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세연 기자] 광주·전남에 이틀 동안 500㎜ 안팎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며 광양과 해남에서 총 2명이 산사태·범람 여파로 숨진 가운데 또 다시 안전관리 소홀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4분쯤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 다세대 주택공사부지에서 폭우로 토사가 무너지며 아래에 있던 주택 2채와 창고 3채를 덮쳤다.
이 가운데 A(82·여)씨가 흙더미에 깔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매몰된 주택 2채 중 1채에 살던 주민은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외출해 사고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고 인근 주택 주민 3명도 긴급대피 했다.
무너진 동산 중턱에서는 2019년 4월부터 다세대 전원주택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해당 공사장은 지난해 6월에도 돌덩이가 민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불안감을 느낀 주민들이 안전 관리·감독을 촉구하는 민원을 이미 수차례 제기한 바 있어 예견된 인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사고에도 불구하고 공사장 관계자가 집을 방문해 수리를 해줬을 뿐 광양시의 후속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올해 1월과 지난달에도 해당 공사부지 경계에 석축을 쌓는 것은 위험하다며 사면 안전성 검토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실제로 공사장 경계에는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축대가 있었으나 이번 사고를 막지 못했다.
광양시는 지난달 현장 점검에 나섰으나 민원이 제기됐던 석축은 해결하지 않고 우기철 배수로 설치만 요구한 뒤 돌아갔다. 이 역시 실질적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광양시는 돌이 떨어졌다는 민원을 접수한 후 건축허가팀에서 작년 하반기에 공사 중지를 요구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또 공사업체와 토목설계업체 측에 사면 안전성 검토를 통한 객관적 자료를 요청했으나,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숨진 A씨의 아들은 “어머니의 사고는 행정당국의 안이한 행정이 낳은 예견된 인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의 아들은 “행정관청에서 미리 감지가 됐던 사항인데 그대로 공사를 강행시킨 것”이라며 “주민이 민원을 넣어서 중단을 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마을 뒷산 중턱 전원주택 건립 공사장 쪽에서 안전 관리 소홀로 토사가 무너진 것으로 보고 해당 공사 관련 건설업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부르는 등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 자문단과 감식 결과를 토대로 산사태 원인과 부실 공사 여부를 낱낱이 규명하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를 할 예정이다”면서 “전방위 수사를 통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3시 40분쯤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계곡 일대 하천이 폭우로 넘쳐 인근 한 주택이 물에 잠기며 집 안에 있던 B(69·여)씨가 숨졌다. 함께 살던 가족 4명은 대피하거나 소방당국에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오전 0시 44분께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는 신고를 받고 해당 주택에 출동했으나 B씨는 범람 한 시간 뒤 집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자 김영록 전남지사는 6일 집중호우 피해사항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신속히 복구되도록 도와 시·군이 가진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 또한 비상근무를 3단계로 격상하고, 주민 안전을 위해 산사태·급경사지 등 붕괴 우려 지역에 대한 예찰을 강화해 해안가 저지대 침수, 하천 범람 등에 대비하고 있다.
김 지사는 “호우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집중호우로 지반이 매우 약해진 상태”라며 “산사태 우려가 있는 급경사지, 범람 우려가 있는 하천 등 저지대 재해 취약지 주민은 이상 징후를 잘 살펴 마을회관 등 지정된 장소로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또 도로, 주택, 농경지 등에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최우선으로 복구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