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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향저격 안동 ‘하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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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사실 제주 여행을 가기 전 안동 여행을 먼저 다녀왔다. 지난 가을 죽마고우 철민이와 고향 함평에서 만나 밥을 먹고 있는데 바람을 쐬러 어딘가로 가자는 것에 꽂혔다. 그러면 어디로 가야 할까. 가장 먼저 경주가 튀어나왔다. 그런데 얼마전 나 혼자 진득하게 여행을 갔다왔다. 패스! 문득 안동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 2022년 4월 안동 녹색당 허승규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시간관계상 월영교만 잠깐 둘러보고 하회마을 등 다른 유명 관광지들을 가보지 못 해 내심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안동의 명물 찜닭과 헛제삿밥, 안동소주, 간고등어 등은 꿈도 꾸지 못 했다. 그렇다면 안동으로 가보자고!

 

쇳불도 단김에 빼야 제맛. 거리가 무척 멀지만 철민이와 나는 바로 채비를 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2년 전 안동 가는 교통편을 알아봤는데 광주전남권에서 안동을 포함 경북으로 바로 가는 고속버스는 정말 애매하게 있다. 그래서 그냥 자차로 가는 게 효율적이다. 여러모로 씁쓸한 대목이다. 달빛 철도가 건설된다고는 하지만 서울과 지방 외에도 지방과 지방을 연결하는 교통 환경이 지금보단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기후위기 시대 꼭 철도를 깔지 않더라도 버스편을 확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3시간 정도 운전해서 안동에 도착했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어디를 먼저 갈까? 지난번에 갔던 월영교부터 갔다. 그땐 낮이었는데 밤 풍경으로 본 월영교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감동이 밀려왔다. 이름답고 은은한 달빛이 다리와 물을 비췄다. 조명도 환하게 켜져있기 때문에 야경이 정말 멋있다. 월영교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는데 역시 배경이 좋으니 수다가 술술 나왔다. 돌아다니다가 매점에 들러 안동소주를 샀다. 도수가 높기로 유명한데 제일 낮은 것도 25도 이상이다. 도수가 낮은 것부터 높은 것까지 종류별 총 3병을 구매했다. 참고로 안동소주는 안동 어디를 가도 파는 데가 많기 때문에 타이밍을 놓쳤다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동 중 한옥 형태의 ‘월영당’이라는 카페를 발견했다. 외관이 기가 막힌다. 달 형태의 조형물도 놔두어 더욱 운치를 더했다. 알고 보니 꽤 유명한 곳이었다. 서울 삼청동에도 체인점이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삼청동 체인점을 간 적도 있었다. 시그니처 메뉴 대마라떼를 마셨는데 첫맛은 달고 끝맛은 쓴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음미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안동 여행을 가게 된다면 강력 추천하고 싶다.

 

무계획 즉흥 여행의 단점은 다음 행선지를 정하는 일이다. 밤이기 때문에 안동 시내를 좀 둘러보다가 찜닭을 포장해서 숙소로 가보자. 나름 번화가로 보이는 곳을 갔는데 조금 썰렁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20시면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듬성듬성 있었다. 유명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즐비했는데 좀 더 들어가면 전통시장과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 찜닭거리가 있다. 수많은 찜닭 가게들 중 하나 고르기도 쉽지 않았는데 우리가 픽한 곳에 입장하자 주인장이 아주 반갑게 맞아줬다. 친절과 환대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 기분이 안 좋아질 수가 없었다. 

 

 

서둘러 포장 찜닭을 받아 예약한 숙소로 가서 한 입 베어 먹었는데 역시 안동 찜닭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고기와 야채, 당면이 푸짐했다. 혜자도 이런 혜자가! 양념도 너무 맵지도 짜지도 않은 황금 비율의 맛이었다. 왜 찜닭하면 안동인지? 맛보면 안다. 설명이 필요 없다. 맛있는데 양이 많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정말 배 터지게 즐겼던 기억이 난다.

 

안주상에 안동 찜닭이 있는데 술이 빠질 수 없다. 각자 고른 안동소주를 개시했다. 맛있는 안주에 좋은 술이라니 더할 나위가 없다.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원래 계획은 소주를 1병만 까는 건데 무아지경으로 들이붓다 보니 결국 그 독한 소주를 3병이나 마셨다. 다시 돌아와서 선물을 하려고 했는데 틀어져 버렸다. 안동소주는 상당히 독했다. 그런데 독한 와중에 맛과 목넘김은 깔끔했다.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는데 뭔가 싫지 않았다. 깔끔하게 쑥 내려간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세상 온갖 시름들을 목구멍 아래로 다 넘겨버리는 느낌이랄까. 센 술이지만 계속 마시게 하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이래서 어른들이 좋은 술을 찾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풍류다. 지금 이 여행기를 쓰는 순간에도 안동소주가 떠올라서 입에 침이 고인다. 물론 가격대가 좀 있다. 그리고 안동소주는 의외로 숙취가 별로 없다. 

 

안동소주를 전부 마시고 알딸딸한 상태로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숙취 해소용 해장국을 들이키고 바로 하회마을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고택과 옛날 건축물을 참 좋아한다. 동서양 한국사를 가리지 않는 역사광이기도 하다. 당연히 한옥을 보는 것도 취향 저격이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한옥을 직접 짓고 그곳에서 사는 것이다. 부푼 설렘을 안고 한옥마을에 도착했고 셔틀버스를 타고 좀 더 들어갔다. 이내 책에서만 보던 한옥마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 아름다운 전통 유산은 유네스코에도 등록돼 있다. 구경하며 정취를 한껏 느꼈는데 초가집과 기와집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 장관이었다.

 

주변에는 강변이 있어 운치 있었다. 사실 ‘하회(河回)’ 자체가 강이 둘러싸고 있다는 뜻이다. 낙동강의 지류 중 하나인 것 같다. 마을 안에는 서낭당 비슷하게 생긴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소원을 적은 종이를 접어 나무를 둘러싼 줄에 묶어둘 수 있는 곳이다. 나와 철민이는 각각 소원을 적어 묶어뒀는데 뭘 적었는지는 비밀이다. 1999년 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선택해서 방문한 곳이 바로 하회마을이다. 여왕 방문 기념으로 조성된 흔적들도 둘러봤는데 마침 그 당시 생일이었던 여왕의 생일상이 동상으로 재현돼 있었다. 

 

하회마을은 한옥도 좋지만 그 주변 경치가 정말 숨이 멎는 기분을 들게 해준다. 강 넘어 보이는 절벽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그 다음 병산서원으로 갔다. 유성룡을 모신 사당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가는 길은 꼬불꼬불하고 좀 험했는데 역시 산과 강의 풍경이 참 좋았고 시상이 저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시 한 편을 쓰고 싶었다. 마루에 걸터앉아 “이 좋은 절경을 유생들만 즐기다니”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둘은 조선시대 유생이 된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안동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하회마을이었다. 그래서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찍고 안동을 벗어났다. 경북의 또 다른 여행지로 문경새재에 갔다. 새재라는 뜻은 새도 넘기 힘들다는 건데 그만큼 험준한 지형으로 악명 높다. 충북과 경북의 경계이기도 하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는데 안동에서 문경까지 꽤 멀었다.

 

좀 늦게 도착해서 어두웠던 탓에 산길 쪽으로는 올라가지 못 했다. 아쉬운대로 인근 관광단지를 구경하며 문경새재의 역사적 가치를 논하는 지적인 대화를 나눴다. 안동 여행을 가게 되면 누구나 알쓸신잡 컨셉이 될 것이다. 문경새재는 아무래도 임진왜란 때문에 인지도가 높다. 천혜의 요새이기 때문에 복병을 주둔시키고 방비를 했으면 왜군을 막기에 최적이다. 그러나 조선 육군 총사령관격이었던 신립 장군은 탄금대에 병력을 배치하는 악수를 두어 한양까지 고속도로가 뚫려 버렸다. 신립 장군의 실패를 두고 여러 주장들이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역사 특집으로 다뤄보고 싶다. 문경새재를 끝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철민이를 함평에 바래다주고 나는 광주로 돌아왔다. 철민이와의 여행기는 이참에 특집 시리즈로 가볼까 생각 중인데 좋은 여행지가 있다면 추천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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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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