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예순이 다 된 남성 A씨가 또 다시 검찰청 정문에 빨간 락카 스프레이로 낙서를 했다. 혐오스러운 내용과 비주얼이 분노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A씨는 지난 10일 경남 밀양시 내이동에 위치한 창원지검 밀양지청 정문을 낙서로 도배했다. 이에 19일 밀양경찰서는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알아내지 못 한 채로 검찰에 키를 넘겼는데 낙서 좀 했다고 구속까지?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A씨는 작년에도 똑같은 장소 바로 옆 창원지법 밀양지원 정문에 법조계 전반을 맹비난하는 라카 낙서를 세 차례나 범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미 불구속 송치까지 됐는데 또 이런 짓을 저질렀다. 경찰은 A씨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알렸다.
대한변협, 법률구조공단, 사법부, 검찰청, 법 지식은 썩은 돌대가리, 살인자, 양아치, 정신병자, 범죄집단
그저 법조계 전체에 알 수 없는 불만이 가득한 것 같은데 검찰에 타겟을 맞춰서 분노를 표출했다면 △특정 검사의 처분에 대한 앙심이 있거나 △윤석열 정부의 검찰에 정치적 반감이 극심하거나 둘 중 하나일 수 있는데 이번 사례는 둘 다 아닌 것 같다. 변호사, 판사, 검사 등 법조계 개별 주체들을 다 거론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억하심정이 있을 수도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 김명호 전 교수(성균관대 수학과)만 보더라도 억울한 일(대입 본고사 수학 문제 오류 지적했다가 징계와 재임용 거부를 당해서 민사소송 걸었으나 패소)을 겪은 이후로 구제 절차를 밟았는데 그 과정에서 대학과 법원 등 수많은 기관들에 대해 맹비난하는 책을 출간하고 1인 시위를 한 적이 있다. 그의 원칙주의적 시각에서 봤을 땐 전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완고함은 결국 민사소송 담당 판사에게 석궁 테러를 자행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사실 지난 6월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검사 스폰서’ 사업가 김모씨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락카 낙서를 하는 중에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그러나 김씨는 검찰에 감정이 많은 만큼 범행 동기가 선명하다. 그런데 A씨의 비난 내용은 너무 막연하고 비난 대상도 너무 넓다. 김 전 교수처럼 구체적인 배경을 알 수가 없다.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고 있는 A씨가 이제 곧 자신이 비난했던 검찰을 상대하게 될텐데 그땐 무슨 메시지를 낼 것인지 주목된다. 법정에서도 어떤 진술을 하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