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인기있는 문화 콘텐츠는 그 시대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1978년 출판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통해 우리는 70년대 도시 빈민층의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고, 1987년 발표된 소방차의 노래 <어젯밤 이야기>는 당시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댄스 노래로 대중음악의 변화 양상을 보여줍니다. 1999년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쉬리>는 국내 첫 200만 관객 돌파 영화인데 그 영화를 통해 우리는 당시 한국 영화의 성장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수많은 부모님들의 속을 끓게 했던 <스타크래프트> <바람의나라> 등과 같은 게임은 지금 돌아보면 디지털 문화의 성장을 상징하는 콘텐츠입니다(사실 두 게임이 90년대에 출시되었다는 건 비밀입니다). 2013년에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급증하는 1인 가구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프로그램이죠. 어떤 콘텐츠든 어느 정도 그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사회를 비추는 거울 넷플릭스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제가 최근 며칠 동안 빠져있는 콘텐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집이라는 공간의 성격이 바뀌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장인은 재택 근무를 하고 학생들은 집에서 수업을 듣습니다. 붐비는 곳을 피해 집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심지어 온라인으로 만남을 갖는 경우도 있죠. 홈트레이닝을 통해 건강을 챙기는 홈트족도, 집에서의 활동을 SNS로 인증하는 놀이 문화도 생겼습니다. 업무, 교육, 사교, 운동, 문화생활 등 집의 기능과 역할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집 외에도 여러 공간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사라질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겁니다. 장기간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과 기술의 발전으로 공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관계를 보여주는 거리감 여러 학교를 다니며 강의를 하다보면 강의 조건이 천차만별입니다. 대강당에서 100명이 넘는 학생과 수업을 할 때도 있고, 일반 강의실에서 20명 남짓의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공간에서 수업을 많이 하죠.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 수업을 하느냐에 따라 말투나 태도가 달라집니다. 소규모 강의에서는 장난도 치고 편하게 대하지만 대강당에서는 저도 학생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가끔 강의에서 적절한 용어가 떠오르지 않아 한참 헤매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황에 맞는 단어를 내뱉지 못하고 입 안에서만 맴도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겁니다. 특정 낱말이 떠오를 듯 말 듯 머릿속이 하얘져 하려던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거죠. 불완전한 기억 때문에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설단 현상(Tip-of-the-tongue Phenomenon)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이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대변하는 적합한 단어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보게 됩니다. 어렴풋이 아는 내용을 말하려다 보니 말이 꼬이고 분명 알고 있는 것 같은 단어임에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기억의 저장과 인출 기억 저장이나 기억 인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요. 기억에는 크게 세 가지 과정이 포함됩니다. 경험하고 생각한 내용을 기억으로 바꾸는 부호화(enconding), 부호화된 정보를 유지하는 저장(storage), 부호화된 정보를 떠올리는 인출(retrieval)입니다. 인간의 기본 감정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 〈인
[함평공립요양병원 윤석호 행정원장] 급격한 농촌인구 감소, 농촌 일손 부족, 농산물 가격폭락 등 우리 농촌의 해묵은 문제는 많은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풀 수 없는 문제로 고착되고, 해결점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아심이 든다. 여기에 종잡을 수 없는 기후 변화와 끝없는 개방의 물결은 농촌의 한숨을 더욱 깊어지고, 위기감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실화되고 있지 않나 싶다. 농촌 존재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을 강구할 시점임은 모든 국민이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존재의 위기를 맞고 있는 농촌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의 하나로 ‘농촌 주민수당’ 도입을 검토해 볼만하지 않을까?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의 도올 김용옥 교수와 박진도 국민행복충전포럼이사장의 대담에서 농촌 문제의 적극적인 해결책으로 ‘농촌 주민수당’으로 50만원씩 주자는 제안을 하는 것을 보았다. “바로 이것이다”는 쇼킹한 아이디어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를 농촌의 문제와 서울의 문제로 구분 짓고 따로따로 해결하는 것으로 접근하지 않고,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의 틀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서울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농촌은 고사위기에 있는데 문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저는 평소 편의점 간편식을 자주 먹습니다. 삼각김밥, 샌드위치, 도시락 등은 가성비 좋은 한끼 식사인데다 식당에 가는 것이 꺼려지는 코시국이라 간편식이 좋습니다. 편의점에 들어가면 음식 종류가 많아 뭘 먹을지 고르는 데 한참 시간이 걸리는데요. 날이 갈수록 편의점 음식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컵밥, 초밥, 홍어, 치즈케익 같은 제품들이 진열된 것을 보면서 이제 더 이상 과거의 편의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편의점에서 눈에 띄는 제품은 비건 도시락입니다. 비건 간편식이 출시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제가 가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니 신기했습니다. 이제는 채식이 일상에 스며든 트렌드라는 걸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편의점 뿐 아니라 마트에서도 비건 제품이 많습니다. 만두, 떡볶이, 라면, 파스타, 햄버거, 빵, 과자 등 많은 메뉴가 채식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과거에는 맛이 없어도 신념 때문에 채식을 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요. 지금은 전체적으로 채식 제품들의 맛이 좋아졌습니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저도 방송에 나온 채식 레스토랑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피터 싱어' 채식주의자의 논리를 이야기하
[평범한미디어 김현 기자] 광주전남 대표 일간지인 전남일보가 연일 지역주의를 자극하고 있다. 4월27일 “새 검찰총장 '지역 출신 유력 후보'에 기대감 크다” 기사에서 전남일보는 검찰총장 후보 검사들의 지역 출신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호남지역 출신의 총장 후보가 여럿 거론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지역에서도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는 지역 법조계 분석을 인용했다. (링크) 5월3일 “김오수 전 차관, 검찰총장 후보자 발탁” 기사에선 영광 출신인 후보자의 출신지역을 강조했다. (링크) 특히 광주대동고를 졸업한 약력을 강조하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와 고등학교 동문으로 알려져 '광주대동고' 정관계 인맥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고 썼다. 그밖에도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박균택 전 법무연수원 원장까지 거론하며 “법조계에도 동문이 있다”고 강조했다. 블라인드 채용하는 세상에... “90년생이 온다”는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했다는 책이다. 저자 임홍택 씨는 이를 통해 “(90년대생은) 이제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며 “당연히 혈연, 지연, 학연은 일종의 적폐”라고 주장했다. 블라인드 채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저는 토론식 수업을 자주 하기 때문에 강의에서 여러 사회 이슈를 다룹니다. 그러다 보면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되는데요. 정치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지만 저는 평소 정치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정된 재화를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 정치는 분배의 과정 이 정의는 국가 예산안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매년 정부는 한정된 국가 예산을 어디에 쓸지 결정합니다. 국회는 행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사하고 사업 타당성을 따져 세금이 적절하게 사용되는지, 낭비는 없는지 감독하죠. 2021년 국가 예산은 555조 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늘어난 액수입니다. 기획재정부의 자료를 보면 이번 예산안은 일자리 확충, 복지 증대, 디지털 역량 강화, 환경 문제 해결, 방역, 국방 문제 등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산안을 보면 정부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산의 분배는 정치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예산이 정치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누가 서울시장이 될 것인지, 누가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될지를 결정하는 일도 정치입니다. 선거
[평범한미디어 이성윤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나는 일찍이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주장하며 청년 정당 미래당을 창당했고 올해로 세 번째 선거를 경험했다. 기초의회부터 청년들이 바꿔보자며 2018년에는 도봉구(서울시) 기초의회 선거를 지원했고, 올해는 송파구(서울시) 기초의회 선거를 지원했다. 3년 전 도봉구에는 36세 청년(김소희 전 미래당 공동대표)이, 이번엔 32세 청년(최지선 전 미래당 미디어국장)이 기초의회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결과는 둘 다 낙선이었지만 각각 득표율 8%, 7%를 얻었고 첫 선거임을 감안해서 나름 만족했다. 두 차례의 선거에서 많은 시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았지만 우리가 부딪힌 가장 큰 벽들 중 하나는 ‘너무 어리다’는 시선이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55세임을 감안하면 어린 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문득 ‘우리는 과연 얼마나 나이를 더 먹어야 제법 출마할 나이가 됐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을 마주하며 더 큰 궁금증을 갖게 됐다. 윤 전 총장과 청년 정치인 간에는 어떤 간극이 존재할까? 물론 윤 전 총장의 사회적 위치와 그간의 경험들을 30대 청년과 비교해봤을 때 훨씬 더 신뢰할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정신 승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가끔 그런 말을 듣습니다. 얼마 전 2년째 사용하던 무선 청소기가 고장 나서 수리를 맡겼는데 구입가의 3분의 2 정도 비용이 청구됐습니다. 배터리와 필터를 교체했으니 거의 새 것이라고 위안을 삼는데 주변에서 정신 승리를 한다며 놀리더라구요. 제게는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들 때문에 짜증과 화를 안고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신 승리자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큐의 정신승리법 지금은 정신 승리가 일상적인 용어가 됐지만 원래는 문학 비평에서 사용하던 개념입니다. 정신승리는 루쉰의 <아큐정전>에 처음 등장합니다. 소설에서 주인공 아큐가 치욕스러운 상황을 왜곡하고 유리하게 해석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모습을 보며 루쉰 작가가 붙인 용어가 정신 승리법입니다. 아큐는 동네 불량배들에게 구타를 당했지만 속수무책입니다. 아큐는 "아들뻘 되는 놈들과 싸우는 것은 어른스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어른이다. 그러므로 내가 대항하지 않더라도 패배하지 않은 것"이라는 식으로 정신 승리의 사고를 합니다. 도스토예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4.7 보궐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나는 오래전부터 원내외 소수정당들을 취재해왔는데 고구마를 물없이 먹은 기분이 들었다. 서울시장 선거에 총 12명이 출마했는데 의미있게 취재해왔던 소수정당의 후보들은 6명이었다. 이들은 정치를 비즈니스로 여기는 국가혁명당 허경영씨 보다 표를 못 받았다. △3등 허경영 국가혁명당(1.07% 5만2107표) △4등 김진아 여성의당(0.68% 3만3421표) △5등 신지혜 기본소득당(0.48% 2만3628표) △6등 신지예 무소속 팀서울(0.37% 1만8039표) △7등 송명숙 진보당(0.25% 1만2272표) △8등 이수봉 민생당(0.23% 1만1196표) △9등 오태양 미래당(0.13% 6483표) 이슈 메이킹을 할줄 알고 창의적으로 정치활동을 해왔다고 믿었던 미래당의 오태양 대표는 꼴찌였다. 오 대표의 득표율은 허씨의 8분의 1에 불과했다. 오 대표는 지난 2월16일 출마 선언을 했을 때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타겟삼아 철저히 네거티브에 집중했다. 동시에 본인의 소수자성을 부각했다. 오 시장이 예고한 선거운동 장소를 미리 선점해 갑질당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