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도로 드러눕는 ‘스텔스 보행자’ 운전자는 날벼락

  • 등록 2021.07.14 14: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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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아닌 도로에서는 아무리 만취했어도 절대 눕지 말아야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스텔스는 전투기, 장갑차 등이 적진에 침투했을 때 적의 레이더 탐지에 걸리지 않는 기능을 말한다. 한 마디로 탐지와 발견을 어렵게 하는 기능이다. 전투를 수행할 때는 적에게 최대한 노출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문제는 눈에 최대한 잘 띄어야 하는 도로에서 스텔스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운전을 하다가 가끔씩 만취 상태로 길에 누워있는 사람을 발견할 때가 있다. 문제는 칠흑 같은 밤 도로에 사람이 누워 있다면 운전자 입장에서 발견하기가 정말 어려워 자칫 커다란 비극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스텔스 보행자'라고 부른다. 부산에서도 이 스텔스 보행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산에서는 최근 5년간 '스텔스 보행자 사망사고'가 무려 24건이나 발생했다고 발표하며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여름철 7~8월에 벌어진 스텔스 사망사고가 10건(41%)으로 가장 많았다. 시간대 별로는 △20시부터 자정까지 △새벽 4시부터 6시 사이에 집중되었다. 두 시간대 모두 어두워서 운전자의 시야가 완전히 확보되지 않고 한창 음주 중이거나 음주 후 귀가하는 시간이다.

 

부산경찰청은 스텔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예방 안전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산하 경찰서들과 협업해 1차적으로 교통사고 취약 지역에 있는 스텔스 보행자를 조기 발견하여 가족이나 보호자에 넘길 계획이다. 그리고 지자체들과 협조하여 가로등의 밝기를 높여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 확보에 주력하고 횡단보도 투광기도 추가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텔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와 보행자는 어떤 법적 조치를 받게 될까?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5월1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 “사고 경위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운전자의 과실을 높게 평가한다”면서 “손해보험협회의 과실 도표에 따르더라도 운전자 과실 60%, 보행자 과실 40%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운전자는 교통 법규도 위반하지 않았는데 과실이 더 많이 주어지는 현실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운전자는 보행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전방주의 의무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도무지 보이지 않는 스텔스 보행자를 알아서 피하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더 많이 다치게 될 보행자가 운전자보다 처벌이 훨씬 더 가볍다. 차량을 운행하는 운전자는 상대적 교통 약자인 보행자를 보호할 의무를 더 무겁게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현행법상 스텔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는 중형을 받는다. 반면에 보행자는 범칙금 3만원에 그친다.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스텔스 보행자에게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좀 더 무겁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스텔스 보행자도 자신의 주량보다 과도한 음주를 하고 도로에 드러누워 사고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절대 눕지 말아야 할 곳에 누운 것은 명백한 보행자의 잘못이다. 어찌보면 운전자에게 스텔스 보행자는 날벼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4일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굉장히 상기된 어조로 스텔스 보행자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교수는 “사실 이런 스텔스 보행자 사고는 예방할 방법이 없다”며 “보행자들에게 과도한 음주로 인해 도로 위에 드러눕지 않도록 최대한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운전자들도 최대한 주의하는 방법밖에 없다. 운전자에게 불리한 현행법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윤동욱 endend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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