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윤지 기자] 자신의 차에서 제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서울대 음대 교수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되자 검찰은 형량이 낮다고 항소했다.
전 서울대 음대 교수 A씨는 지난 2015년 공연 뒤풀이 후 ‘집에 데려다주겠다’면서 졸업생 제자 B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워서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A씨는 추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2020년 10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이후 코로나 등으로 2년여 만에 재판이 열렸는데 지난 14일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0부 재판장 강혁성)는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단(7명)의 의견을 참고해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추가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사건 발생 이후 7년만에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성적 불쾌감과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은 피해자가 합의금을 노리고 허위로 무고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서울중앙지검 공판3부 이정렬 부장검사)은 징역 1년으로도 부족하다며 16일 항소를 제기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A씨의 죄질, 반성없는 태도 등에 따라 더 무겁게 처벌돼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대학 교수들의 성범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서울대 강석진 전 교수의 상습 성추행 사건, 2016년 고려대 문모 전 교수의 대학원생 제자 항거불능 성폭행 사건 등이 대표적인데 권력관계의 우위를 점한 교수가 학생을 유린하고 성폭행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도망치듯이 학교를 떠났는데 가해자는 교수쯤 되는 지위를 갖고 있으면 피해자보다 훨씬 당당하게 살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2021년 6월 경희대 성평등상담실이 서울캠퍼스 남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25%가 학교에서 성범죄를 당한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들 중 65%는 교수로부터 피해를 당했는데 성범죄 유형을 보면 △수업 중 성희롱 발언 △술자리에서 술을 따르거나 마시라는 강요 △강의실이나 연구실에서의 범행 △MT나 회식 자리에서의 범행 등이 있다. 특히 피해자들은 대부분 “성폭력을 겪은 뒤 모욕감과 수치심 등을 느꼈지만 자리를 피하거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넘어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무래도 “보복이나 불이익을 받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 주변에 말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학생 단체들은 “대학 미투 운동 뒤에도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과 인권 침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교원이 학생에게 저지르는 권력형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교육부가 정기적으로 대학 인권 실태 조사 실시하도록 근거 조항 마련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 의무화 및 실질적인 조사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노동조합 활동가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홍류서연씨는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오랫동안 방관되었고 무시되었고 재생산되어온 교수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수많은 대학에서 터져나왔다. 대학 내 교수에 의한 성폭력과 인권 침해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교수의 성폭력을 용인하고 재생산하는 대학 구조 자체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