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으로 불릴 정도로 마약에 대해서는 엄격한 국가다. 게다가 속인주의 국가라 마약이 합법인 나라에서 마약을 하고 입국하면 국내법에 의해 처벌받는다. 속칭 ‘약쟁이’라 불리는 마약 중독자를 TV와 영화에서나 볼 정도로 보통 사람들이 마약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5년간 단순 음주운전을 넘어 마약을 투여한 뒤 운전하는 위험천만한 짓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과 9개월 전 부산 해운대에서 대마를 흡입하고 광란의 질주를 벌인 포르쉐 운전자가 검거된 적도 있었다. 대마 합법화 논란이 꾸준히 고개를 들고 있긴 하지만 현행법상 대마는 명백한 불법이다.
게다가 지난 3월 필로폰에 취한 승합차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들이받아 목숨을 앗아간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7월14일 경기도 포천에서 필로폰을 투여하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운전을 한 30대 남성과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검거될 수 있었던 것은 준법정신이 투철한 한 시민의 신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포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음주운전을 의심했다. 그래서 음주 측정을 실시하려고 했으나 두 범죄자는 거부했다. 거듭된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했는데 음주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마약으로 인한 흥분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마약 검사를 받고 필로폰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A씨의 차량에는 마약 투입용 주사기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정밀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이들의 마약 입수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도대체 필로폰은 뭘까? 정확한 표기로는 '메스암페타민'이라고 하는데 1893년 일본 도쿄대학에서 감기약을 개발하던 중 우연히 만들어졌다. 필로폰은 엄청난 각성 효과를 지니고 있어 한 때 피로회복제로 쓰이기도 했다. 특히 참전 병사들에게 보급되어 피로를 잊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두려움을 낮춰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됐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보병 유닛 마린의 '스팀팩' 기능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렇다면 필로폰 운전이 되려 졸음 운전을 방지할 수 있어 좋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어불성설이다. 잠은 오지 않지만 환각 작용에 의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필로폰은 '오버 클릭' 부작용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오버 클릭은 시간 개념이 혼미해지는 것으로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주변 사물들의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 것이다. 속도 감각이 없어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극단적인 과속을 감행하게 되고 이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필로폰 운전의 장단점을 논할 가치가 없다. 합리적으로 왜 문제인지 파고들었을 뿐이다. 애초에 필로폰은 소지 자체가 불법이다. 복용은 말할 것도 없다.
마약 운전이 음주운전 못지 않게 위험한 것이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마약 중독에 따른 해악 자체도 심각한데 마약 운전은 오죽하겠는가. 전쟁터에서 필로폰을 투약받은 병사들은 전후 고향에 돌아왔음에도 금단 현상으로 폐인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마약 자체가 범죄이듯 마약 운전은 절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