부인하고 거짓말 하는 모습이 볼썽사나울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소속사 관계자들이 좀 사건을 마무리를 해줘야 된다.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과하고 처벌을 받으면 된다. 근데 이 사건은 희한하게 소속사가 계속 키우고 있다.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매몰차게 내놓고 싶은 건지를 모르겠다. 처음 시작은 보호하려고 대표가 뒤집어쓰는 것처럼 이야기를 했지만 대표라는 분이 친척(김씨의 외사촌형이자 SBS 공채 9기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걸 봤을 때, 본인이 8촌 이내 가까운 친족인 경우에는 그게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라고 얘기를 하던데... 근데 이건 사실 법적인 문제를 이미 떠났다.

 

박 센터장은 “엄밀하게 따지면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지만 “공인이라고 착각할 만큼의 공공적 성격을 가진 사인으로서 그 사람의 행위가 어떻게 비춰지느냐가 굉장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대중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가 바로 “이미지 관리라고 하는 부분”인데 김씨는 “이미지 관리가 이미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이다. 팬덤의 무조건적인 보호도 김씨의 이미지를 악화시키고 있다.

 

김씨가 일찍이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게 등장부터가 스타성과 스토리가 부각돼서 나왔다. 그가 알려진 뒤로 당연히 성악하고 있을줄 알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장르를 트로트로 변경을 하더니 트로트 가수로 아주 굉장히 성공했다. 그런 김호중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다. 그 스토리에 끌렸던 사람들이 스토리에 매몰돼서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맹목적으로 좋아하게 된다.

 

영화 <파파로티>에도 나왔지만 사실 김씨는 이종격투기를 했다가 관두고 조폭세계에 발을 들였던 비행청소년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한 성악과 스승의 헌신으로 성악가의 길을 갔고, SBS <스타킹>에 출연해서 유명세를 탄 이후로 영화 개봉 및 TV조선 <미스터 트롯> 출연으로 이어진다. 사실 파란만장한은 그의 인생 역정을 알고 있는 팬들은 “그럴 리 없어라고 자꾸 생각하게 되고 그 논리에 빠지게 되는 것”인데 박 센터장은 “그 사람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아서 그렇다. 그 사람의 입지전적인 어떤 영웅적인 그런 것에 실수할리가 없다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사람이 아닌 형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김씨가 소속사 뒤에 숨지 말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직접 나서야 한다고 고언했다.

 

그렇게 되면 본인이 원하지 않지만 굉장히 큰 서사를 갖게 된다. 그러면 이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서사만큼 일이 커진다. 왜냐면 일단 연예인이 아니었으면 별로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을 일이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김호중이어서 많이 알려지게 된 거고 사실 그렇기 때문에 대처를 더 확실하게 해야 되는데 그게 미숙했다. (공황이 왔다고도 하던데) 공황이 오고 그런 큰일이 있었으면 되게 죄송한 말씀인데 그 다음날 공연 못 한다. 차라리 처음부터 분명히 자기가 행한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인정하고 책임을 졌어야 되는데 계속해서 밝히지 못 하고 소속사가 하자는 대로 끌려 갔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씨가 어린 아이돌 그룹 멤버가 아니다. 미성년자 연예인도 그렇게 하진 않는다. 스스로 판단해서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고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는 소속사 관계자가 아니라 자연인 김호중으로서도 충분히 판단이 가능한 것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혀 하지 않고 숨어 있다고? 소속사 명의 사과문과 대표 인터뷰만 나오고 본인 목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고 있다. 나는 이게 큰 문제라고 본다.

 

 

흔히 연예인 사건사고의 양태를 분류해보면 첫 번째가 비도덕적이거나 불성실한 태도와 언행이 논란이 됐을 때, 두 번째는 도박과 마약 등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위법 행위, 세 번째는 성범죄·사기·폭행·음주운전 등 중대한 위법 행위, 네 번째는 이러한 사건을 저질렀는데 모면하려고 거짓말 하고 대중을 기만하려다가 들켰을 때다. 예능인 신정환씨가 대표적인데 김씨는 이미 신씨에 버금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 상황으로 봤을 땐 그 연예인에, 그 소속사에, 그 팬덤이 되어버렸다.

 

지금 스스로 무덤을 파는 부분도 크고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막 무덤을 더 넓게 파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팬덤도 그럴 리 없다. 무한 쉴드. 우리가 김호중을 절대적으로 믿어주자라고 얘기해서 오히려 콘서트 매진시키자고 하고. 특히 하는 것만 보면 김호중 소속사에는 김호중 1인만 있는 소규모 소속사의 행태 같다. 근데 복수의 아티스트들이 있더라. 많은 연예인들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일 처리를 이렇게 한다? 아티스트가 사고를 냈을 때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데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이거는 매니지먼트의 기본도 모른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소속사도 그렇고 김씨 본인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콘서트일텐데 콘서트를 이틀 남겨두고 술 마시고 몸관리도 안 한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 박 센터장은 “공연을 얼마 남겨두지도 않고 술을 먹는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술을 먹는다고 그러면 적어도 매니저를 동승해서 매니저가 운전하게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게 최소한의 자기 아티스트 관리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궁극적으로 박 센터장은 “지금 김호중 사건과 관련해서 드리고 싶은 딱 한 마디는 그거다. 일반 대중이 바보가 아니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 소속사와 김호중씨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모르는 게 아니다. 근데 그게 일반 대중의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왜 메모리 카드는 가져갔으며 술을 안 마셨는데 왜 대리운전을 부르는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로 계속 사건을 일단 덮고 보자. 그러니까 일반 대중을 바보로 보는 것이다. 이 사건의 크기가 어떻고 저떻고 혹은 이게 음주운전이고 아니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건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게 제일 문제다. 사건을 스스로 키워서 일반 대중들이 본인한테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스스로 팬들을 멀어지게 한다라는 건 정말 자기 무덤 파는 꼴밖에 안 돼서 조금이라도 빨리 다시 돌아와서 잘못한 거 잘못했다고 하고 스스로 나서서 사건 수습할 정도의 나이는 됐으니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프로필 사진
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관련기사

4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