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다정 기자] 지난 3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입사원이 입사하자마자 연차 20개(20일) 있는줄 알고 자꾸 연차 쓴다'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글을 올린 A씨는 "10년 넘게 사회생활 하면서 월수금 연차 내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는데 신입사원이 이번주 월수금 연차를 냈다"고 밝혔다. 알고 보니 신입사원 B씨는 연차와 월차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다. 입사할 때 20개의 연차가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입사하자마자 매달 연차를 사용했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B씨는 A씨의 설명을 듣고 충분히 이해한 후에도 계속 연차를 사용했고 기어코 월수금 연차까지 사용했다는 것이다. 특별한 사유가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졌겠지만 A씨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연차의 사유는 단순 휴식이었다.
신입사원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한 달 만근시 1개의 월차 휴가가 생긴다. 11개월 만근시 최대 11개의 월차 휴가가 발생하며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 휴가가 주어진다. 또 3년 이상 지속적으로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3년차부터 2년마다 연차 휴가가 1일씩 늘어나는데 총 휴가 일수 한도는 25일이다. 그러나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 직원과 파견 근로자는 그림의 떡이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 2023년 대한민국에서 현실적으로 15개 이상의 연차 휴가를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매우 드물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울 때 백업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매출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중견기업의 자리잡은 직원이라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연속적으로 연차를 써서 자리를 비우는 것은 퇴사 예정자나 불가피한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에 가깝다. 일부 기업들은 여름 휴가 기간조차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회사에서 기간을 정하여 쉬도록 하는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다. 연월차 휴가 사용도 빈부격차 만큼이나 기업 규모에 따라 엄청난 격차가 벌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적으로 근로자가 주어진 연차 휴가를 다 쓰지 못 했을 경우 사용자는 연차 휴가 수당을 보상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연차 유급 휴가에 대한 사용 촉진을 이행하였다면 지급 의무는 사라진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연차 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연차 휴가 수당을 수령할 수 없다는 점과, 연차 휴가 사용 시기는 근로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근로자가 정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가 시기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단순히 다수를 대상으로 구두로 얘기하거나 근로자들이 알아보기 힘든 장소에 문서로 비치한 것만으로는 이를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근로자가 휴가를 갈 수 없는 업무 일정(출장)이 있음에도 사용을 강요하였다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반대로 근로자가 수당을 받으려고 휴일에 일부러 출근을 하는 경우 사용자는 '노무 수령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지급 의무를 억지로 수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B씨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연차를 개인의 휴식을 위해 미리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현행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위배했고 사회통념상 맞지도 않다. A씨의 공개 저격이 어느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대다수 근로자들은 이런 사연에 어이없어 할 만큼 회사와 상사의 눈치를 보며 휴가를 쓰고 있다.
근로자는 일만 하며 살 수 없다. 근로 복지의 꽤 큰 부분은 제대로 된 휴가다. 열심히 일한 근로자에게 스스로 스케줄을 정해서 주어진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라면서도 B씨와 같은 사례에 대해서는 적절한 일침과 지적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