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지영 기자] 요즘 웬만한 도시의 길거리에 나가보면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에 등록된 주요 업체만 봐도 라임, 킥고잉, 빔, 스윙, 씽씽, 다트, 고고씽, 지쿠터 등 총 16개나 된다.
전동킥보드는 공식 법률 명칭으로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PM)로 불리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약 3년 전부터 급격히 공급되기 시작했는데 민간 공유자동차 ‘쏘카’나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와 달리 지정 범위 어디에서나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문제는 안전이다. 편리함이 부각되어 누구나 사용하다 보니 탑승 자격이 헐거워지는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가 이내 다시 국회에서 규제가 강화되는 법률이 통과될 정도로 혼란스럽다.
전동킥보드 '이용 활성화'와 '안전' 문제는 팽팽하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PM 활성화와 국민 안전은 역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어 어느 하나가 강화되면 다른 하나가 약화된다”며 “도로교통법 안에 PM 관련 규정을 넣을지 아니면 PM 특별법을 새로 만들어야 할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환기했다.
서 의원은 경기북부경찰청장까지 지낸 경찰 고위직 출신 초선 정치인이다.
전동킥보드는 탄소 제로를 위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기존의 교통수단으로는 접근 불가능한 장소에 더 쉽고 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안전 사고 위험성이 불거지고 있다. 그래서 전동킥보드 규제를 완화하는 법률이 작년 12월10일부터 시행됐음에도 그 하루 전날(9일) 다시 규제를 조이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리고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는 그렇게 규제 강화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경찰은 안전모 미착용, 2인 이상 탑승, 면허없는 탑승, 어린이 PM 사용, 자전거도로 미통행 등등을 규제하기 위해 일정한 계도 기간을 운영했고 간헐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다.
그러나 편하게 탈 수 있어야 하는 공유형 전동킥보드인데 헬맷을 의무화해서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속 20km가 채 안 되는 속도 제한이 있음에도 실질적이지 않은 헬맷 착용 강제가 맞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구성 변호사(제이씨앤파트너스)는 미국의 경우 자전거 탑승자 중 안전모를 착용하는 사람이 55%나 되지만 10만km당 사망자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피력했다. 반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의 사망률은 10% 뿐이라며 안전모의 미착용이 직접적으로 심각한 사고를 초래하는 것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헬멧 착용 의무화와 원동기 면허에 대한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며 “주행 속도를 제한하고 바퀴 사이즈를 규제하는 등 실효성있는 안전 관련 규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으로 주행 환경 등 다른 이동수단과의 상호작용 공간 등을 고려한 종합적 관점에서 과학 실험 및 연구 데이터 기반의 규제 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안전모의 경우 해외 대부분의 국가와 도시들은 청소년은 필수, 성인은 권장사항으로 하는 사례를 들어, 국내에 의무화된 안전모 착용 규제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정부와 국회가 포지티브 정책을 펴다 보니 산업화가 안 되고 비즈니스 모델이 죽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PM에 관한 한국형 선진 모델이 뭔지를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여러 PM이 등장할텐데 그때마다 법을 어디에 넣느냐 싸울 것이 아니라 새 이동수단은 그에 맞는 새 법안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국회에서 PM 전문 특별법을 제정해서 좀 더 합리적으로 규제 체계를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서 의원은 “PM이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이고 친환경 교통수단이어서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PM 활성화와 국민안전으로 서로 역상관 관계에 놓여있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법을 개정함에 있어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PM 활성화와 국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절충점을 찾아 도로교통법 안에 PM을 넣을지 아니면 따로 특별법을 따로 만들지 충실한 법안을 만들어볼 것을 약속한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