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차현송 기자] 살아있는 신생아를 종이봉투에 넣어서 버렸던 20대 남녀 2명이 범행 이틀 만인 지난 8월31일 붙잡혔다.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던 이들은 부산 사하구의 한 주택가 주차장에 자신들의 아기를 유기했다.
20대 남녀 A씨와 B씨는 동거하는 관계였다. 이들은 8월29일 오후 자신들의 주거지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산부인과에 가지 못 할 정도로 경제 사정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데 애초에 비싼 돈이 필요하지 않은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가진 것부터 잘못이다. 결과적으로 생후 하루도 안 된 아기를 버렸기 때문이다. 엄연한 범죄행위다.
어찌됐든 그들은 창원에 살고 있지만 보육원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부산까지 갔다.
그렇게 아기를 버렸는데 29일 23시경 신생아가 종이봉투에 담겨져 있다는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 아기는 담요에 쌓인 채 종이가방 안에 있었고 탯줄도 잘리지 않은 상태였다. 부산사하경찰서는 영아유기죄로 A씨와 B씨를 검거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을 인정하면서 “경제적 문제로 키울 자신이 없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다행히도 아기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평범한미디어는 지난 5월 비슷한 사건을 다룬 바가 있다. 아이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 젊은 부모가 탯줄도 잘리지 않은 신생아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유기한 사건이었는데 뉴스 속 범죄자들은 사전 피임, 임신중절 등도 하지 않고 출산까지 마쳐놓고선 그냥 내다버렸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고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아 현재는 더 이상 낙태행위가 불법이 아니다. 피치 못 하게 키우지 못 할 것 같다면 중절을 결단할 수도 있을텐데 이미 세상에 태어난 생명을 잔인하게 유기한 것은 경제적 어려움 등 그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이번 사건은 운 좋게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를 해서 해결되었지만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아기는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랬다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나 다름 없다.
향후 경제적 사정 등 여러 사유들로 정상참작이 이뤄지겠지만 엄중한 법적 책임이 불가피하다. 개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사회제도적인 면도 돌아봐야 한다. 당장 부모가 자신들의 하루 생계조차 걱정해야 할 형편인데도 보육원과 같은 기관에서는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사회의 끝자락으로 내몰리게 된 이들이 최후의 방식으로 아기를 살해하거나 유기하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애초에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긴급 복지대책을 마련하거나, 베이비박스가 전담하고 있는 사태의 근본 원인을 손봐야 한다. 보육원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는 예외조건을 둘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단계로 쪼개서 보면 △키울 여건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부모가 애초에 피임을 철저히 하도록 청소년 콘돔 사용 및 성교육 문제 개선 △안전하게 임신 중절을 할 수 있도록 법 제도 마련 △베이비박스에 떠맡겨져 있는 아기 입양 문제의 문턱 낮추기 △아기를 키우는 부모에 대한 실질적인 복지 제공 등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정이 안타깝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가해지는 비판이나 처벌이 약해져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들의 범죄행위가 사회 탓으로 희석되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별도로 필수적인 과업이다.
베이비박스를 최초로 도입한 주사랑교회 이종락 목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입양특례법이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을 더욱 사각지대로 밀어 넣는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입양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됐고 입양에 앞서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등 규정이 까다로워졌고 가정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입양이 된다”면서 “입양 기간도 기존 3~4개월에서 1년까지 길어졌다. 입양 장벽이 더 높아진 것인데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국민들도 있다. 그런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법으로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들은 법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고 설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