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광주광역시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강기정 광주시장(7월1일 임기 시작)이 청년들과 만났다.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는 그동안 '청년과 정치'를 테마로 다양한 토크쇼와 강연을 기획했는데 이번에 강 시장을 섭외했다. 강 시장은 '청년 창업과 연결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지난 6월28일 19시 즈음 광주 동구에 위치한 광주청년센터에서 <청년, 다시 봄 6월> 행사가 열렸고 강연자로 강 시장이 초대됐다. 부제가 '강기정 당선인과 청년, 5.18 광장에서 만납시다'였던 만큼 원래는 옛 전남도청 5.18 야외 광장에서 열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최측은 언제 내릴지 모를 비로 인해 장소를 바꿨다.
강 시장은 야외 광장에서 열리지 못 한 것이 아쉽다면서 “광장이야말로 수평적인 공간이자 그런 개념이다. 차이는 있되 차별은 없다”고 말했고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근무했을 때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추모는 묘역에서 기념은 광장에서 해야 한다”고 건의했던 사실을 거론했다. 동시에 강 시장은 “광장에 주차하는 일은 무식한 행위”라고 수위 높은 비판을 하며 청중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민주주의의 도시 광주. 강 시장은 광주 못지 않게 대한민국에서 정치색이 짙은 도시로 알려진 대구를 언급하며 광주가 민주주의의 도시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역설했다.
민주주의는 다수 계열의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고 동시에 소수가 존중받는 것이 민주주의다. 소수의 의견이 존중되고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 민주주의다. 광주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심장이고자 한다면 다수의 의견과 더불어 소수의 소리도 들어줘야 한다. 그런데 과연 광주가 소수의 소리를 경청해주는 곳인가? 이 점이 대구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여러분이 깊이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문제 같다.
사실 이 대목에서는 행사에 참석한 청년들이 아니라 강 시장이 깊이 판단해봐야 한다. 광주에서 비판적인 지지를 받아 절대적인 지지를 독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3~4인 선거구에 후보를 3명 넘게 배출해서 소수정당의 몫을 싹쓸이했다. 광주시의회 23석 중 22석이 민주당 소속이다. 강 시장이 민주당 정치인으로서 광주에서 소수를 존중하는 행보를 어떻게 보여줄지 주목해보겠다.
그동안 광주는 다른 광역단체 도시들에 비해 일자리와 놀거리가 부족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노잼 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도 하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광주는 민주주의의 성지이고 늘 정의로운 도시이고 광주 사람들은 정의로운 사람들이니 개인의 영달이나 경제적 이익을 취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강 시장도 이런 지점을 환기하며 이제 광주시민들도 충분히 즐길거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 화두였던 ‘복합쇼핑몰’ 이야기도 곁들였다.
광주는 5.18을 비롯 헌법이 보장하는 시위도 열심히 하며 민주주의의 수레바퀴를 돌려왔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머리가 깨져도 민주당만 찍는다", "편향되었다"라는 비판까지 들어가며 민주당을 찍었다. 이건 일종의 의무감 때문이었다. 민주당을 찍어서 어떻게든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랬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의만 생각하다 보니 개인의 삶을 누리지 못 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역사 혁명을 떠나 광주시민들의 삶을 혁명하는 시장이 되고 싶다. 우리도 이제 그런 의무감의 짐을 조금 내려놓고 복합쇼핑몰 등을 유치해서 누리고 놀고 즐기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앞으로는 개인의 행복도 매우 중요한 가치다.
강 시장은 재차 “과거에는 전체를 위해서 개인이 희생되고 조직을 위해서 개인이 봉사했다”면서 “소위 민주화 운동하는 데서는 청바지도 입으면 안 되었고 커피도 마시면 안 됐었다”고 털어놨다. 과거 유시민 아메리카노 사건이 오버랩되는데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전체주의적 독재정권을 깨부수자고 해놓고 스스로 전체주의적인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자유를 추구하지만 전혀 자유롭지 않았다는 건데 그 자체로 모순투성이다.
이런 말들을 풀어놓으며 강 시장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역설했다.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며 집에서는 가부장적이며 직장에서 갑질을 일삼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일상에서도 민주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강 시장은 ‘광주의 폐쇄성’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지적했다.
광주가 왜 이렇게 패쇄적일까 생각해봤다. 그 이유는 청년들이 즐겁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광주는 왜 개방적이지 않을까? 이걸 찾는 것이 내가 시장으로서 앞으로 해야 할 목표이자 과제다.
강 시장은 요즘 청년들이 중시하는 ‘공정’의 가치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했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 공정은 별로 중요한게 아니었다. 왜?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취직할 기회, 연애할 기회 하여튼 뭘 얻을 기회가 다분했다. 하지만 요즘은 기회가 정말 없다. 어떤 사람들은 부모 백이나 인맥 등을 이용해 규칙 위반을 일삼는다. 이 점 때문에 청년들이 불만을 품었다. 그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하는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일자리 기회, 결혼과 연애의 기회, 주택을 얻을 수 있는 기회, 누릴 기회 등을 확장하여 청년들이 공정함을 느낄 수 있는 시정을 고민할 것이다.
이제는 질의응답 시간이다. 사전에 미리 받은 질문지를 상자함 안에 넣어놨는데 이중에서 몇 가지를 뽑았다. 청년이란 화두가 화수분처럼 쏟아지고 있는데 강 시장이 보기에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번 인덱스 보고회에서 첫 번째 일자리, 두 번째 주거, 세 번째 누리는 것 이렇게 답변을 한 것으로 내가 알고 있다. 첫 번째 일자리 문제는 너무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말하자면 일자리는 세 군데에서 생겨난다. 산업을 키워서 제조업이나 첨단 분야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창업을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보건사회 서비스 영역의 일자리를 질 좋게 전환하는 것이다. 기존 사회 서비스 영역은 일자리가 많지만 너무 힘들고 사회적 인식도 좋지 않다. 그래서 그 일자리들의 처우를 좋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 시장이 주목한 키워드는 창업이었다.
앞서 말한 나머지도 다 노력해야겠지만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창업을 하려는 연령대는 청년층이 많기 때문에 크게 보면 청년 정책의 일환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광주에 5000억 펀드를 만들어 창업을 크게 지원하고 싶다.
강 시장은 “여러가지 중에 딱 하나 할수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창업 지원을 할 거다”라고 밝혔다. 일자리 문제의 키가 창업에 있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대기업 유치하면 좋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창업을 늘리고 지원하여 일자리까지 부가적으로 창출하고 싶다.
청년 인구 유출에 대한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강 시장은 광주와 서울을 오가는 “비행기, 기차, 버스를 다 끊어야 된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내 지인 중 한 명이 카카오에 근무를 한다. 그런데 본사가 제주도라 상대적으로 놀거리가 부족해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청년들이 꼭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뭔가 즐길 수 있는 재미 요소가 있어야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청년들이 떠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아 되는가? 이 문제는 복잡한 함수들이 들어가줘야 되는데 내가 볼 때는 결국 세 가지 같다. 일자리 그 다음에 교육 그리고 누리는 것. 이게 필요하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청년들이 안 떠나려면 여러 가지 복잡한 함수들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사실 광주는 놀거리 보다는 아무래도 일자리 측면이 훨씬 클 것이다. 광주는 “일자리 빼고 다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본 인프라는 어느정도 갖춰져 있다. “노잼”이라는 오명이 있지만 여타 비수도권 도시들이 겪는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일자리만 충분히 갖춰져 있다면 꽤 살만한 도시다. 기본적으로 청년들은 고향 광주에서 살고 싶지만 일자리 선택지가 많이 부족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타향살이로 떠밀리게 되는 것 같다.
강 시장은 “세상은 커넥트(connect) 즉 연결”이라면서 자신만의 연결 철학을 설파했다. 그래서 먼저 교통의 편의성을 높여 물리적인 연결을 촘촘하게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광주역에서 송정역까지가 14km정도 된다. 내 집이 문흥동인데 이 거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다녀본다. 택시도 타보고 승용차도 타본다. 통근 열차도 타고 시내버스도 타본다.
북구는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이 없어 광산구로 가는 길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 자가용이 없는 사람들은 결국 북구에서 광산구로 이동할 때 버스를 타야 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택시를 타자니 요금이 비싸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래서 강 시장은 수소 트램(노면전차)을 꺼냈다.
울산이나 창원 이런 곳에서는 수소 트램을 국가 시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수소로 움직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농성동에서 터미널, 야구장, 전남방직 등 그 구간도 트램으로 깔고 싶다.
이밖에도 강 시장은 광주에서 부산으로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도록 연구해보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광주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을 가려면 다른 지역을 경유해야 한다. 버스로 가도 3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데 기찻길을 깔아 광주에서 부산까지 2시간 이내로 갈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상대적으로 연결이 잘 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경남 청년들은 부산에 쇼핑도 하고 해운대도 놀러가고 한다. 우리 광주전남권도 그랬으면 좋겠다.
정치권 데뷔 23년차. 강 시장은 “정치인이 되기 위한 조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독일 베를린에서 잠시 거주했던 경험을 서두에 깔며 답변을 이어갔다.
제일 중요한 것이 공감 능력을 갖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일반화하면 안 되겠지만 교수 출신,전문가 출신 정치인들이 잘 못하는 것 같았다. 특정 분야에서는 매우 뛰어나지만 반대로 보편적인 공감 능력은 좀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어쨌든 정치인의 기본 소양은 종합적인 공감 능력이다. 운동권에서도 약간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혀 종합적인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일부 사람들이 있었다. 두 번째로는 전문성이다. 경제 쪽이든 복지 쪽이든 전문적으로 파고 드는 게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적 마인드가 중요하다. 나는 내 개인정보를 보좌관이 다 알고 있다. 공인이라면 비밀이 없어야 한다. 이런 공적 마인드가 없으면 정치하는 게 매우 불편하다.
강 시장은 “다른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제발 들어야 한다. 정치인은 듣는 데 인색하면 안 된다. 그래서 내 포스터에도 귀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강 시장은 2019년 11월 청와대 수석 자격으로 국회에 출석해서 제1야당 원내대표의 질의 시간에 끼어들어 거친 항의를 한 적이 있다. 야당의 쓴소리를 들어야 하는 청와대 구성원임에도 다짜고짜 자기 상관에 대한 디펜스성 발언으로 국회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이다. 무엇보다 강 시장은 2012년 국회 선진화법 체제 이전 동물 국회의 상징과도 같은 정치인이다.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친 몸싸움으로 악명이 높았던 만큼 “경청과 소수 존중”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정당한 노동으로 취급되지 못 하는 노동들이 있다. 이를테면 가사 노동이 대표적인데 강 시장은 관련 질문을 받고 아래와 같이 말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의 가치가 존중받는지의 문제가 있다. 그래서 나는 참여 수당, 가사 수당, 농민 수당에 관해 이야기했다. 특히 가사 노동이 가치로 인정될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보고 있다.
대한민국은 과로 사회다. 노동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비교적 적게 일하고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옛날에는 정말 많이 일했다. 수렵 생활할 때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하루종일 움직였고 농경 사회에서는 새벽 4시부터 해질 때까지 15시간 이상 일했었다. 지금도 농촌에서는 그렇게 생활하는 분들이 많다. 산업사회에서는 일단 평균적으로 8시간 일한다. 나는 하루 4시간만 일하고도 삶이 영위가 가능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남은 시간을 자기계발과 취미 생활에 쓸 수 있다. 게을러질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처음 주 5일제가 도입될 때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인류 최대의 목표다.
코로나발 기본소득 담론이 활발했다가 최근에는 잠잠해졌다. 범주형 기본소득의 가장 큰 대상은 청년이다. 지자체 치고 '청년 수당'이 없는 곳도 드물다. 강 시장도 “취준생은 돈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직접 5만원이라도 돈을 주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그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가 마무리될 즈음 청각장애인 청년 한 명이 수어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강 시장에게 소망을 전했다.
농인들은 아무래도 청인과의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취업에서 불리하다. 이외에도 일반적인 학교 수업에서는 한국 수어를 쓰지 않기 때문에 교육 받을 권리에서 배제된다. 그래서 시 차원에서 농인들을 위한 정책이나 지원을 신경 썼으면 좋겠다.
강 시장은 다시 한 번 ‘일상의 민주주의’를 거론하며 소수자 권리 보장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초반에 언급했었던 일상의 민주주의가 그래서 중요하다. 이것이 잘 실천되려면 첫 번째로 (소수자의) 권리를 들어주고, 두 번째로 존중해주고, 세 번째로 보장해줘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일상의 민주주의다. 민주당이 어떻고 국민의 힘이 어떻고 시의원은 누가 되었네? 이런 것만 정치나 민주주의가 아니다. 교육의 권리 또 누려야 할 권리를 포함한 많은 권리를 어떻게 하면 더 듣고, 존중하고, 보장해줄 건지를 계속 고민하고 시 차원에서도 더 확장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