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18번째 글입니다. 조은비 대표님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은비 대표님의 자세한 서사를 만나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d_light_heals_u)에 방문해보길 바랍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빈 숙소 앞엔 마당이 있고, 커다란 나무가 있다. 독특한 중부 유럽의 나무를 뭐라고 부르는지 전혀 몰랐기에 내 멋대로 은행나무라고 불렀다. 한국에서 큰 나무들은 다 은행나무였으니까. 가을이 되고 수많은 밤들이 마당에 떨어져 있는 걸 본 뒤에야 그들의 정체가 밤나무라는 걸 깨달았다. 산속에만 사는 줄 알았던 밤나무가 이웃일 줄이야. 여름엔 창밖으로 손을 뻗으면 풍성하게 자란 나뭇잎을 만질 수 있었고, 매일 아침 동틀 무렵엔 새들이 나무에서 노래 경연도 벌였다. 그 후 가을엔 밤이 주렁주렁 열렸고, 1층에는 “먹을 수 있으니 누구나 가져가세요”라고 쓰여진 간판이 붙었다. 그렇게 변덕스럽게 모습을 바꾸던
#2022년 10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 56번째 사연입니다. 한연화씨는 알바노조 조합원이자 노동당 평당원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칼럼니스트]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맛이 나는 상담은 또 처음이네. 흠. 우선은 앉아. 앉아서 나뭇잎 동동 띄운 물 한 잔 마시며 좀 들어봐. 이런 건 이렇게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물 한 사발 대접하듯 이야기하는 게 맛이거든. 내가 말야. 어떤 심술보 양반을 하나 알거든? 뭐 누누이 말했지만 진짜 놀부가 아이고 형님! 그러고 절을 할 위인이신데 말야. 그 양반이 또 어떤 양반이냐. 요즘 말로 하면 삼식새끼야. 왜 그러잖아. 남편이 집에서 한 끼 먹으면 일식이, 두 끼 먹으면 두식놈, 세 끼 먹으면 삼식새끼. 맞아. 자기 부인이 해준 음식이 아니면 입에 대려고 하지를 않고 심지어 부인이 임신했을 때 입덧이 무척 심했는데 그때도 밥을 차려오게 했을 정도니 말 다했지 뭐. 음 뭔가 감이 팍팍 오지 않아? 보통 고민상담소에 이런 사연 들고 찾아오면 내가 막 “세상에. 그런 놈하고 왜 살아? 그냥 이혼해”라고 하겠지. 그렇지 않아? 아무튼 그 양반 부인도 성질이 만만치 않아. 화나면 아무 말이나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와. 진짜 나쁜 새끼네, 그거. 당신 전남친 그거 진짜 나쁜 새끼라고. 아니, 지가 뭔데 두 여자 마음을 다 가지고 놀아? 그러면서 두 여자 모두 속여가면서 희망고문이나 하고. 대체 뭐냐고. 지금 내 말이 무슨 말인가 싶을 거야. 당신은 지금 전남친이 당신과 헤어지고 일주일 동안 출근도 못 할 정도로 힘들어 했던 5개월 전의 그 사람일 거라고 여기고 있고, 무엇보다 전남친이 아직도 당신을 잊지 못 했다고, 당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그런데 새로 사귄 현여친의 눈치가 보여서 당신에게 돌아오지 못 하는 거라고 여기고 있어. 그런데 말이야,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포기해. 당신 전남친 되찾는 방법? 그딴 거 없어. 그리고 더 이상 전남친과 연락 따위 안 하는 게 당신 신상에 이로워. 당신 전남친은 내가 보기에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아? 당신이나 현여친 두 여자 모두 좋아하지 않는 거야. 그냥 여친이랑 헤어졌어도 다시 새여친을 사귀는 나, 새여친을 만나면서도 아직 나를 못 잊어 전여친이 죽자 하고 매달리는 걸 귀찮아도 받아주는 나, 그렇게 여자들이 따르는 매력적인 나를 사랑하는 거지 결코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아닌 것이 내 눈에는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