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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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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27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대학원생] 오랜만에 돌아왔다. 26번째 글 이후로 3개월만이다. 평범한미디어 독자들이 우리 아버지의 투병 상황을 비롯 내 소식을 궁금해할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버지는 폐암 투병 끝에 지난 5월19일에 돌아가셨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지 3주만에 그렇게 되셨다.

 

아버지가 처음 증상을 보였던 때는 올초 설 연휴 무렵이었다. 계속 기침을 하셨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단순히 몸살 감기인줄 알아서 동네 의원급에서 감기약만 처방받았다. 하지만 호전이 없었고 3월쯤 상급 종합병원으로 가서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이미 폐암은 4기로 치닫고 있었다. 폐암에 동반되는 폐렴도 진행되고 있어서 더욱더 위험했다. 어떻게든 끝까지 노력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치료비를 마련해서 서울대병원 진료를 잡았다. 그런데 검사를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암담해졌다. 아버지는 산소 호흡기로 겨우 호흡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마저도 아주 짧은 기간이었고 결국에는 이내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 쯤에는 고농도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며 병실 침상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 하고 누워만 계셨던 것 같다. 장남으로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 괴로웠다.

 

 

아버지께서 유언처럼 남겼던 당부가 학업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간병하며 학업(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박사과정)을 이어갔다. 죽을 만큼 힘들었고 중간고사 결과도 생각한 것보다 나쁘게 나와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도 최종 평점 평균은 4.5점 만점에 4.0점을 받았다. 성적표를 확인했을 때 눈물이 났는데 돌아가신 아버지의 49재가 얼마 안 남은 시점이었다. 너무도 간절히 보고 싶어서 아버지께 카톡을 보내서 “잘했네. 고생했다”는 답을 받고 싶었다. 한 학기도 끝나고 아버지도 돌아가신 상황에서 몸과 마음이 너무 공허해졌고 공황과 우울증 같은 것들이 몰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전남 함평 본가에 내려와서 방에 틀어박혀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생활을 오래 했다.

 

무기력함에 빠진 내가 싫었다. 내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빨리 회복하자고 되뇌었지만 쉽지 않았다. 나의 죽마고우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와 의기투합해서 태국 여행을 가기로 했다. 작년부터 해외여행을 가보자고 뜻을 모았는데 폭풍 같은 일들이 휘몰아쳐서 그럴 수가 없었는데 모든 것이 마무리됐으니 타이밍이 딱이었다. 여행 내내 근심과 걱정을 떨쳐버리고 동욱이와 신나게 놀다왔더니 힐링이 된 것 같다. 파타야에 있는 ‘진리의 성전’을 관람하면서 사색에 빠졌는데 ‘삶과 죽음’을 성찰할 수 있었다. 동욱이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방구석에 틀어박혀 히키코모리처럼 지냈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동욱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다시 정신줄을 부여잡고 산전수전 연재를 재개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사실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힘이 든다.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 아버지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어 온전히 홀로서기를 하고 싶다. 그동안 독자들의 응원으로 큰 힘을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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