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청소년의 참정권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정치적 의사결정 역량을 키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이러한 청소년의 정치 활동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김경자 전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당 가입 연령을 기존 만 18세에서 만 16세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소년 참정권 확대 촉구 건의안’이 전남도의회에서 채택됐는데 우선 중앙정치권과 세계적인 흐름을 짚어보자.
영국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선거권 부여 연령(보통 만 17세~18세)보다 더 낮은 만 14세~16세의 청소년들에게 정당 가입 연령을 허용하고 있다. 청소년과 청년단체들의 정치 활동이 적극적이고 제도적으로 갖춰진 정치 참여 프로그램이 활성화 돼 있다.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대한민국에서 정당 가입 연령은 여전히 만 18세 이상 선거권과 동일하다. 사실 작년 4.15 총선 전까지는 만 19세였다.
법적 선거권 연령이 낮아진 만큼 이에 대응해서 정당 가입 연령이 선제적으로 더 낮아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지난 5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정당 가입 연령 하향을 포함 청소년의 참정권을 확대하는 다양한 권고사항들이 들어 있다. 또한 6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국회의원과 열린민주당 강민정 국회의원이 정당 가입 연령 하향을 필두로 한 참정권 3법(정당법/공직선거법/교육자치법)을 발의했다.
중앙정치권의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원은 “최근 정치권 등 사회 전반적으로 어느 때보다 민주주의 확대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며 “이런 시대 흐름에 발맞춰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선거권이 주어지기 전부터 정당에 참여해 정치적 토론과 논의로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김 의원의 이같은 견해에 동조하지 않을 동료 전남도의원은 아마 없을 것이다. 김 의원은 정부와 국회가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고 구체적인 내용을 건의안에 담았다.
김 의원이 이렇게 청소년 참정권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자녀들 때문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자녀들이 최초로 투표권을 갖게 된 뒤 “엄마 나 누구 찍어야 돼?”라는 질문을 받고 “청소년기부터 정치와 선거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만 18세부터 투표가 가능한데 그 전에 정당 활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후보에 대해서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에게 표를 줄지 타인의 결정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으려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정치관을 정립할 수 있는 숙의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보편적인 추세가 이렇게 가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타당하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정치적 사고 훈련을 거치지 않은 청소년이 갑자기 만 18세가 되어 투표를 해야 한다면 어떻겠는가? 나이가 어릴 때는 정치적으로 성숙한 판단을 하지 못 하는 것이고, 한 살 더 먹어서 투표권이 생기면 성숙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지혜로운가? 만약 그런 식의 나이주의가 논거라면 차라리 대한민국 최장수 노인을 대통령의 자리에 앉히자.
정치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서 연령과는 상관이 없다. 평균 연령 50~60대 중년 남성들로 가득차 있기만 했던 국회는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가? 맨날 욕만 먹었다.
김 의원은 청소년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 여전히 “정치”라는 단어나 개념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고 환기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학생들이 더러움 가득한 정치권의 때를 묻히지는 않을까? 뭐 그런 식의 안 해도 되는 걱정이 아직까진 꽤 강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절대 부정적으로 봐야 할 단어가 아니다. 쉽게 풀어내보면 이런 거다.
우리가 맞닥뜨릴 대부분의 생활영역이 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국회의사당과 청와대에만 정치가 있는 게 아니다. 나 혼자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것은 정치적이지 않다. 그저 내가 맘대로 결정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20명이 모인 한 학급에서 회비로 무슨 아이스크림을 구매할지에 대한 문제는 정치적이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공통 사안을 두고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소통하는 과정 그 자체가 정치다. 공통 주제의 범위가 가족, 친목단체, 마을, 학교, 직장, 기초단체, 광역단체, 국가, 아시아, 전지구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뿐이지 2명 이상이 함께 결정해야 하는 모든 문제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적 의사결정을 훈련해봐야 한다.
그래서 김 의원은 청소년들이 성장과정에서부터 정치를 경험하며 나름의 가치관을 정립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선거권을 가졌을 때 더욱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청소년 참정권을 정책적으로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