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대만 유학생 故 쩡이린씨의 삶을 짓밟은 음주운전 범죄자 50대 남성 김모씨가 2심에서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5-2부 부장판사 원정숙·이관형·최병률)는 25일 김씨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유족이 피고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을 바랄 뿐 그 어떤 금전적 보상이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고 △1심의 양형을 변경할만한 조건의 변화가 없고 △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도 볼 수 없다면서 김씨측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쩡씨의 부모는 "항소 기각이 되었더라도 8년형은 너무나도 적고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쩡씨의 지인들로 구성된 '쩡이린의 친구 모임'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배포하고 "(김씨가) 항소를 하는 것조차 유족들과 친구들로서는 분하고 굉장히 힘들었던 부분이었다"며 "재판부가 정확히 형을 내려주고 항소를 기각한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징역 8년이 엄한 처벌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윤창호법 취지에 맞도록 양형 기준을 높여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람들이 더 이상 죽지 않도록 법원이 막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친구 모임은 여전히 법원에 할 말이 많다.
친구 모임은 "윤창호법대로 무기징역도 가능한데 8년 선고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안타깝다고 생각한다"며 "이린 사건 이후에도 수없이 많은 음주운전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회적 인식이나 법원 판결들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 정부와 사법부에서 윤창호법 취지에 맞게 양형 기준(대법원 양형위원회)을 높였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쩡씨는 지난 2015년 부푼 꿈과 기대를 안고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목회자가 되기 위해 신학 공부도 하고 봉사활동을 이어가던 쩡씨는 몰상식한 김씨의 만행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작년 11월6일 저녁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김씨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쩡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쩡씨는 보행 신호를 준수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이었다. 김씨는 두 차례의 음주운전 전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세 번째 음주운전 범행을 저질렀고 쩡씨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김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079%로 면허 취소(0.08%) 수준이었다.
김씨와 변호인은 1심에서 "본인이 착용하던 렌즈가 잠깐 돌아가 앞이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사고를 냈다는 식으로 변론 전략을 짰다.
그러나 민수연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6단독)는 "피고인의 눈 건강이나 시력이 좋지 못 하다면 운전에 더욱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술까지 마시고 운전을 하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비난가능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은 유리하게 참작할 수 없다"면서 김씨측의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1심 판결 직후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지 바로 항소장을 내고 아내를 시켜 쩡씨의 부모가 살고 있는 대만 현지까지 찾아가서 합의를 시도했다. 직장과 거주지까지 방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쩡씨의 변호인은 합의 의사는 물론 만나고 싶지 않다는 부모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김씨측은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찾아온 것이고 합의 시도를 했지만 무시당했다는 언론플레이까지 일삼았다.
쩡씨 부모는 결국 급하게 거주지를 옮겼다. 김씨측은 본인 형량을 줄이기 위한 진정성만 있지 세상을 떠난 쩡씨에게 진정으로 사죄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저 그들은 조금이라도 벌을 덜 받기 위해 머리를 이리 저리 굴려댔다. 쩡씨 부모와 친구들의 고통은 전혀 알 바가 아니었다.
쩡씨 친구들은 부모의 의사를 대신해서 청와대 청원글을 올린 뒤에 그것만으론 부족했는지 평범한미디어와 연락이 닿았고 기자회견 등 언론 앞에 나와 무엇이든 하겠다([인터뷰] 친구들이 행동하게 된 이유 “누구도 가리지 않고 사랑을 줬던 쩡이린” )고 맘먹었다. 그렇게 친구 모임이 만들어졌다.
친구 모임은 지난 1월 1심 첫 재판을 앞두고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 범죄의 고의성이 성립된다고 봐야 합니다. 판사님! 절대 잊지마세요. 음주운전은 살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