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지난 6월 초중순(6월11일~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졌음에도 언론 보도가 너무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 친문 진영에서 나왔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G7에 초대된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가서 뭘 했는지 짚어봤다.
기본적으로 G7(미국/영국/독일/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일본)은 미국 위주의 세계 최강대국 정상들이 모이는 국제회의로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G7의 역사는 1974년 1차 오일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친미 국가 5개국(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 머리를 맞대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내 이탈리아와 캐나다도 추가됐다. 탈냉전 이후 1997년 러시아까지 들어와 G8이 됐지만 2014년 크림반도 문제로 강퇴됐고 점차 G7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다가 1990년대부터 급속도로 덩치를 키운 중국이 부각되며 G7이 반중국 견제 기능을 부여받게 됐다. 미국의 대중국 블록화 전략이 된 것이다.
원래 한국은 G7 참여국이 아니지만 트럼프 정부 때부터 심화된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이 우호국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옵저버(의결권없는 참관국) 자격으로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작년 상반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브라질까지 포함해서 G12로 확대하려고 했다. G의 숫자를 최대한 늘려 중국에 대항하는 미국 우군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거다.
이번에는 영국이 주최국인데 한국은 인도·호주·남아공과 함께 초청국 자격으로 초대됐다. 공식 의제는 △중국 압박 △코로나 백신 △온실가스 감축 △북한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 △도쿄 올림픽 개최 문제 등이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12일 영국 콘월 뉴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영국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고 곧바로 한국-호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첫날 문 대통령이 G7 정상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했는데 이를 두고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냐?", "그런데 왜 한국 언론들은 보도를 안 하거나 지엽적인 것에 포커스를 맞추느냐?" 등등 회담 내용보다 문 대통령의 사진 구도에만 소모적인 논란이 일었다.
김계동 건국대 초빙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 정상들은 집단 회의나 사진 촬영하는 장소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기자들도 자리를 놓고 호들갑떨지 않는다"면서 "대체로 정식 멤버들보다 초대국 대표에게 좋은 자리를 준다. 자리에 따라 권력 서열이 정해지는 북한 같은 공산국가나 자리에 집착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회의는 크게 3가지 세션으로 진행됐는데 △보건 △열린 사회와 경제 △기후변화 및 환경 등이다.
먼저 보건 세션에서 문 대통령은 개발도상국들에 백신 지원을 하는 차원에서 코백스 AMC(코로나 백신 선구매 공약 매커니즘)에 1억 달러(1136억원)를 원조하고, 별도로 1억 달러 상당의 현물이나 현금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나아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글로벌 백신 공급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열린 사회와 경제 세션에서 주요국 정상들은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담은 "열린 사회 성명"을 채택했다. 특히 불평등, 극단주의, 사이버 공격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공정한 무역과 개방경제를 촉진하기로 했다. 성평등 차원에서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노력한다(여성 아동의 교육에 대한 지원)는 것도 포함됐다. 두 번째 세션은 열린 사회의 성격과는 거리가 먼 중국을 노골적으로 타겟팅하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취약 지점을 부각하는 것과 같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화 경험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민주화를 국민의 손으로 이룩해낸 위대한 역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근래 촛불 시위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다고 어필했다.
마지막 공식 일정이 된 기후변화 및 환경 세션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이 2050 탄소 중립 의지를 이어갈 것임을 천명했다. 사실 G7 중 유럽 국가들 외의 나머지 국가들은 기후위기 문제와 관련 면이 서지 않는다. 여전히 경제성장과 탄소 배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유럽 대륙에서는 에너지를 덜 쓰는 기후위기 및 그린뉴딜이 보편 상식이 된지 오래다. 어찌됐든 한국은 탄소 감축과 관련 약속과 선언만 했지 그 어떤 이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은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 등을 나름대로 실행해가고 있다고 강변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추가로 상향하겠다고 다짐하는 등 뭔가 적극성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구체적인 그린뉴딜 구상을 발표할 계획이다.
사실 기후 문제와 관련 선진국들의 규범적 행보는 내로남불적 사다리 걷어차기의 성격이 있다. G7 국가들은 전세계 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경제 대국들인 만큼 부를 축적하던 시기에 환경 파괴를 앞장서서 해왔다. 자기들은 그래놓고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후발 개도국들에게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발전하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걸까? 이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술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은 그런 걱정을 덜 해도 된다. 하지만 기술력이 부족한 개도국들은 어쩌란 말인지 선진국들이 답을 제시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 때부터 대중국 무역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등 미중 갈등이 극심했다. 미국 입장에서 걱정스러운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다. 중국은 내륙과 해상의 경제벨트를 구축하기 위해 "신 실크로드"를 목표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경제 영토 넓히기 작전인데 미국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G7 공동성명에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이란 문구가 들어가도록 노력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경고 메시지와 같다.
이밖에도 G7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코로나19의 기원, 신장위구르, 대만, 홍콩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문제들을 포함시켰다. 보편적 인권 문제를 명분으로 미국 우호국들이 대중국 견제성 멘트를 최대한 많이 밀어넣는 의미가 있다.
중국의 경제건설 초석을 놓은 故 덩샤오핑 전 주석은 "도광양회(韬光养晦)"라는 말을 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뜻인데 쉽게 말하면 맹수가 발톱을 숨기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미중 경쟁의 G2 시대에서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기 위해 염두에 두는 격언일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때보단 덜 노골적이지 몰라도 바이든 대통령도 상당히 중국에 강경한 입장이다. 그런 만큼 시진핑 주석은 겉으로는 미국과 덜 싸우기 위한 모양새 만들려고 애를 쓰면서 속으로는 치밀하게 자기 패권을 구축해놓을 것이다. 시 주석은 1인 황제체제를 강화하는 중이라 과거 중국의 국부들에 대한 향수를 차단하고 있지만 적어도 외교책에 대해서는 덩샤오핑을 롤모델삼아 미중 갈등을 물밑으로 가라앉혀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회담에서 빠질 수 없는 문제는 뭐니뭐니해도 북한이다. G7 정상들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폐기를 촉구했다. 나아가 전세계 여러 국가들에 대해 유엔 대북제재와 관련 협조를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인권과 납북 문제 등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해결을 촉구했다. 맨날 나오는 형식적인 메시지이긴 한데 기본적으로 북미가 다이렉트로 교류하고 있는 시기이지만 북한은 아무래도 중국 블록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매번 이런 메시지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끝으로 도쿄 올림픽(7월23일~8월8일)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베 신조 총리가 현장에 있었던 만큼 방사능 문제와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무용론이 공식화되지 않고 "성공적 개최를 지지한다"는 식으로 수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