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남의 말을 듣고 선뜻 결정했다가 땅을 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귀가 얇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있긴 있다. 물론 누구나 어떤 영역과 조건에선 귀가 얇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유부단하고 귀가 얇은 사람 유형도 있다. 지난 1월22일 SBS 라디오 <12시엔 주현영>에서는 “누군가의 한 마디에 귀가 팔랑팔랑 얇아져서 마음이 흔들려본 적 한 번쯤 있는 사람들”에 대해 다뤘다. DJ 주현영씨는 “예를 들면 지인이 숏컷 하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길래 큰맘 먹고 잘라 봤는데 거울 보고 바로 후회했다. 이런 웃픈 실패담이 있다”고 운을 뗐다.
물론 반대로 “친구가 점핑 운동을 같이 해보자고 해서 무작정 따라가서 등록했는데 의외로 너무 잘 맞아서 친구보다 제가 더 열심히 다니고 있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일은 귀가 얇아서 피를 본 사례가 아니므로 제외한다. ‘귀가 얇다’ 또는 ‘팔랑귀’라고 하면 보통 남의 말을 별 고민 없이 듣고 혹해서 했다가 안좋은 결과를 야기한 경우다. 주현영씨는 근래 귀가 얇기보단 “오히려 남의 얘기를 잘 안 들어서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했다”며 “귀가 두껍고 딴딴했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물론 주현영씨도 과거에는 아래와 같은 일이 있었다.
귀가 많이 팔랑팔랑 했었다. 그래서 일종의 다단계 회사를 다니던 어떤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가 정말 화려한 언변으로 날 휘감아주신 적이 있어가지고 정말로 취업할 뻔했다. 진짜 정식으로 직원이 될 뻔했다. 그 직전까지 갔던 것 같다. 그 언니가 날 박람회도 데려가줘 가지고 엄청 큰 행사장에서 열리는 거였었는데 가서 이렇게 정말 뜨거운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고 막 그랬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다. 분명 그 안에서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건 있는데 결국에는 내 전공을 살려 가지고 다른 아르바이트나 일을 좀 더 열심히 해가지고 뭐 그렇게 저렇게 흘러가긴 했지만 그때 좀 팔랑팔랑이어가지고 그럴 뻔했던 기억이 있다.
귀가 두꺼운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귀가 얇은 사람들은 매번 피를 보고도 또 남의 말에 혹한다. 사연을 보낸 A씨는 “친구가 사랑니 빼서 죽 먹어야 된다고 했는데 아 뜨끈한 라면 먹고 싶네라고 내가 한 마디 하니까 다른 쪽으로 씹으면 된다”면서 같이 라면을 먹었을 만큼 팔랑귀였던 자기 친구를 소개했다. 이런 일도 흔하다.
난 옷 사러 갔다가 마음에 드는 게 없어도 점원이 전혀 내 스타일 아닌 옷을 추천해줘서 산 적이 여러 번 있다. 그 옷들 한 번도 안 입고 옷장에 고이 모셔놓고 있다. 또 친구가 같이 라이딩을 하자고 해서 나도 자전거 풀세트로 400만원 주고 구입했는데 친구가 직장 때문에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자전거 몇 번 타지도 않고 집에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원치 않는 물건을 남들 등쌀에 휩쓸려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전형적이다. 요즘 SNS에 뜨는 화려한 숏츠 광고들이 많은데 “화장품 광고 나올 때마다 귀가 팔랑거려서 다 샀는데 나한테 맞는 화장품은 없었고 결국 전부 친구들한테 나눔하니까 친구들만 좋아했다”는 고백도 쓴웃음을 짓게 한다.
빵을 사러 갔는데 요즘 이게 인기 많은 빵이라고 하는 말에 냅다 쟁반에 올렸는데 내 입맛에는 별로더라.
요즘 유행하는 두쫀쿠. 그걸 사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입맛에 안맞아서 왜 이렇게 오버하는 건가? 이런 후회감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 특정 디저트가 대유행할 때 꼭 한 번 시간 내서 겨우 먹어보고 실망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는 귀 얇은 사람의 범주에 넣고 싶진 않지만 아예 무관하진 않은 것 같다. 아래와 같이 인생에서 꽤 비중 있는 중요한 결정이 타인의 소개로 이뤄지는 사례들도 있다.
작년 여름 같이 기타 배우던 언니가 드럼을 배운다는 이야기에 혹해서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 인생 취미가 되었다. 또 다른 사연자는 심리학과 갔다가 친구가 언어치료과 가서 같이 공부하자는 말에 귀가 팔랑거려서 따라 들어갔다. 근데 지금은 정작 그 친구는 미용실에서 일하고 난 언어치료사로 벌써 10년째 일하고 있다. 다행히 적성에 맞아서 잘하고 있다.
긍정적인 결과라서 다행이긴 한데 앞서 밝힌대로 이렇게 좋은 결과일 땐 귀가 얇다고 조소하는 사례로 포함하기 어렵다. 타인의 말만 듣고 덜컥 대학 전공을 정했다든지, 직업을 선택했다든지, 거액의 투자를 했다든지 등등 이런 큰 결정을 했다가 평생 후회할 수도 있다. 김용섭 소장(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은 “귀가 얇은 사람의 대표적인 특징은 자기 주관이 없다”고 역설했다.
자기 주관이 없다는 얘기는 자기 스스로 확신이 없다는 것이고. 확신이 없다는 것은 잘 모른다는 얘기다. 한 마디로 무능한 것이다. 무능한데 무식한데 공부는 하기 싫고요행은 바라고 싶고 뭔가 좋은 것 하나 떨어질 것 같고. 이런 사람들이 보통 사기꾼들의 타겟이 된다. 이런 사람들이 귀가 얆아서 투자 실패한다. 뭐 이것저건 사기당했다고 말씀하는데 귀 핑계 대지 말자. 멀쩡한 귀를 놔두고 우리의 핑곗거리는 귀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머리다. 공부를 안해서, 여러분이 무능해서다.
냉수마찰 그 자체인데 귀가 얇아서 소소한 피해를 당하는 에피소드성 사례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김 소장이 거론했듯이 투자 실패나 사기 범죄의 타겟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귀 얇은 사람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문제 파악이 제대로 되어야 해결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투자를 하건 남의 말을 믿든 말든 우리 스스로 답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게 바로 주관이고 그 주관을 갖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인생의 공부는 점수 내기 위한 공부가 아니다.
학창시절 시험 점수를 잘 맞기 위한 공부와 다르다. 정해진 범위만 막 급하게 암기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내 주관을 쌓아가는 공부가 필요하다. 내가 많이 알아야 자기 주관이 생긴다. 자유라는 것도 그냥 막 돌아다니는 게 자유가 아니다. 세상의 이치, 기회와 위기 이런 것들을 잘 파악하면 자유가 생긴다. 어딜 가면 안된다. 어딜 가면 된다. 어떻게 해야 돈을 벌고 어떻게 해야 돈을 잃는다와 같은 걸 알아가는 것이 자유다. 자유롭다는 말은 막 살자가 아니고 치열하게 열심히 공부하며 사는 것이다.
그렇다. 왕도는 없다. 책과 영화를 많이 보고,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쌓고, 여러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자기 주관을 형성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귀가 얇은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을 해볼 수도 있다. 어쩌면 귀가 얇다는 것은 꽉 막힌 독불장군이 아닌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고 받아들일줄 아는 열린 사고의 장점을 내포하고 있을 수도 있다. 김봉수 작가는 “타인의 조언을 듣는 건 중요하다. 경험 많은 사람의 방법을 따라 해보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된다”면서 “그 모든 걸 넘어서 결국 중요한 건 내 방식을 갖는 일이라는 걸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내가 잘하는 것을 더 깊이 연구하는 일. 그 과정이 나만의 원칙을 만들고 그 원칙은 결국 내가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 된다. 바로 거기서 나만의 길이 시작된다. 나는 한동안 귀가 얇다는 말을 약점처럼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귀가 얇다는 건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쉽게 바뀐다는 건 오히려 수용성이 높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나는 억지로 단점을 감추는 대신 그 안에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려 한다. 나의 성향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특성을 잘 다듬어 ‘특장점’으로 키워가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이제는 내가 걷는 이 길도 누군가에겐 작은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누군가가 방향을 잃었을 때 내가 지나온 길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간다. 그래서 내 이야기가 필요하다. 어떤 길을 선택했고 어떤 방식으로 넘어왔는지를 조금은 선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언젠가 나처럼 흔들릴 누군가에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