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지역 수다회①] 상무지구와 첨단지구 가봤는가? “광주스러움에 관하여”

  • 등록 2022.07.29 08: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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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모든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에 살고 있는 인구를 모두 합하면 2500만명 가량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제2의 도시 부산은 곧 있으면 인천에 인구적으로 추월당할 것만 같다. 

 

333만의 부산도 이럴진대 규모가 더 작은 143만의 광주는 말할 것도 없다. 나름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니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광역시가 이 지경인데 소도시 군 단위는 어떨까? 실제로도 비상이다. 각 지자체는 어떻게 하면 인구를 조금이라도 늘릴지 고심하고 있다.

 

광주 청년들은 왜 지역을 떠날까? 그리고 왜 떠나고 싶어 할까? 광주청년유니온과 창작그룹 모이즈는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그 결과 <탈지역 수다회>를 기획하게 됐다.

 

 

지난 7월15일 19시 광주 동구 지산동에 위치한 광주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탈지역 수다회>가 개최됐다.

 

모이즈는 수다회에 참석 대상으로 “광주를 떠나보고 싶은 사람”, “한 번쯤 서울에서 살아보고 싶은 사람”, “수도권에서 광주로 온 사람” 등으로 정했다. 물론 꼭 3가지 유형에 드는 청년들만 참석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광주에 대한 사색과 고찰이 이날의 주제였다. 이미 서울에서 살다가 다시 광주로 내려온 사람으로서 광주를 떠나 수도권으로 가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심리가 궁금했다.

 

진행을 맡은 모이즈의 크루 A씨는 아래와 같은 말로 수다회의 포문을 열었다.

 

체감상으로 20대 후반이 되고 나니 친구들을 만나려면 서울로 가야 했다. 통계상으로도 많이 유출이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통계 자료를 보니 나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단순히 우리가 일자리 때문에 떠나는 걸까? 혹은 광주가 싫어서 다른 대안으로 떠나는 것을 생각하는 걸까? 이런 것들을 서로 이야기를 하며 풀어보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먼저 ‘광주스러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A씨는 ‘광주스러움’이 무엇인지 각자 떠오르는 키워드를 연상해보라고 주문했다. 바로 튀어나온 것은 “5.18 민주화운동”이었다. 광주라고 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키워드다. “민주주의의 성지”라는 표현도 있었다.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입이 풀린 참석자들은 “광주 음식문화”, “사투리”, “무등산”, “광주 출신 연예인”, “야구”, “노잼 광주” 등등 다양한 단어들을 쏟아냈다.

 

 

한 참석자는 웃으면서 농담조로 “빨갱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전라도와 호남을 “좌파적 빨갱이 도시”로 부르는 편견적 멸칭이 알게 모르게 통용되고 있다.

 

A씨는 “(광주스러움에 대해 물어본 이유는) 광주가 싫어서 떠나는지? 서울에 가는게 정말 필요해서 떠나는지 좀 구분을 해보고 싶었다. 일단 우리가 실제로 떠올리는 광주는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본인이 느끼는 광주스러움에 대해 풀어냈다.

 

나는 투쟁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 속에서 투쟁하는 사람들도 많으며 광주에서는 5.18이라는 숫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518번 버스부터 시작해서 5.18 관련된 각종 행사라든지 곳곳에서 5.18에 대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A씨는 투쟁의 도시와 함께 문화 도시라는 이미지도 떠올랐다고 화두를 던졌다. 특히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광주에서 ‘문화적인 부분’ 즉 이 도시가 얼마나 문화 친화적인가? 예술인이 작품활동을 하는 데 있어 얼마나 친화적인가? 그런 지점들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 광주는 오래전부터 문화 수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참석자들 대부분 북구 운암동에 집적돼 있는 미술관과 예술회관, 동구 구도심에 있는 아시아문화전당 등 물리적인 공간만 존재하지 실제로 “문화예술 도시”로 불릴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지역주의적 정치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광주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인 지지가 절대적이다. 광주시의회 뿐만이 아니라 5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전부 민주당이 독점하고 있다. 

 

A씨는 “광주스러움 하면 민주당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면서 “(일방적인 민주당 강세가 아닌) 다른 지역에 가서 내가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라고 밝혔다. 물론 광주시민들도 마냥 좋아서 민주당을 밀어주는 것이 아니고 강요된 비판적 지지의 측면이 있다. 국민의힘이 싫어서 민주당을 찍어주는 정서도 있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주를 떠나는 걸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과 같은 것이 있을까?

 

한 참석자는 ‘상대적으로 싼 물가’를 말했다. 상대적으로 광주보다 수도권이 물가가 더 비싸다. 주거비가 대표적이다. 무척 부담스럽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전라도 사투리가 이질적이기 때문에 은근히 놀림거리가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나아가 “수도권은 연고가 없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광주를 공간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게 되면 “내가 왜 광주에 머무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다. A씨는 화이트보드에 커다란 광주 지도를 프로젝터로 띄운 뒤 “광주에서 어디를 주로 가는지 어떤 곳이 가장 좋고 어떤 곳이 가장 별로인지 의견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참석자들은 돌아가며 저마다 집과 직장이 있는 곳을 이야기했다. 통상 집과 일터 위주로 많이 이동하게 되고 여기에 더해 “놀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 추가될 수 있다.

 

언급됐던 지명들은 대략 △남구 봉선동·양림동 △동구 충장로 △광산구 수완지구(수완동/장덕동/흑석동/신가동) △서구 상무지구(치평동/상무1동/유촌동) △북구 전남대 인근 △광산구 월계동 △광산구 하남산단 △광산구와 북구에 걸쳐 있는 첨단지구(쌍암동/월계동/산월동/오룡동/대촌동) 등이었다. 긍정적으로 호명됐던 곳들은 상무지구, 충장로, 양림동, 전대 후문 등 광주의 주요 번화가들이었다. 광주시민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곳들이다.

 

참석자들이 각자 하루의 동선을 읊을 때마다 A씨가 보드마카로 줄을 그어 표시했다.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는데 다들 무의식적으로 이동했던 행선지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A씨는 가장 편안한 곳과, 싫은 곳을 찍어달라고 했는데 다들 집과 직장을 꼽았다.

 

한 참가자는 상무지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냐면 계획도시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정감이 없어 보이고 특색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너무 바둑판식으로 되어 있는 게 편리하고 효율적이긴 해도 몰개성적이면서 때로는 삭막해보인다는 것이다. 분명 계획도시는 효율적이고 편리하다. 특히 길을 찾을 때는 정말 좋다. 보기에도 깔끔하다. 그러나 도시의 특색과 개성이 없어지는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한 마디로 “살기에는 좋으나 관광은 글쎄?”라고 정리할 수 있다.

 

A씨는 다시 한 번 “광주스러운 공간”이 있는지 굳이 물어봤다. 다들 그냥 생활 동선으로 광주의 공간들을 이해하고 있는데 머리를 굴려가며 광주스러운 공간이 어딘지 고민했다.

 

여기서 언급된 곳들은 전일빌딩, 광주은행 본사, 아시아문화전당 등이었는데 김 위원장은 방금 말한 광주은행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포함하여 “금남로 일대가 광주의 시간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거리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비교적 최근 건설된 유스퀘어 터미널 인근에 있는 KBC 광주방송 신사옥(호반서밋)이 언급되기도 했다. 충장로에 있는 케이팝 아이돌 거리를 언급한 참석자도 있었다.

 

모든 참석자들의 의견을 쭉 듣고 있던 A씨는 ‘전남방직’과 ‘일신방직’을 예로 들며 “이곳도 광주의 시간을 많이 갖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광주가 산업구조 면에서 크게 변화하지 못 한 면을 잘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고 들려줬다.

 

밖에서 보는 공장의 모습과 안에서 보는 공장의 모습이 굉장히 다르다는 증언이 많이 나왔다. 이처럼 광주 밖 사람들은 광주가 투쟁의 도시이기 때문에 노동자 등 비기득권이 살기 편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아니지 않은가? 이처럼 안의 시선과 바깥의 시선은 다르다.

 

 

 

이밖에도 광주의 대표적인 대학교 중 하나인 전남대와 조선대, 광주대에 대해서도 이야기꽃을 한창 피웠다.

 

A씨는 “혹시 타 지역을 갔다가 돌와왔을 때 아 여기 광주구나! 그렇게 느끼는 부분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는데 김 위원장은 “서울 한 번 갖다 오면 그걸 느낀다. 일단 광주는 자가용이 없으면 불편하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변했다.

 

여기에 덧붙여 A씨는 “광주는 풍경이 거의 비슷비슷한 느낌이다. 어디를 가도 똑같이 생긴 원룸 형태의 건물이 많다. 특히 서울을 따라하려고 건물을 크게 짓는 것이 싫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주에서 버스 등 차를 타고 갈 때 차창 밖으로 주로 보이는 광주의 풍경은 어떤 것인가?”라고 물었는데 다들 “광주는 어딜 가든 공사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평범한미디어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것처럼 광주는 도시 전체가 공사판인 것 같은 느낌이다. 정말 어딜가나 공사중이다.

 

A씨는 “이 부분이 좀 씁쓸하다. 내가 알던 광주가 변하는 것 같다”고 슬퍼했다. 이제 자연스럽게 광주의 크고 작은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지하철 증축 문제, 자전거 도로, 일반 도로 정비 문제, 정류장 위치 등등 광주가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들에 대한 꽤 심도있는 대화가 진행됐다.

윤동욱 endend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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