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차현송 기자] 지난 13일 오전 6시 24분경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갓 태어난 신생아가 담긴 쓰레기봉투가 발견되었다.
봉투 속에 담긴 아기를 발견한 사람은 청소 용역업체 직원이었다. 쓰레기를 수거하다가 봉투가 터져 내용물이 쏟아져 나오는 과정에서 봉투 속의 아기를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구급대가 곧바로 출동해 아기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아기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아기는 탯줄도 아직 잘리지 않은 상태였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였다.
바로 전날인 12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대 여성이 경기도 평택에서 신생아를 낳은 뒤 살해해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경찰에 붙잡혔다.
또, 지난달에는 전남에서 남자친구가 입대를 한 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여성이 출산한 신생아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려고 시도했던 사건도 있었다.
두 사건 모두 아이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던 부모가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인해 그런 결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니 길거리에 함부로 아기가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베이비 박스’같은 것들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러한 방안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보니 여전히 이번 사건처럼 아기를 죽이고 버리는 등의 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이미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엄연히 하나의 귀중한 생명이다. 때문에 아기를 이토록 잔인한 방법으로 유기한 피의자는 반드시 처벌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만약 최후의 방법이 ‘아기를 살해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면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동시에 든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막막하고 두려웠을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베이비박스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런 것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보가 있었다면 아이를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혹은 정부 지원이나 입양 절차가 조금 달랐다면 아기 부모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스스로 아기를 키워내기 위해 정부에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얼마 없다. 게다가 웬만한 입양기관에서는 부모가 있는 아이들을 받아주지도 않는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지금껏 한 생명인 자신의 아이를 죽인 피의자들에 대해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러한 일들이 생긴다면 한 번쯤 그런 결정을 한 부모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피의자들의 범행을 막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부모의 손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아기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나이가 어리고 경제적으로 어린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별탈 없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주변 CCTV를 통해 이번 사건의 범인을 찾고 있다”며 정확한 사망 시간 파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