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인식 기자] 오래 전 지방대 국문과를 졸업한 A씨는 최근 글쓰기 부업에 도전했다. 국문과를 나온 만큼 글쓰기에는 자신이 있지만 바이럴 SNS 마케팅 알바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문학적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유튜브 라디오’ 작가였다. 일종의 사연을 받는 라디오 프로그램과 같은 것이었는데 면접은 화상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A씨는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합격하면 원고를 작성하는 유튜브 라디오의 작가로 일할 수 있다.
유튜브 사연 라디오는 2017년 즈음 2030세대에게 인기있는 컨텐츠로 출발했는데 2010년대 초반에 불었던 팟캐스트의 부상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라디오는 음성 컨텐츠인데 유튜브는 그 자체로 비디오성이 핵심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유튜브 플랫폼이 주류가 된 이상 여기에서도 음성 컨텐츠가 핵심인 라디오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생겨난 것이다. 물론 기존에도 전통 라디오 프로그램이 ‘보이는 라디오’를 운영하기도 했다.
유튜브 사연 라디오의 소재는 연애, 결혼, 직장생활 등등 그야말로 일상적이다. 채널마다 다르겠지만 DJ가 직접 사연을 읽으면서 그 내용이 자막으로 채워진다.
사실 2020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의 영향이 컸다. 오프라인 교류가 제한되면서 집에서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만큼 사연 라디오 프로그램 역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2023년 현재는 특히 6~70대 노년층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은 시부모로서 갖게 되는 고민과 갈등이 생길 때마다 유튜브에 검색을 했고 자연스럽게 사연 라디오를 접하게 됐다.
썰이 빛나는 밤에, 사연쌀롱, 커피엔톡, 썰을 사랑하는 남자, 신청사연라디오 등이 있는데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사연 라디오는 성인 컨텐츠가 아닌 가정사를 다루는 라디오 컨텐츠이므로 등장인물의 성생활이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주제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여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위 노란딱지가 붙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튜브 라디오는 일정한 영역이 있고 어른들의 매운맛 사연들로 가득하다. 이미 수 년째 노년층 구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재밌다고 알려진 사연 라디오는 다음과 같은 일정한 유형이 있다.
①이야기 속에 갈등이 고조되는 부분과 해소되는 부분은 등장 인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 생동감이 느껴진다
②작품 속의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와 등장인물, 사물, 병명은 한정적이지 않다
③반전이 있다
④처절하게 응징했다고 느껴지는 '인과응보'의 결말이 있다
⑤불륜을 다룬 작품에서의 성행위는 모두 '그짓', '몹쓸짓', '망측한 꼴', '민망한 자세', '남사스러운짓'으로 불려진다
이런 컨셉이라면 젊은 세대에게 타겟팅된 유튜브 라디오가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유튜브 라디오를 켜놓고 다른 일상생활을 영위하더라도 듣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 들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