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프리랜서는 소속이 없다. 말 그대로 보면 어딘가에 속해 있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양면적이다. 기본적인 소득과 복지가 보장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프리랜서 노동자는 소수의 잘 나가는 사람들 외에는 십중팔구 불안하게 살아간다. 대표적인 분야가 방송계다. 방송국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작가와 각종 보조스탭들을 사실상 전속 노동자처럼 사용한다. 그러나 노동 복지를 보장해주지 않기 위해 이들을 프리랜서로 취급한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방송업계는 유독 프리랜서 고용 형태의 노동자들이 즐비하다. 프리랜서라는 고용 형태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악용하는 것이 문제다.
물론 <시그널>과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와, 국민 MC 유재석씨도 어찌보면 프리랜서다. 하지만 이런 상위 0.1%의 사례를 일반적인 프리랜서 방송 노동자들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해서 잘 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고소득자가 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가 않다. 2021년 기준 1억원 넘게 버는 프리랜서가 8000명 정도인데 최소 400만명이 넘는 전체 프리랜서 규모로 봤을 때 0.2%에 불과하다.
광주청년유니온 김다정 위원장은 “김은희 작가와 유재석씨와 같은 케이스는 극소수 중에 극소수”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19시 광주광역시 동구에 있는 '오월의숲'에서 <광주 청년 프리랜서 직종 모임>이 열렸다. 광주청년유니온이 모임을 주최했다.
김 위원장은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예산이 줄어들면 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나가라고 이야기한다”면서 “리포터, 아나운서, 방송작가, 조연출, 자막 챕터 작성자, 영상 프리랜서 등등 이들은 방송의 뼈대를 만드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그러나 방송국은 편성권이라는 명목 하에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해고했다”고 환기했다.
대다수 프리랜서의 삶은 상위 0.1%와는 달리 매우 열악하다. 이들이 쉽게 내쳐지는 이유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다. “명백한 편법 고용”이 아닐 수 없다.
프리랜서 리포터로 일하고 있는 A씨는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다. 자영업자지만 노동자처럼 일을 한다”며 “노동법에도 배제되어 있다 보니 처음에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도 받지 못 했다. 그나마 기준이 완화되어 받을 수 있었다. 프리랜서에 대한 기준과 통계조차 명확하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현실을 인식하지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광주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여러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일하고 있다.
A씨는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갑질119에 신고도 할 수 없다. 직장 안에서 우리의 자유는 없다. 불합리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규직에게는 마스크를 지급해주었으나 프리랜서에게는 없었다”면서 크고 작은 차별들이 무지 많다고 전했다. A씨는 방송계가 아니더라도 프리랜서 노동 형태에 주목해서 관련 정책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랜서를 보호하는 조치가 반드시 늘어나야 한다. 삶의 방식이나 형태에도 변화가 있는 만큼 앞으로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정규직처럼 꼭 4대 보험이 아니더라도 프리랜서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보장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방송계 프리랜서들이 겪는 황당한 일들은 무지 많다. 예컨대 일하다가 발생한 비용을 스스로 부담한다. 업무 활동비가 거의 없다. 실제로 KBC 광주방송에서는 영상편집 기기 비용을 담당 프리랜서 노동자 주급에서 공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항공사 승무원이 자신이 근무할 비행기의 표를 직접 결제하고 타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여담이지만 구멍가게 수준의 평범한미디어조차 회사 차원에서 노트북을 제공해줬다. 업무 특성상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를 해준 것인데 KBC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방송사가 아닌가?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방송국에 프리랜서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과 청년유니온 산하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프리랜서와 비정규직 비중은 70%에 달한다. SBS는 프리랜서 비중이 정규직의 거의 2배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온갖 분야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저널리즘 아이템에서 이런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다른 업계의 노동 문제만 다루지 방송사 내부의 노동 문제는 무관심이다.
물론 2017년부터 방송작가유니온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등 프리랜서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故 이한빛 피디의 부친 이용관 이사장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설립해서 방송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모여 일부 방송 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 받는 법적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이 시점에서 프리랜서 노동 자체에 대한 탐구가 좀 필요할 것 같다.
보통 프리랜서는 카페나 집에서 노트북을 두드릴 것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제조업에서도 프리랜서 노동자가 존재한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소득의 3.3%를 사업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이후로 2021년에 한국노동연구원에서 국내 프리랜서 규모를 4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왜 그럴까?
김 위원장은 “사업자 등록을 해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있지만 그냥 구두계약 형식으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있다. 기본적으로 4대 보험이 되지 않다 보니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기 힘들다”면서 “전체 취업자 중 1인 창업이나 프리랜서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도 프리랜서는 꾸준히 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흔히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의 차이를 혼동할 수 있는데 핵심은 종속성이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고 사용자의 직접적인 지시나 감독을 받거나 급여를 시급제, 일급제, 월급제, 연봉제 형식으로 받으면 흔히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이건 종속된 노동자로 본다. 다만 계약 기간의 차이, 사업장에 가서 일을 하는지,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는지 등등 이런 걸로 갈음을 한다. 프리랜서는 특정한 조직이나 사업장에 종속되지 않고 출퇴근 시간이 없는 노동자들을 말한다. 구체적인 업무 지시도 받지 않아서 계약직, 일용직, 간접고용 노동자들과는 또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도 다르다.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좋다.
사실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가 좀 다른 개념이다. 여러 가지 분야별로 있는데 우리가 흔히 볼수 있는 노동자들은 방문 판매와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방송업계, 운송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노동법에 명시가 되어 있다. 그래서 사용자가 개인으로 하여금 사업자 등록을 하게 시킨다.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이나 위탁 계약으로 한다. 택배기사가 대표적인 특수고용 노동자 중 하나다. 이분들은 예를 들어 하루에 물량 100개를 운송하는 것으로 도급 계약을 맺는다. 즉 100개의 물량을 다 운송했다고 가정하면 그것을 하나의 도급으로 묶는 것이다.
택배 노동자들은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 아닌 회사와 계약을 한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그러나 말만 개인사업자지 회사의 업무 지시에 따라야 하며 마음대로 스케줄도 짜지 못 한다.
사실 프리랜서는 특수 형태의 고용 유형들 중 하나다. 즉 특수고용 형태 안에 포함되어 있는 개념이다. 프리랜서 같은 경우에는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구두 계약으로 ‘내일부터 나와서 일해’라는 말을 듣고 나와서 일하게 된다면 이제 프리랜서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프리랜서 노동이 왜 문제가 되는지 3가지 측면에서 정리했다.
①근로계약 대신 위임, 위탁, 도급, 구두 계약 등으로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 받지 못 한다.
②오랫동안 노사관계를 맺고 일을 해왔다가 강제로 일을 못 하게 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③업무에 필요한 비용이 자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