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지난 칼럼에서는 보수주의의 멘토 하이에크의 '자유' 개념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하이에크는 자유를 ‘타인에 의한 강제가 없는 상태’로 규정하고 국가가 개인에 대한 강제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강제가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상호조정 메커니즘이 나타나 자연스럽게 균형에 도달하게 된다고 생각했죠. 이런 생각은 하이에크 이후 보수주의 사상의 기본 전제가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소극적 자유를 주장하는 보수진영과는 달리 적극적 자유를 추구하는 진보진영의 자유를 살펴볼텐데요. 여기서 '자유'는 단지 강제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역량(capability)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이런 주장의 대표적 사례를 경제학자 ‘아마티아 센’(Amartya Kumar Sen)과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누스바움이 ‘역량접근법’이라고 부르는 관점입니다. 역량접근법은 간섭의 배제를 추구하는 소극적 자유가 명목상의 자유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타인의 간섭이 없더라도 장기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 스스로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지난 칼럼(문명훈의 뷰 포인트⑫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걸까?)에서 저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이론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같은 언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 예시로 들었던 단어가 '자유'였는데요. 정치인과 학자들은 사회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용법으로 쓰고 있습니다. 단어의 의미가 달라지면 당연히 그 단어를 둘러싼 맥락도 달라지겠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에서 '자유'의 의미는 다릅니다. 이번 글과 다음 글에서 이 개념의 서로 다른 의미를 알아볼까 합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 하면 서로 악다구니만 쓸 뿐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간극을 좁히기 어렵습니다. 보수의 멘토, 하이에크의 자유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는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학자인데요. 그는 세계대공황 이후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주장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사상에 반대하며 정부의 한계를 규정하고 시장의 힘을 강조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입니다. 자유에는 여러 의미들이 있는데요. 하이에크는 ‘타인에 의한 강제가 없는 상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