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 친구 이영광 “쩡이린 친구들 보면서 너무 죄송했다”

  • 등록 2021.04.30 12: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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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7년지기 절친을 떠나보낸지 2년 반이 훌쩍 지났다.

 

故 윤창호씨의 고등학교 동창 이영광씨는 “내 동네가 같은 동네다. 지나가는 곳들이 전부 놀았던 곳들이다. 7년 친구다. 사실 베프(베스트 프렌드)다. 그래서 항상 떠오르고 그 친구는 죽었지만 계속 나를 통해서, 창호 동생을 통해서, 다른 친구들을 통해서 계속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한테 계속 동기부여를 해주고 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인생의 가이던스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문제에 대해 집중 보도를 이어왔던 평범한미디어는 지난 26일 오후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영광씨를 만났다.

 

 

2018년 연말 윤창호법이 제정됐다. 분명 음주운전을 바라보는 국민적 인식이 바뀌었고, 법원의 선고 형량도 높아졌다. 그러나 음주운전 치사 사건들은 끊임없이 일어났다. 주요 사건들만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①60대 여성 1명을 사망케 하는 등 총 4명의 사상자를 낸 대낮 만취운전 사건(2019년 11월16일 부산 해운대구)

②6살 남자아이를 죽게 만든 낮술 막걸리 운전 사건(2020년 9월6일 서울 서대문구)

③50대 남성 치킨집 점주를 사망케 한 을왕리 사건(2020년 9월9일 인천 중구)

④대만 유학생 故 쩡이린씨의 목숨을 앗아간 음주운전 사건(2020년 11월6일 서울 강남구)

⑤40대 여성을 사망케 한 북항터널 사건(2020년 12월16일 인천 중구)

⑥뷰티 창업을 앞둔 20대 여성의 꿈을 짓밟은 음주운전 사건(2021년 1월1일 광주 광산구)

⑦회식 음주 후 충남 지역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서울로 돌아오다 30대 여성을 사망하게 만든 40대 남성의 음주운전 사건(2021년 1월4일 경기 성남)

 

영광씨는 “전체적으로는 계속 음주운전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에는 변화가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윤창호법 이전에는 실수로만 보다가 그 이후에는 중대한 범죄로 보고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론 여전히 음주운전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실시간으로 경찰청 통계를 보고 있는데 그런 것들 보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많이 속상하긴 하다”며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음주운전이 왜 이렇게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효성있는 대책들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좀 많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검찰청이나 도로교통공단에서 연구 용역을 활발하게 주고 있다고 한다.

 

영광씨는 “정치권에서 그런 연구 결과들을 받아서 제도로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주문했다.

 

 

사실 음주운전으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주변 친구들이 언론에 나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영광씨는 쩡이린씨의 친구들을 보며 너무 송구스러웠다고 한다.

 

영광씨는 “쩡이린씨 친구들이 청와대 청원도 올리고 방송사에 보도자료도 내고 진짜 열심히 했고 기자님 도움 받아서 정말 애썼는데 처음 이린씨 친구들한테 연락이 왔을 때는 너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며 “윤창호법 통과 이후 좀 더 우리가 적극적으로 활동을 이어왔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고 봤다. 너무 죄송하고 죄책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2018년 9월25일 그날 이후 윤창호씨 친구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윤창호씨의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동창 10명이 모여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윤창호법 제정 운동 △가해자 엄벌 촉구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3년 가까이 지난 지금 친구들은 각자의 삶 속으로 돌아갔다.

 

영광씨는 “근데 나는 현실적으로 거기에 계속 얽매일 수는 없었다. 그 당시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너무 죄송했다”며 “사랑하는 친구를 한순간에 잃고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사실 내게는 정말 괴로운 일이었다. 이린씨 친구들도 같은 고통 속에 있으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창호법 제정 운동 때도 그랬지만 계속 나온 이야기가 음주운전 관련 전문 단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

 

영광씨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을 많이 해보고 알고 지내는 정신과 전문의에게도 여쭤봤다. 아무래도 가족들에게는 인생에서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안 좋은 일인데 이걸로 연대를 하고 그러면 그게 안 좋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굉장히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각자 아픔이 많을 거고 그걸 이겨내는 방식이 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활동을 해서 아픔을 이겨낼 거고 그 활동의 방식도 다 다를 것이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풀어냈다.

 

이어 “그래서 피해 가족들의 연대를 바라지 않고도 좀 더 편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단체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환기했다.

 

무엇보다 영광씨는 “쩡이린씨 친구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을 보고 나도 같이 울었다. 공감이 됐고 너무 슬펐고 어떤 상황일지 너무 이해가 됐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치사범은 무조건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을 적용받는 게 아니다. 술 마시고 운전해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윤창호법 또는 교특법(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을 적용받는다.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가법 5조 11 1항에 따르면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고 돼 있다. 즉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로 인정돼야 윤창호법으로 의율될 수 있다.

 

양형으로 보면 윤창호법은 징역 3년 이상에서 무기징역이고, 교특법 3조 1항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하다. 그래서 많은 로펌들이 의뢰인을 위해 윤창호법 적용을 피하려고 애를 쓴다. 그걸 마케팅 수단으로 보고 어필하기도 한다. 도대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도 명확하지 않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L&L)는 “결국 어디까지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이냐? 실무에서는 통상 0.1% 초과된 경우다. 무조건 혈중알콜농도를 절대적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그걸 참고한다”며 “또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사관이 와서 수사 보고서를 작성한다. 말이 어눌하거나, 횡설수설하거나, 비틀거리거나, 얼굴색이 술에 취한 것처럼 빨갛다거나 그런 부분이 보인다면 수사 보고서에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하다고 평가된다”고 정리했다.

 

그래서 영광씨도 윤창호법 제정 당시 그 부분을 놓쳤는데 두 법을 통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광씨는 “교특법과 특가법의 애매한 기준이 있다. 교특법으로 처리되는지 특가법으로 처리되는지에 따라 형량이 아예 달라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행유예가 나올 수도 있다”며 “그걸 우리가 그 당시에 놓친 것 같다. 사실 생각도 못 했다. 차라리 교특법을 닫아버리고 전부 특가법으로 가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 다들 교특법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음주운전을 포털에 쳐보면 많은 변호사들이 특가법을 교특법으로 뺐다는 걸 어필한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음주운전도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영광씨는 그들의 상습성에 주목했다.

 

영광씨는 “연예인들은 영향력이 크다. 뭔가 잘못을 저지르면 대중들에게 바로 알려지고 본인의 인생 자체에 큰 흠이 된다”며 “알아서 자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여전히 연예인 음주운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연예인 음주운전의 특징이 뭐냐면 이미 전과가 있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을 계속 반복한다. 요즘 연구자료들 보면 상습 음주운전이 문제”라고 역설했다.

 

이어 “처벌을 강화해도 상습 음주운전자를 제동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재범률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그걸 연예인 사례로 알 수 있다. 처벌 강화로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시동잠금장치가 대표적인데 국가에서 돈을 들일 필요없이 상습 음주운전자에게 부과하면 된다. 그 다음에 알콜 중독 치료라든지 그런 것들을 도입해야 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특히 영광씨는 음주운전 재범률이 50% 이상이라면서 “음주운전으로 단속되는 사람 2명 중에 1명은 이미 전과가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도로교통공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번 적발되기 전에 스무번 정도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 걸렸을 뿐이다.

 

이처럼 사기, 상해, 성범죄와 달리 음주운전은 범행이 곧 피해를 야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음주운전을 해도 단속되지 않거나, 단속되더라도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 별 것 아닌 일로 생각해서 다음에 또 반복하기 쉽다.

 

그래서 영광씨는 “음주운전자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교통안전관리 교육 이수로 끝낼 게 아니라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광씨는 음주운전 문제에서도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광씨는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1대 29대 300인데 하인리히(1920년대 미국의 여행 보험사의 관리자)가 엄청 큰 사고 하나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작은 사고 29개, 보다 더 작은 사고 300개가 일어난다고 했다”며 “지금의 사고들 물론 끔찍하지만 계속 이런 것들이 반복되다보면 이게 정말 끝이 아니라면 더 큰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다. 을왕리 역주행, 쩡이린씨 사고 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 사고들이 끝이 아닐 것이고 이런 게 더 큰 재앙을 예고하는 것만 같아 정말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박효영 edun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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