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의 시대 무조건 ‘시설’은 나쁘고 ‘탈시설’만 좋은 건가?

  • 등록 2025.10.04 14: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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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의 정책 스토어] 15번째 칼럼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진웅 성동구의회 정책지원관] 지난 8월 말 이재명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꼼꼼히 살펴봤다. 총 123대 국정 과제인데 국정기획위원회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 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 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 외교안보 등 5대 국정 목표를 발표했다. 필자는 앞으로 ‘정책 스토어’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중 보건복지와 교육, 노동 분야에 대해서 분석 칼럼을 써볼 계획이다.

 

먼저 당장 내년에 실행될 ‘통합돌봄’ 정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재명 정부가 밝힌 통합돌봄의 목표는 ‘노인 장애인 등이 시설(병원)에 입소하지 않고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통합돌봄체계 구축’이다. 그래서 “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주력했던 ‘커뮤니티 케어’와 다름 없는데 목표도 대상도 같다고 보면 된다. 물론 관계 법령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는데 현 정부의 통합돌봄 정책은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해당 법률은 2024년 3월 윤석열 정부 당시에 제정됐고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문재인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는 시범사업에서 그쳤다. 법률적, 재정적 근거가 없으므로 유야무야 넘어간 것인데 반면 통합돌봄 사업은 법률적 근거와 재정 지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개편 등을 통해 사업의 추진 동력이 뒷받침된다. 통합돌봄 사업의 대상은 입원과 입소의 경계선상에 있는 노인(장기요양 재가급여자/등급외자/의료기관 퇴원 환자/노인맞춤형돌봄서비스 중점군 등)을 시작으로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서비스 유형은 시설 중심이 아닌 재가 서비스 즉 본인이 사는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 실현으로 한국의 전통 사회서비스 유형인 시설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 탈시설은 장애인의 전유물이었던 반면 통합돌봄은 장애인을 넘어 사회적 보호와 적극적 사회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대상을 아우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통합돌봄 사업의 성패는 단순히 이재명 정부의 사회복지 제도 전환의 성공을 넘어 사회서비스 체제, 체질의 변화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기존의 사회서비스와 통합돌봄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동안 역할과 기능이 쇠락하던 보건소를 중심으로, 예방의학 즉 적극적 건강관리와 노쇠 예방으로 건강 수명을 연장한다는 차원에서 노인 대상 사회서비스의 변화라고 정의해볼 수 있다. 또한 1인 가구 급증에 따른 부작용 중 하나인 식품미보장 문제 해소 방안으로 방문 영양 신규 서비스도 도입된다. 실제 관련 연구에 따르면 노인일수록, 1인 가구일수록 영양 결핍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방문 영양 공급 서비스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아주 가치 있는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재가의료 사업으로는 재택의료센터 전국 확대, 재택간호센터와 생애말기케어가 도입된다. 일상생활 돌봄 차원에서는 가사·식사·이동 지원 등으로 서비스 확대가 이뤄진다. 이러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게 될 전달체계 개편도 이뤄지는데 그 중심에는 전언한 바와 같이 보건소가 있고, 통합재가기관과 재택의료센터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괄목할만한 점은 ‘지원 주택’을 확대하는 것인데 지원 주택이란 퇴원 환자 대상 단기간 돌봄과 주거 서비스가 지원되는 ‘중간집’으로 이해하면 된다. 아무래도 요양기관에서 장단기간 생활하다가 바로 원주거지로 이동하게 되면 여러모로 적응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점진적으로 지역사회에 안착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지원주택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궁극적인 목적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입소율을 감소시키는 데 있는데 이는 대대적인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무현 정부에서 일본의 수발보험(장기요양제도)을 본떠서 한국에 안착시킨 것으로 당시 공공 사회서비스 기반시설은 매우 취약했던 반면에 대상자는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즉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인데 이를 해결 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민간시장에 맡겼다. 100% 민간시장에 맡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공시한 2025년 2분기 장기요양기관 현황을 보면 기관 수는 총 2만9578개소다. 2021년 2만6547개소에서 약 9% 증가했다. 이 중 시설급여기관은 6333개소(21.4%)로 재가급여기관 2만3245(78.6%)에 비해 규모는 작다. 즉 이미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 받는 대상자가 더 많다. 또한 지역별로 대상자별로 서비스 욕구가 다를 수 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에는 요양보호사,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 인력이 상주하거나 방문하기도 한다.

 

모든 노인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만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증도, 자립생활 정도,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보다 나은 환경에서 보호와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또한 민간 사회서비스 시장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보호해야 한다. 이 또한 산업이다. 시설급여기관이 전국에 6333개소에 달한다. 이곳에 종사하는 인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확하게 시설과 재가기관으로 구분되는 수치는 아니지만 2024년 기준 통계청에서 공시한 ‘시군구별 장기요양기관 인력 현황’을 보면 요양보호사가 63만6900명, 사회복지사가 4만1635명, 간호조무사가 1만6546명, 간호사가 4989명, 의사가 2471명, 작업치료사는 1230명, 물리치료사는 2252명으로 약 70만명 이상이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고 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장기요양기관 자체를 개혁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개혁에 따른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입을 피해를 고려해야 하고 정확히 진단하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언한 바와 같이 요양기관과 시설 또한 순기능을 할 수 있다. 실상 사회적 입원으로 피해를 보는 대상자를 면밀히 선별해서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필요할지는 몰라도, 요양병원 입원과 요양시설 입소 감소를 사업의 성과로 잡겠다는 안일하고, 단순한 방식은 분명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필자는 사회서비스 체질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개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도기적 부작용도 일부 고려하여 세심히 추진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다만 진단이 잘못된 처방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에 가깝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요할 땐 민간에 100% 개방했던 노인장기요양사업이 이제 안정화 됐으니 시설은 적폐고, 지역사회 정착만이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그야말로 ‘감탄고토’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를 삼가자. 그렇게 제도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

 

부디 이재명 정부가 단순하고 명료한 정책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종합해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김진웅 pyeongbu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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