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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택시기사를 꿈꾸는 청각장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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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스무 번이든 서른 번이든 계속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23년 운전 경력의 청각 장애인 오태훈(56세)씨는 지난 7일까지 모두 열아홉번의 택시기사 자격시험에서 떨어졌다.

 

몇 년 전까지는 다른 청각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자격 취득 전 주어지는 3개월 임시 자격으로 일했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몇 년 간 계속해서 택시운전 자격시험에 도전하는데 번번이 떨어진다.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럼 왜 그럴까? 

 

 

택시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수인 것은 모두가 안다. 여기에 운전 경력이나 적성 정밀검사 등의 자격 요건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면 종사자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높은 문턱이다. 특히나 택시운전 자격시험과 종사자 교육에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등의 편의가 제공되고 있지 않아 도무지 합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꽤 많은 청각 장애인들이 운전을 하고 있으며, 택시기사로도 일하고 있다. 장애인 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청각 장애인은 34.6%, 실제로 운전하는 경우는 69%로 나타났다. 현재 40명의 청각 장애인 택시기사 중 운송플랫폼업체 '고요한 택시'에 소속된 기사는 25명이다. 전국 약 24만여명의 택시기사 규모를 고려하면 터무니 없이 적다.

 

청각 장애인은 택시기사로 취업하는 것 자체가 무지 어렵다. 자격시험에 청각 장애인을 위한 기본적인 편의가 제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자격시험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필기시험이자, 다량의 기출 문제들 중 랜덤으로 출제되는 문제 은행 방식이다. 글을 읽을 수 없는 청각 장애인들에게 수어통역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아 문제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렵다.

 

 

자격증을 겨우 취득하더라도 종사자 교육을 받는 것이 무척 힘들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신규 종사자는 16시간의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종사자 교육은 지자체에서 관할하고 있으며 강원과 제주를 제외한 15개 광역단체들에서는 교통연수원을 통해 교육을 진행한다. 일부 지역 종사자 교육에는 수어통역 등의 편의가 제공되고 있지 않고 있어 청각 장애인은 교육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청각 장애인들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지난해 말을 목표로 청각 장애인의 오프라인 택시운전 자격시험을 준비해왔다"며 "아직 완벽하게 준비된 건 아니지만 희망이 보인다. 수어 동영상 제작 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소요돼 온라인 시험은 내후년을 기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시험이 진행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오씨도 이번만큼은 기대를 걸고 있다.

 

평범한미디어와 만난 오씨는 "청각 장애인도 택시운전을 잘 할 수 있다. 나 같은 사람들이 택시기사로 일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잘 부탁드린다"면서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고는 자격시험 준비를 위해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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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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