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보여지는 직업이니 만큼 외모에 대한 고민이 클 것 같다. 다들 예쁘고 아름답다. 그런 사람들만 아나운서가 되는 것인가란 생각이 들 정도다. 아나운서 준비생 8개월차에 접어든 유지희씨는 “솔직히 말해서 1차로 붙는 것은 외모가 95%다. 정말 그렇다”고 단적으로 말했다.
최근 경북권 지역 방송사에 아나운서로 합격한 김유진씨도 “학원 갈 때마다 몸무게 얘기해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예전에는 성형과 시술 권유를 많이 했다. 머리색도 정해진 것이 있었고 자존감이 되게 많이 낮아졌다”고 증언했다.
8월7일 15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모임 공간에서 유진씨와 지희씨가 만났다.
심지어 지희씨는 다이어트에 시달리며 18kg이나 감량했고 코뼈축소술 권유를 받은 적도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내 코에 콤플렉스가 없었는데 (학원에) 갔는데 코가 너무 크다고 코뼈 축소술 권유를 받았다. 화면 속에 나를 확대해서 보고 얼굴을 하나 하나 뜯어보게 되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사실 그 어떤 직업보다 아나운서가 얼굴 비대칭에 신경을 많이 쓴다. 누구나 인간은 얼굴 비대칭이 있는데 아나운서는 강박적으로 똑같이 맞추려고 요구를 한다. 학원만이 아니라 방송국에서도 눈을 집어오거나, 경락을 받으라거나, 화장을 그렇게 하라거나 등등 그런 요구를 한다고 들었다. 처음에 너무 외모적인 얘기를 많이 들어서 스트레스가 컸다. 최종 예선까지 갔음에도 안 되고 있는데 외모 때문에 안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유진씨 역시 자신도 모르게 주변 아준생들에게 보톡스 같은 시술 정도는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유진씨는 “여기 보톡스 하나 맞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왜 그거 안 맞지? 그런 생각을 했다”며 “라디오 전문이 아닌 이상 시각적인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중요한데 조금 노력해서 예쁘게 보이면 좋은 것 아닌가? 정돈돼 있고 좋은 인상? 그걸 안 하면 노력을 왜 안 하냐란 생각이 들 때가 좀 있었다”고 말했다. 유진씨는 얼마전까지도 쌍꺼풀 수술을 진지하게 고민했었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만이 나는 아닌데 물론 보여지는 직업이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나의 마스크가 있을 수도 있고 사실 하고 싶지 않은데 직업적인 이유로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배우라면 절대 고려도 안 했을 것이고 연기하는 데에는 내 눈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아나운서는 연기를 하는 직업은 아니다.
지희씨는 최근 현직 기상캐스터로 일하고 있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보조개 수술을 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을텐데 “이미 방송사에 있으면서도 수술을 또 해야 하는 건가. 되고 나서도 경쟁의식이 심하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보조개 수술을 해야 하나 그 생각 진짜 많이 했다. 내 친구를 보고. 나는 지금 준비한지 7~8개월차라 딱 그 고민을 하고 있는 시기다.
그러나 당위적으로는 외모가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유진씨는 “소비하고 잠깐 쓸 아나운서라면 외모만 보고 뽑겠지만 예쁘더라도 그 사람이 직업에 대한 진정성이나 지속적으로 방송사와 컨텐츠를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마인드? 외모만? 학벌만? 그런다고 절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언급했다.
지희씨도 “(1차까지는 외모적인 부분이 당락을 결정하겠지만) 최종까지 가는 것은 내 자아와 가치관이 중요하다”면서 “그 시험에 응시한 사람들 중에서 반드시 최고 학벌 좋은 사람이나 최고로 외모가 좋은 사람이 꼭 붙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파했다.
서울대 나온 미스코리아 진이 붙는 그런 시험이 아니다. 서울대 안 나오고 좀 덜 예쁜 것 같아도 붙기도 한다. 최고가 아니어도 뽑힐 수 있다. 그런 한 끝이 뭘까 생각했을 때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과 생각이 확실히 정립이 되어 있어야 한다.
아나운서와 관계가 깊다고 볼 수 있는 기상캐스터와 리포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리포터나 기상캐스터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지희씨는 필드에서 리포터로 이미지가 굳어지면 아나운서 영역으로 가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말들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지희씨는 “리포터는 아나운서 밑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 경력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안 뽑아준다고 하더라”며 “리포터를 오래 하면 이미지 소비가 그렇게 된다고 보는 것 같다. 리포터에 대한 이미지가 고급스럽지 않고 가벼워 보인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어찌보면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틀에 박힌 이미지 때문이기도 한데 보통 <6시 내고향>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어르신들 앞에서 잔망을 떠는 리포터의 액션이 나온다. 그래서 유진씨는 “아나운서가 끼를 보여줘도 연예인의 끼가 아니라 적당해야 한다고 경박스러워 보인다고 여자 아나운서에 대한 압박이 존재한다”면서 “아나운서는 보수적으로 평가 받는 부분이 많아서 절제된 끼를 보여줘야 한다. 우아해야 하고 품위를 지키는 걸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유진씨는 “품위를 지키면서 틀을 깨길 바라면서 선을 넘지 않길 바라면서 정말 아나운서 하기 참 어렵다”고 표현했는데 지희씨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응했다.
기상캐스터에 대해 지희씨는 스포츠 아나운서와 묶어서 자기 의견을 피력했는데 “일반 아나운서 보단 정답이 있다. 조금 더 몸매가 좋고, 길쭉하고, 머리가 길고, 섹시한 느낌이 나면 뽑히는 것이 있다”며 “방송사 유튜브를 보면 기상캐스터 조회수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래서 기상캐스터한테 저런 옷을 입히는구나. 기상캐스터의 획일화가 있긴 있는 것 같다. 딱 기상만 편집해서 올리는데 그것만 조회수 단위가 엄청 높다”고 강조했다.
유진씨 역시 “결국 시청률 끌어올리는 것이 날씨다. 기상캐스터는 시청률을 바짝 만들 수 있는 의상이든지 얼굴이든지 어필되는 것들이 많다”고 동조했다.
구태의연한 질문이지만 아끼는 동생이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뭐라고 조언해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두 사람 다 “꼭 해보라”는 쪽이었다. 그러나 뉘앙스가 많이 다르다. 지희씨는 “바로 학원 다녀! 이렇게 말해줄 것 같다. 아니 사실 물어볼 것 같다. 왜? 그게 제일 중요하다. 겉으로 예뻐보여서 이런 이유라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해야 되고 비추까진 아니”라고 입을 뗐다. 무엇보다 “직접 해보면서 깎이고 데여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석한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도전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그 말을 듣고 지희씨는 이렇게 응답했다.
해봐야 미련이 안 남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게 된다. 사실 학원 두 달만 다녀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진짜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건지 아닌 건지 그러면서 준비 안 하게 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된다. 떠난 사람들도 많다. 사실 함께 준비하는 친구들끼리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을 많이 했다. (방송 출연이 줄어들면) 너 왜 안 나와? 내가 그 방송에서 잘린 게 너무 잘 보인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는 게 너무 잘 보이고. 다른 신입이 들어오면 그게 기쁨이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위협하는 경쟁자가 늘어났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너무 치열한 세계구나.
유진씨는 준비된 답변을 했는데 원고를 보며 아래와 같이 진정성있게 조언했다. 격려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 열정을 엄청 살려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말았으면 좋겠고 안 된다고 한다면 가족과도 거리를 둘 만큼 하나밖에 없는 꿈이니까. 주변의 시선이 날 진 빠지게 할 때가 많은데 그냥 그걸 다 배제하고 내가 해내면 그때 된 이유를 사람들이 찾을 거다. 근데 안 되면 변명거리가 너무 많다. 자존감을 깎지 않으면서도 자기 객관화를 스스로 해볼 필요가 있다. 날 지지해주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주변에 둬서 자존감을 키워가야 한다.
1시간 반 가량 진행된 인터뷰가 끝났는데 말미에 윤 기자가 발음을 교정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질문을 했다. 지희씨는 “발음을 잘 하려면 받침(각/간/갇/갈/감/갑/갓)을 잘 내야 한다”고 팁을 줬고 유진씨는 “말할 때 입을 잘 안 벌리는데 또박또박 잘 벌려서 발음하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