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대만 유학생 음주운전 피해자 故 쩡이린씨의 부모가 가해자측의 무차별적인 합의 시도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쩡씨 부모는 일찌감치 합의 의사가 전혀 없음을 천명한 바 있고 가해자측이 보낸 손편지와 만남 요구를 일체 거절하고 있다. 1심 재판 과정에서도 변호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합의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밝혔다.
‘쩡이린의 친구 모임’은 9일 23시 즈음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가해자의 가족이 직접 대만 현지에 찾아가 피해자 유족의 소재를 뒤지고 있고 유족은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직장과 교회 등 무분별하게 찾아가고 있고 끝내 만날 수 없게 되자 대만 언론들과 연락을 취하여 만남을 거절당했다는 보도가 나오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오 즈음 연합뉴스는 ‘대만 자유시보’와 ‘연합신문망’ 등 대만 현지 매체의 보도를 인용해 “(가해자 50대 남성) 김모씨의 부인은 최근 대만을 방문해 희생자 유족을 만나려고 했다”고 전했다.
친구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선규씨는 평범한미디어에 연합뉴스 기사를 공유하며 “김씨의 아내가 부모님의 직장과 교회 등을 무차별적으로 찾아가고 있다”고 알려왔다.
앞서 4월14일 1심(민수연 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6단독) 선고공판에서 김씨는 징역 8년을 받았다. 근래 법원에서는 음주운전 치사 사건에 대해 최대 징역 8년까지 선고되는 추세였지만 1심 공소유지를 책임지고 있는 임진철 검사(서울중앙지방검찰청)는 징역 6년을 구형하도록 했다. 친구 모임과 부모는 강력하게 항의했고 통상 법원은 검찰의 구형보다 가볍게 선고하기 때문에 절망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민수연 판사는 검찰의 구형을 뛰어넘어 선고했다.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즉각 항소했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김씨의 아내 A씨는 대만 현지로 날아가게 된 것이다.
김씨는 음주운전 3범이다. 그는 △2012년 3월 벌금 300만원 △2017년 4월 벌금 100만원 등의 전력이 있음에도 또 음주운전(2020년 11월6일 서울 강남구 횡단보도)을 저질러 기어이 쩡씨의 목숨을 앗아갔다. 김씨의 변호인이 세운 변론 전략은 크게 △혐의 인정 및 반성 △유족과 합의 시도 △렌즈탓 등 3가지다.
김씨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술에 취한채로 운전을 해서 쩡씨를 들이받은 게 아니라 사고 순간 착용하고 있던 렌즈가 돌아가서 시야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유족과의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음주운전 비난가능성을 낮출 요량으로 방향을 튼 것인데 되려 역효과를 냈다.
민 판사는 “피고인의 눈 건강이나 시력이 좋지 못 하다면 운전에 더욱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술까지 마시고 운전을 하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비난가능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은 유리하게 참작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현재 쩡씨 부모는 A씨와 가해자측 변호인을 피해 집을 비우고 다른 곳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유족을 대리하고 있는 손세영 변호사(법무법인 산지)는 친구 모임을 통해 “(김씨측이)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한 괴롭힘을 일삼고 있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검찰에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친구 모임은 “부모님이 한국 미디어에 보도가 됐으면 한다고 부탁했다”면서 부모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부모는 “어제(8일) 대만 Central News Agency를 통해 피고인의 가족측이 저희 교회와 직장에 무분별하게 반복적으로 연락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저희는 딸 이린이의 죽음 이후 한 번도 교회를 방문할 수 없었다”며 “저희는 지난주부터 집을 떠나온 상태다. 그들은 저희를 찾을 수 없자 변호사를 통해 대만 매체 기자들에게 사과를 하려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제보했다”고 풀어냈다.
이어 “저희는 합의 혹은 만남, 편지를 받을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레 강력하고 명확하게 표현했고 변호사께서는 이런 뜻을 판사와 상대편 변호인에게도 명확히 전달했다”면서 “저희는 처음부터 법원과 피고인의 변호인들에게 어떠한 합의도 원하지 않음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미 3주 전 A씨가 대만으로 직접 찾아오겠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는데 부모는 “그들을 만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 의사를 모두 무시한 채 찾아와 힘들다”며 “몹시 두렵다. 코로나 상황임에도 피고인의 아내가 어떻게 대만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저희 교회를 알고 찾아왔는지 궁금하고 겁이 난다”고 했다.
김씨측의 언론 플레이에 대해 부모는 “그들은 뉴스 매체들과 연락을 취하며 마치 그들이 이 상황의 피해자인 것처럼 판사의 동정을 사려고 하고 있다”며 “(A씨의) 방문으로 인해 수많은 기자들이 저희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로 인해 저희는 같은 상황을 여러 차례 설명해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 피고인의 가족은 저희 사생활과 권리를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김씨가 바로 항소한 것을 거론하며 “그들의 반성과 사과가 과연 진실성이 있는지는 판단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환기했다.
부모는 거듭해서 “부디 피고인측이 지속적으로 뉴스 매체들에 연락해서 저희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