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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 ‘전기폭발 화재’ 숨겨진 피해자 “죽을 듯이 고통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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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30대 여성 Y씨는 억울한 사연을 한동안 쏟아냈다.

 

Y씨는 5일 저녁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40대 부부 감전사로 떠들썩하게 언론에 보도됐지만 정작 피해를 본 세입자들은 사고 후유증으로 지금까지 고통 속에 살고 있음에도 무사히 대피했다라고만 알려져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월7일 새벽 2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5층짜리 다세대주택 옥상에서 40대 부부 B씨(남편)와 C씨(아내)가 감전사로 목숨을 잃었다. 3층에 살고 있던 부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린 자녀와 밖에서 자주 놀아주지 못 한 탓에 옥상에 간이 수영장과 함께 그늘막 기능을 하는 카바나 텐트를 설치했다. 그런데 사고 당일 엄청난 한파와 강풍으로 인해 카바나가 날라가 전신주에 걸렸고 부부는 직접 수습을 하려다 2만2000볼트 고압 전기에 그대로 노출돼 변을 당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고 한다.

 

 

부부의 감전사와 혼자 남겨진 5세 아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언론 보도로 알려지게 됐지만 Y씨를 비롯 전기폭발 화재로 날벼락을 맞은 세입자들의 비극은 제대로 조명되지 못 하고 있다.

 

그 당시 Y씨는 40대 남자친구 P씨와 함께 살고 있었다. Y씨는 P씨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다. 다행히 둘 다 무사했고 크게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Y씨는 가족처럼 애지중지 키우고 있던 반려 고양이 4마리 중 3마리를 잃었다.

 

Y씨는 “내가 피트니스 선수인데 집에 있던 고가 물품들도 그렇고 수상했던 각종 트로피들이 다 타버렸다. 무엇보다 가장 가슴이 아프고 삶이 무너질 정도로 힘든 것은 고양이들을 보낸 것”이라며 “가족을 잃었다. 고양이들을 보내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Y씨의 반려묘는 루키, 쿠니, 먼지, 모모 등 4마리인데 모모만 생존했다.

 

Y씨는 반바지에 끈나시만 입은채로 맨발로 뛰쳐나왔는데 바로 소방관에게 집 안에 고양이들이 있음을 알렸고 구조 요청을 애원했다. 하지만 “동물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고양이를 가족으로 여기는 Y씨에게는 너무나 야속했다. 전기폭발 화재는 1시간15분만에 완전히 진압됐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건물에 소방차가 10대나 출동했음에도 1시간 동안 고양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형국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Y씨는 “미칠 것만 같았고 제정신이 아니었다”면서 그때의 기억을 회고했다.

 

결과적으로 Y씨의 집은 다 타버렸다. Y씨는 전소됐다는 허탈감 이전에 고양이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었다. Y씨는 도움을 받아 3일에 걸쳐 수색했고 모모 외에 다른 고양이들 사체를 찾을 수 있었다. 유일하게 생존한 모모는 현재 발바닥에 심한 화상을 입어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고, 발등이 찢어졌고, 유독가스로 인해 털을 다 밀어버렸을 정도로 부상이 심각하다.

 

 

그러나 갑자기 닥친 재난 피해를 보상해주는 법적 범위에는 애완동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Y씨는 “너무나 화가 나고 슬프고​ 내 가족이 죽었는데 1마리도 아니고 동시에 3마리를 보냈는데 화재 속에서 동물이란 이유로 구조순위에서도 밀려났다”며 “아가들 목숨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 하고 살아남은 모모의 지금까지 치료비와 향후 치료비도 보상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큰 부상을 안 당했으니 다행인 걸까?

 

Y씨는 현재 “약 없이는 잠을 잘 수도 없고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는 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다. 다들 큰 상해없이 대피했다는 이유로 저희가 정말 무사한줄 안다”며 “자려고 누워있다가 1미터 거리의 에어컨과 TV가 폭발해서 모든 파편을 맞았고 폭발 굉음으로 심한 이명을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폭발 당시 상체에 폭발로 인한 열감이 온몸을 뒤덮어 몸이 붕뜨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게 지금 꿈속인가 싶을 정도의 경험을 했다”며 “에어컨, 각종 가전제품, 신발장 속 분전반이 터져서 유독가스 속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은 저희에게 남은 것은 상처밖에 없다”고 말했다.

 

 

P씨도 고통을 겪고 있다.

 

P씨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B씨와는) 초등학교 동창이었는데 우연히 같은 건물에서 살다가 알게 됐다.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는 형이라 정말 친하게 지냈다. 형은 우리 형편을 알고 많이 도와주려고 했었다”며 “상황도 어려운데 의기투합해서 사업까지 같이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P씨는 사고 당일 밤 산책을 마치고 귀가하다 우연히 카바나가 전신주에 걸려있는 걸 목격했고 동영상 촬영을 해서 B씨에게 전송했다고 한다.

 

P씨는 “형 이거 어떡해. 큰일 났다. 불나거나 떨어지면 어떡하냐. 딱 여기까지만 보냈다”면서 본인은 단순히 상황을 전파해준 것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P씨는 당연히 전기 화재 위험이 있기 때문에 B씨가 119에 신고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B씨와 C씨는 전신주를 잡고 흔들었고 참사가 벌어졌다.

 

모르는 누구라도 카바나가 전신주에 걸려 있다면 소유주에게 알렸을 것이다. 더구나 친한 형의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알려주는 것이 도리에 맞다. 하지만 P씨는 자신이 괜히 알려줘서 목숨을 잃게 됐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P씨는 B씨와 C씨의 장례에 성심성의껏 임했다. 그런데 황당한 말을 들었다.

 

P씨는 “(B씨가) 유력 가문의 아들이다. 유산 상속 문제로 원수관계인 (B씨의) 친형(D씨)이 하나 있는데 그 사람이 동생이랑 연 끊고 지냈다가 장례식에 나타나서 나보고 당신 때문에 (B씨가) 죽은 건 팩트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P씨는 평소 B씨로부터 유산 문제로 D씨를 원망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D씨가 안 그래도 힘들어하고 있는 본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해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줬다는 것이 P씨의 주장이다. P씨는 분노심을 느꼈고 여러 사람들의 무책임함에 “질려버렸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장례식장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고양이 타령을 한다”는 거짓 소문까지 나돌아 배로 힘겨웠다는 게 P씨와 Y씨의 전언이다.

 

 

P씨와 Y씨는 본인들이 받아야 할 보상금 문제를 놓고 D씨, 건물주, 건물관리회사 등이 무책임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Y씨는 “집은 전소가 되어서 가지고 나올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구청에서 마련해준 임시 숙소에서 구호물품으로 생활하고 있다”면서 “건물주도 건물관리회사도 유가족들도 어느 누구 하나 화재 피해자인 저희에게 사과 한 마디 없이 남탓하기만 바쁘고 보상 문제 또한 나몰라라여서 사고난지 3개월이 흐른 지금도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고 초반에 건물관리회사에서는 보증금과 약간의 이사 비용을 보태줄테니 빨리 나가라는 태도였다”며 “(건물관리회사는) 옥상에 불법철거물을 방치시켜놓은 만큼 사고의 간접적인 원인 제공자다. 태풍에 날아가면 위험하다고 소유주(B씨)에게 꽁꽁 묶어 놓으라고 당부를 했었다고는 하는데 불법철거물 퇴거 요청 공고문조차 보낸 적도 없이 방치시켰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Y씨는 “화재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은 사과는 커녕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 하고 고통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잃었고 열심히 살아왔던 내 삶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제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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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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