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28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페인트 칠하기 전. 대표님. 죄송하지만 저희 쪽에서는 대출이 나가지 않습니다.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대출 받기 불리한 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에서 보증을 서주는 곳이라고 해서 찾아갔는데 열려 있던 대출 상담실 문으로 나의 사연이 새나갔을까 부끄러웠다. 대출 자격 미달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들키기 싫은 이야기일테니까. 2000만원? 당연히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디라이트 공방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지금보다 적은 매출로도 보증이 나왔다. 그중 절반으로 매장 보증금을 냈고 나머지는 인테리어 비용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일시 전액 상환을 해냈다. 그래서 갚는 건 자신 있었다. 2000만원의 절반을 다시 보증금에 넣고, 남은 돈으로는 내가 얻은 50년 된 낡은 방앗간에 페인트칠도 하고, 유럽풍 앤틱 빈티지 소품도 모으면 딱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계획은 완벽히 수포로 돌아갔다. 하긴 심사관이 밝힌 대출 불가 사유는 흠 잡을 데 없었다. 옳았다. 1) 내 손에 그토록 쉽게 2000만원이란 돈이 주어진 때는 바야흐로 자영업이 전멸하던 코로나 시국이었
※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23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오스트리아로 떠나기 직전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윤 기자는 내게 귀국 후 계획을 물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생각하지 않았고, 하고 싶지도 않았던 중요한 질문이었으니까. 공방을 지속하리라 믿었던 부모와 고객의 기대를 배반한 뒷감당이 두려웠다. 하지만 소명으로 여겼던 주얼리 일이 내 피를 빨아 먹는 흡혈귀 같다는 생각을 한지 오래였다. 커다란 빗자루로 모든 것을 내 삶에서 쓸어내 버렸을 때 무엇이 남을까. 그래서 2023년 겨울 계약이 종료된 공방에서 가구를 혼자 정리하며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사라진 것들이 슬펐고 뒷감당이 무서웠지만 미치도록 홀가분했다. 그래서 울다가 웃었다. 길고 긴 여행이 끝난 뒤 배반의 대가는 실체를 드러냈다. 살려면 먹어야 하고, 먹으려면 일을 해야 했다. 과거 출강했던 곳들에 먼저 전화를 돌렸다. 누군가 전화를 받으면 미리 메모장에 적어둔 대본을 읽어 내려갔다. 그들의 미지근한 반응이 내 말을 끊기 전에 적어도 준비한 말은 다 전하고 싶었으니까. 새 공방 자리도 알아보고 있다. 예산에 만만한 매물들은 대
#2022년 2월부터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가 진행하고 있는 기획 인터뷰 시리즈 [독고다이 인생] 20번째 인터뷰입니다. 독고다이 인생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해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지난 6월 이후 반년만에 독고다이 인터뷰를 재개했다. 이번에는 서울에서 쥬얼리 공예 공방(디라이트)을 운영해왔다가 곧 유럽으로 떠나게 될 조은비씨를 만났다. 올초 박효영 기자와 함께 관악구에 있는 은비씨의 공방으로 가서 만난 적이 있었다. 당초 박 기자가 모임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됐던 인연이었는데 셋이 만났을 때도 짧았지만 더 많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여운이 남을 만큼 참 좋았던 기억이었다. 지난 1일 18시 즈음 신림동의 한 카페에서 은비씨를 다시 만났다. 공방은 곧 출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리했다고 한다. 올초에 짧게 만나고 1년 남짓 흘렀다. 독고다이 공통 질문부터 빠르게 들어가봤다. 혼자 공방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은비씨는 자영업자로서 고충을 토로했다. 모든 자영업자가 그렇겠지만 역시 힘든 점은 모든 걸 나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